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룩에 현대적이고 세련된 아이템 매치한 스마트 캐주얼

[패션] 지성과 감성의 옷입기 프레피룩
아이비룩에 현대적이고 세련된 아이템 매치한 스마트 캐주얼

마구잡이로 뒤섞어 입는 믹스매치의 흐름 속에서 결코 흐트러지지 않는 지성이 느껴지는, 그러나 주위를 압도하기 보다는 편안하게 흡수되는 스마트 캐주얼의 대표 ‘프레피 룩(preppy look)’. 90년대 말 전 세계를 뒤덮은 미니멀리즘에 이어 2000년대 초에는 내놓고 부유함을 자랑하던 럭셔리 무드가 이어졌다. 오색 찬연한 화려함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드러나지 않게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프레피룩은 또 다른 마니아층을 다져가고 있다.

- 네오트레디셔널에 부합하는 고급 캐주얼

최근 유행의 한 경향으로 자리 잡은 ‘럭셔리 패션’과는 다른 정신적인 고급스러움을 찾고자 하는 ‘프레피 룩’. 그 진원지를 미국 동부 명문 사립고교(Preparatory School)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을 꿈꾸는 예비 명문대생들이 모인 이 곳 학생들의 교복은 ‘옥스브리지 룩(영국 옥스퍼드ㆍ캠브리지 대학생 스타일)’과 ‘아이비리그 룩(미국 동부 일대 명문대생 스타일)’으로 옮겨 가기 전 어린 지식인들의 차림이다. 남성복의 경우 주로 베이지색 면팬츠에 감색 재킷을 갖춰 입고, 굵은 스트라이프 무늬 또는 단색 바탕에 가문 또는 출신학교를 상징하는 문장이 새겨진 넥타이를 맨 전형적인 ‘모범생’의 외모를 보여준다.

미국 고등학생의 복장이라면 캘리포니아 스타일의 자유분방한 빈티지룩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이보다는 보수적인 규율과 전통을 중시하는 명문 사립 고등학교가 있다. 프레피룩은 화려한 무늬나 명품 소품 등으로 고급스러움을 찾고자 하는 것과는 또 다른 형태의 ‘엘리트 패션’으로 아이비룩에 현대적이고 캐주얼한 요소를 더한 차림이라 할 수 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이들 예비학교의 재학생은 사립 기숙학교로 학비가 많이 들기에 중류층 이상의 자녀들이 대다수다. 또 재력 외에도 가문이나 출신을 따지기 때문에 높은 지적능력을 훈련받은 사회 지도자들을 배출한다는 데서 선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의 교복차림을 따라 입던 것이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 잡은 것. 프레피 룩은 아이비룩의 신사복 스타일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캐주얼적인 요소가 많다. 이는 미니멀리즘과 럭셔리룩의 성격을 섞은 네오트래디셔널의 흐름에 부합하는 고급스러운 캐주얼웨어를 말한다.

- 엘리트들의 보수적인 보보스 스타일

프레피룩을 ‘보보스 스타일’로 보기도 한다. 프레피룩이 소수 엘리트들의 보수적인 패션이기 때문에 드러내 놓고 화려함을 과시하는 럭셔리 패션과는 다른 차원의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어린 보보스족, 프레피. 프레피도 보보스와 마찬가지로 사회적인 명성과 부를 축적하면서 한편으로는 실용적인 정신을 추구하는 신 엘리트층의 정신을 계승해 나간다. 과거 부르조아가 과시적인 소비, 사치스러운 소비를 통해 속물적인 인상을 준 데 반해 보보스가 의식 있는 구매 파워 집단으로 분류된 만큼 프레피도 이를 따른다. 보보스집단이 유행시킨 나이키, 스타벅스, 인터넷 쇼핑, 요가, 웰빙 트렌드를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누리는 세대가 프레피룩의 애용자들이다.

최근 프레피룩의 유행은 럭셔리 패션에 대한 반발 심리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 다수이기 때문에 화려한 보석과 값비싼 소재로 치장한 고급 패션에 비해 프레피룩은 실용적이고 단순하다. 그러나 지적인 보수파들의 겉치장 없는 수수함과는 다른 차원의 패션 경향이다. 실용적인 면소재 등이 주로 사용되지만 특수한 가공법을 더하고 보다 몸에 잘 맞는 재단과 바느질 기법을 개발해 내적인 고급스러움을 지향한다. 단순미를 고도의 기술로 무장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을 타고 랄프로렌 퍼플라벨 등 트레디셔널 캐주얼브랜드들의 업그레이드 라인이 잇달아 문을 열었고 국내브랜드 빈폴이 여성복(빈폴레이디스), 남성복(빈폴옴므), 아동복(빈폴키즈) 등으로 그 영역을 확대함으로 네오트레디셔널, 프레피룩의 영역을 넓혔다. 영국 트레디셔널의 대명사 버버리도 ‘버버리 칠드런’을 런칭하면서 예비 엘리트 패션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 심플하고 클래식한 코디네이션

기본적으로 프레피룩은 트레디셔널의 전통적인 소재와 코디네이션에 기반을 둔다. 정통적인 정장 프레피룩은 짙은 남색의 세트정장으로 교복을 연상하면 된다. 동부 명문학교들을 상징하는 짙은 녹색ㆍ남색ㆍ흰색ㆍ빨간색이 주된 색瓚甄? 여기에 금장 단추가 달려 있는 스프라이프나 체크 블레이져 재킷, 깔끔한 면 소재 바지, 클래식한 느낌의 폴로셔츠, 버튼다운칼라 셔츠, 조끼, 폭이 좁은 타이, 로퍼 등이 프레피룩의 기본요소. 여성복은 주름 스커트와 반양말이 추가된다. 한마디로 심플하고 클래식한 스타일이다.

단정한 유니폼이 떠올려지는 격식을 갖춘 프레피룩은 사립학교의 교과과정에 맞춘 다양한 스포츠룩도 빼놓을 수 없다. 잔디운동장, 테니스 코트,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흰색과 빨간색, 짙은 청색의 조화도 프레피룩의 전형. 허리 바로 아래 두 줄 주름이 잡힌 면바지, 폴로 티셔츠, 꽈배기 무늬 브이네크라인 니트, 짧은 주름치마, 등에 숫자가 적힌 스포츠 티셔츠 등이 캐주얼웨어로 보여 진다. 정장, 캐주얼에 공통적으로 흰색, 스트라이프와 체크, 엠블렘은 빠져서는 안 되는 요소.

프레피룩을 소화하려면 우선 프레피룩의 색상과 아이템을 잘 활용하면 된다. 프레피 스타일의 기본인 면 소재 재킷. 여기에 스트라이프 패턴의 흰색 셔츠와 흰색 면바지는 깔끔하면서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최근의 컬러트렌드를 응용한다면 강렬한 빨강이나 노랑, 오렌지 색 셔츠나 니트로 교체한다. 활동적인 이미지를 원한다면 브이네크라인 니트를 덧입는다. 좀 더 멋을 내본다면 간격이 넓은 스트라이프 패턴 스카프를 짧게 맨다.

여성의 경우 짙은 색 상하의로 완벽한 워킹 슈트 차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정장라인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스쿨걸룩에 비해 보다 어른스럽고 우아한 숙녀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흰색 셔츠에 주름 스커트(청치마여도 좋다), 부드러운 카디건, 짧은 스카프를 포인트로 맨다. 반스타킹과 납작한 로퍼로 하의를 마무리한다. 이때 반스타킹은 스커트와 동일한 색상으로 통일하는 것이 단정해 보인다. 반양말이나 반스타킹은 발목과 종아리가 가는 사람에게 어울린다는 것도 주의점. 하체를 절반으로 나누는 반양말류는 체격에 비해 종아리가 두껍거나 근육질인 사람에게는 단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

- 깔끔하고 지적인 분위기

사립고교생들이 즐기는 야외 레포츠복장도 프레피룩의 한 장르로 캐주얼웨어의 인기 장르로 발전했다. 캐주얼 차림은 밝은 색의 폴로셔츠에 흰색바지나 스커트, 운동화를 신고 스웨터를 어깨에 걸친다. 잔잔한 꽃무늬가 프린트된 면 셔츠에 절개가 있어 활동적인 미니스커트, 카디건을 입고 단화로 마무리한다. 이런 차림들은 전통적인 프레피룩으로 요즘처럼 일교차가 클 때 유용한 차림이다.

프레피룩은 간단한 업무상의 모임이나 야외에서 열리는 공식적인 모임에서 요구하는 드레스 코드로 ‘스마트 캐주얼’에도 적합하다. 편한 복장이면서도 예의를 갖춘 차림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프레피룩은 튀지 않게 엘리트다운 분위기를 낼 수 있어 깔끔하면서도 지적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단 청바지나 미니스커트, 반양말류는 No.

프레피룩은 교복에서 시작된 옷이니만큼 아이들에게 입혀도 똑같이 ‘똑똑한’ 이미지를 꾸밀 수 있다. 아이들에게 어른스러운 옷을 입히면 축소된 이미지로 귀여움이 더해진다. 완벽한 정장 차림을 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캐주얼의 편안함을 줄 수 있는 프레피룩은 외출복으로 그만이다. 단정하면서도 활동적이고 귀여운 느낌을 살릴 수 있는 것. 게다가 ‘좋은 집안에서 반듯하게 자란 이미지’를 주기 때문에 손잡고 걷는 부모도 덩달아 으쓱해질 테니까.

- 유행 스타일 섞는 센스 필요

지적인 이미지가 특징인 프레피룩은 오래 입어도 싫증나지 않고 어떤 체형이든지 무난하게 잘 어울린다. 깔끔한 멋이 나기 때문에 여성복에서도 많이 응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트레디셔널, 전통적인 스타일은 잘 입으면 세련되게 보이지만 잘못 입으면 ‘범생이’ 스타일의 틀에 박힌 재미없는 교복차림이 될 수도 있다.

교복처럼 보일 수 있는 프레피룩에 유행 스타일을 적절히 섞는 아이디어를 발휘해야 한다. 투턱(두 줄 주름)팬츠와 플레어스커트 등 편안한 하의에 비해 상의는 타이트하게 입을 것. 스트라이프, 체크 등 무늬 있는 아이템은 한 가지만 선택할 것. 장식물은 목걸이면 목걸이, 귀걸이면 귀걸이 정도로 최소화할 것. 대신 여성스러움을 강조하고 싶다면 핫핑크, 레몬옐로 같은 사랑스러운 색을 택하고 단화 대신 하이힐을 신고 가슴선이 좀더 깊이 파인 니트 아이템으로 봄 트렌드인 낭만적인 여성미를 뽐낼 수 있을 것이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4-08 14:24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