평범한 남자의 특별한 요리사랑직장 내 갈등을 요리로 풀어가는 만화의 재미와 요리책의 실용성

[문화 속 음식이야기] 만화 '아빠는 요리사' 카레
평범한 남자의 특별한 요리사랑
직장 내 갈등을 요리로 풀어가는 만화의 재미와 요리책의 실용성


가사분담이 보편화했다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아버지가 주방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모습이 낯설다. 그러나 식탁머리에 근엄하게 앉아만 있는 아버지보다는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준비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다 친근감 있지 않을까? 여기 요리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아버지가 있다. 만화 <아빠는 요리사(우에야마 토치)>의 주인공 일미씨가 그 주인공이다.

평범한 샐러리맨인 일미 계장. 산만한 덩치에 굳어있는 표정이 권위적인 아버지를 연상시키지만 뜻밖에도 그는 지극히 가정적인 남자이다. 신문사 문화부 기자인 아내를 위해 일미씨는 살림과 아이들 돌보는 일을 척척 해낸다. 그 중에서도 그가 자신을 갖고 있는 분야는 바로 요리.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을 위해 간식을 준비하는가 하면 술에 취해 늦게 귀가한 아내에게는 숙취해소에 좋은 요리를 차려준다.

직장에서는 그가 요리를 한다는 사실이 비밀에 부쳐져 있다. 그러나 회사 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갈등들을 요리로 풀어 나가면서 그의 숨겨진 재주가 조금씩 탄로나게(?) 된다. 직장 상사의 부인을 위해 다이어트 메뉴를 준비하는가 하면 부하 여직원의 웨딩케이크를 구워주는 등 그의 요리는 가족 뿐 아니라 회사 사람들에게도 훈훈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개성 강한 등장인물들의 일상

10년이 넘게 연재되고 있는 이 만화에는 도시락이나 저녁식사 등 일상적인 음식부터 간식이나 특별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리가 등장한다. 한국 요리도 여러 차례 소개되는 등 세계 각지를 넘나드는 방대한 메뉴를 섭렵하고 있다. 더구나 정확한 조리법, 맛내기 요령까지 담고 있어 만화로서의 재미 뿐 아니라 요리책으로서의 실용성도 갖추었다.

이 만화가 여타의 요리만화와 차이점이 있다면 레시피가 쉽고 간단하다는 것이다. 굳이 양질의 재료나 신기에 가까운 솜씨를 요구하지 않으며 때로는 인스턴트나 반조리 식품을 사용하는 등의 융통성을 보인다. 주인공인 일미 역시 <미스터 초밥왕>이나 <맛의 달인>에 나오는 듯한 ‘달인’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집안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이상적’인 남편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그 역시 보통 사람이다.

때문에 <아빠는 요리사>는 극적 요소가 약한 대신 사실적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 만화를 스테디 셀러로 만든 비결이기도 하다. 요리만화는 보통 이야기의 짜임새가 허술한 편이다. 음식에 대한 화려한 묘사를 뺀다면 지나치게 전형적인 인물과 단순한 이야기 구도로 이루어져 있다. 반면 <아빠는 요리사>는 개성 강한 등장인물과 함께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을 다룬다.

73권까지 나온 이 만화의 모든 메뉴를 소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아빠는 요리사>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에피소드를 한 가지 꼽자면 1권에 등장하는 카레라이스이다. 회사에 단신으로 부임해 일하고 있는 상사를 위해 일미씨는 가정식 요리를 대접한다. 가족과 떨어져 외롭게 지내던 직장 상사는 일미씨와 아이들의 단란한 모습과 그가 만든 푸짐한 카레라이스에 따뜻한 정을 느낀다.

정 듬뿍 담긴 카레라이스

카레라는 음식이 한국에 전해지게 된 경로는 복잡하다. 식민지 시절의 인도에서 영국으로 건너간 사람들이 쇠고기를 넣은 영국식 카레를 만들었고 일본인들이 이를 받아들여 또 다른 맛으로 변화시켰다. 오늘날 우리가 ‘카레라이스’라고 부르는 것은 일본식 카레를 말한다.

‘카레’는 국물이라는 뜻의 인도어에서 유래했다. 더위가 심한 인도에서는 우리가 여름철에 매운 음식을 즐겨 먹듯 매콤한 향신료를 많이 이용한다. 카레에는 다양한 향신료를 복잡하게 섞어 사용하는데 사프란, 후추, 생강, 겨자, 정향, 넛맥, 커민 등이 들어간다. 이를 야채와 함께 끓여 밥과 함께 먹거나 인도식 빵인 邰컷섯?곁들인다.

카레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향신료의 배합이 관건이지만 가정에서 준비하기는 어려우므로 시판 카레가루로 다음과 같이 만들어 보자.

*카레라이스 만들기(4인분)

- 재료: 쇠고기 200g, 감자 2개, 당근 1개, 양파 1개, 홍피망 1개, 고추 1개, 사과 1/2개, 완두콩 4큰술, 건포도 4큰술, 카레가루 125g, 버터 2큰술, 레드와인 2큰술, 케찹 1큰술, 우유 1/2컵, 마늘 생강 약간씩

- 만드는 법:1. 감자와 당근은 주사위 모양으로 썰어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2. 피망과 고추는 엄지손톱만한 크기로 썰어둔다.

3, 카레 가루는 찬물 2컵에 풀어둔다.

4. 쇠고기, 양파도 깍뚝썰기해 버터를 두른 팬에 볶으면서 나머지 야채와 카레 푼 물을 넣고 끓인다.

5. 우유를 넣고 계속 끓이면서 찧은 마늘과 생강, 사과 간 것을 넣는다.

6. 마지막으로 케찹과 레드와인을 넣는다.

7. 고슬하게 지은 밥을 버터에 살짝 볶아 건포도를 뿌리고 다된 카레에 곁들인다.

* tip: 더 깊은 맛이 나게 하려면 월계수잎을 넣어주면 좋다.


입력시간 : 2004-01-0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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