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건강·학습효과 동시만족을 위해

[두레우물 육아교실] "보람찬 방학지내기, 알려주세요"
겨울철 건강·학습효과 동시만족을 위해

Q.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지난 여름 방학을 제대로 보내지 못한 것 같아 겨울 방학은 좀 알차게 보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내년이면 2학년에 올라가니 이번 겨울방학이 아이한테 중요할 것 같은데. 무작정 학원을 보낼 수도 없고 또 하루종일 아이를 붙들고 있을 수도 없고. 아이가 싫증내지 않으면서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천호동에서 명선 엄마)

아이들이 12월이 시작되자마자 손가락을 꼽아가며 기다린 겨울방학이 어느새 중반기에 접어들었다. 남은 방학 기간이 짧아질수록 아이들은 마음껏 놀 시간이 끝나가는 데에 대한 아쉬움에 발버둥칠 테고,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뭐 하나라도 더 많이 배우고 개학을 맞이해야 할 텐데 하는 마음으로 초조해질 것이다. 특히 위 사례의 명선 엄마처럼 아이가 1학년일 경우,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1학년 마지막 방학을 보내는 마음이 더욱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학원을 보내 모자란 학습을 보충하거나 선행학습을 시키는 것도 썩 내키지 않고 그렇다고 아이가 알아서 다 하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편안히 지켜볼 수도 없고…. 과연 어떻게 하면 아이와 실랑이 벌이지 않으면서, 또는 되도록 줄이면서 알찬 방학을 보낼 수 있을지 꼭 필요한 것부터 하나하나 챙겨보자.

모자란 공부 보충이 우선

먼저 방학 동안 꼭 짚어야 할 것이 지난 학기에 배운 내용 중 모자란 부분 보충하기이다. 요즘 아이들 대부분이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어느 정도 학교 공부를 하고 입학을 하기 때문에 모자란 부분이 있을까 싶지만 교실 안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고 한다.

“1학년 수학책은 구체물을 예로 들어 수의 원리와 개념을 깨치도록 꾸며져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런 과정을 유치원에서 배우고 오고 또 학습지 문제를 많이 풀어봐서 그런지 수업을 재미없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수로 더하기, 빼기는 잘 하는데 구체물을 갖고 질문을 하면 제대로 대답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수의 원리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미리 앞서 간 거죠.” 고일 초등학교 이승희 선생님은, 기본학습보다는 문제풀이에 중점을 두고 있는 학원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방학 동안이라도 부모가 아이와 마주 앉아 놀이하듯 수의 개념을 알 수 있게 가르치도록 충고한다. 특히 2학기에 배운 두 자리 수 덧셈, 뺄셈은 아이들이 많이 어려워하는 부분이라 다시 한번 살펴보는 것이 좋다. 기본을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책은 바로 학교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이다. 이미 배운 거라고 가볍게 여기지 말고 하루에 얼마씩 다시 한번 복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수학과 더불어 반드시 신경 써줘야 할 교과가 국어다. 3, 4학년만 되면 국어 실력이 좋은지 그렇지 못한지 판가름이 난다. 그런데 그 판가름의 기준은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지에 달려 있다. 책을 통한 국어 교육은 사실 국어 교과목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은 사고력이나 문제 해결 능력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월등하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부모 욕심처럼 책을 잘 읽으려 하지 않는다. 무조건 읽으라고만 해서는 안 된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부모가 읽어주는 것이 좋다. 아이들의 독서 습관은 듣기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일단 부모가 재미있게 책을 읽어주면 아이는 어느 때고 반드시 그 책을 집어 든다. 엄마, 아빠가 감정을 실어 정성껏 읽어주던 장면을 떠올리면서 스스로 책을 읽게 되는 것이다.

또 한가지 책을 읽는 것과 더불어 아이의 국어 실력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 창작동화 중 아이가 좋아하는 책들을 골라 그 내용을 소리내어 읽으면서 베껴 쓰게 하는 것이다. 아이를 위한 시도 좋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옮겨 쓸 때마다 우리말 어휘력과 표현력 향상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세상체험 프로그램을 짜라

학습면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과 더불어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숙제가 있다. 다름 아닌 몸으로 체험하기이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게 이것이다. 머리로, 눈으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세상과 만나고 알아 가는 것! 춥다고 집안에만 있으려는 아이, 더군다나 컴퓨터 앞에만 앉으려고 하는 아이 손을 붙들고 공원으로, 동네 뒷동산으로 나가자.

다른 계절만큼 풍성하지는 않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숨어있는 보물이 많이 있다. 겨울 나무가 메마른 가지로 어떻게 추위를 견뎌내는지만 알아도 큰 경험이다. 물론 직접 나무를 만지고 살펴보고 나무의 숨소리를 들어보면 더 좋을 것이다.

방학식을 앞두고 학교에서 늘 만들어오는 작품이 있다. 이름하여 ‘생활 계획표’. 예전이나 지금이나 도화지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칸을 나누어 시간을 쓰고 내용을 채우는 게 똑 같다. 그리고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것도. 그러나 부모들은 하염없이 게으르고 뒤죽박죽인 것 같은 아이의 하루를 보면서 잔소리와 한숨만 늘어간다. 개학이 가까워 올수록 잔소리의 강도는 더해간다. 방학 후유증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의 경우, 물론 다른 학년의 아이들도 비슷하지만, 방학은 좀 느슨해질 필요가 있다. 어른들도 그렇지 않은가. 일요일이 되면 원 없이 자고 싶고 텔레비전만 보고 싶고 씻고 싶지도 않고…. 아이들에게 방학은 그런 때이다. 개학을 앞두고 조금씩 규칙적인 생활에 적응할 필요가 있긴 하지만 부모 욕심에 너무 닥달하지 말기를 바란다.

방학동안 해보면 좋아요
   

- 옷감에 천연 염료로 물들이기(참고도서:안나의 빨간 외투/비룡소)

- 바느질 해보기(물들인 천으로 가방 만들기/참고도서:요셉의 작고 낡은 오버코트가?/베틀북)

- 목도리 뜨기(겉뜨기로만 뜨면 쉽다/참고도서:뜨개질 할머니/문학동네)

- 산에서 나의 명함 찾아오기(나를 알릴 수 있는 자연물을 하나씩 들고 와 설명한다.)/나무 밑에 누워 위 보기/나무, 나뭇잎 자세히 그리기(참고도서:무슨 나무야?/보리출판사, 나무 도감/보리출판사)

심유정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1-16 17:00


심유정 자유기고가 pupp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