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큼 감미로운 오묘한 맛웰빙 열풍으로 관심 높아진 허브, 파슬리·세이지·로즈메리·타임

[문화 속 음식기행] <스카프로 페어> 허브
사랑만큼 감미로운 오묘한 맛
웰빙 열풍으로 관심 높아진 허브, 파슬리·세이지·로즈메리·타임


“Are you going to Scaborough fair 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이 1966년 발표한 이 감미로운 노래는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을 비판하는 유명한 반전가요 중 하나이다.

‘스카브로 페어’는 전쟁터에서 죽은 병사가 자신의 몸에 피어난 풀들에게 말을 건네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노래의 화자는 사랑하는 이에게 계속해서 불가능한 것(솔기도 바늘 자국도 없는 셔츠, 혹은 바닷물과 바닷가 사이에 있는 1에이커의 땅)을 주문하는데, 이는 자신은 이미 죽은 사람이니 잊어 달라는 의미이다. 애절한 가사와 멜로디를 통해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노래의 제목이기도 한 ‘스카브로 페어’는 1788년을 끝으로 더 이상 서지 않는 장터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행복한 시절을 상징한다.

이 노래는 원래 오래된 스코틀랜드의 민요로, 가사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중세 때 한 젊은 왕이 있었는데 그의 친구들은 그에게 아름답고 지혜로운 여인을 신부감으로 구해 주었다. 그러나 왕은 그녀의 지혜를 시험하기 위해 가로, 세로가 각각 3인치에 불과한 천을 보내 옷을 지어 달라고 부탁했다. 신부감도 왕에게 그런 천을 다룰 수 있는 도구를 구해 달라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왕은 도구를 마련했고 여인은 옷을 무사히 완성해 왕의 신부가 되었다는 것이다.


- 식용·약용으로 폭넓게 애용

옛날에는 남자가 여인에게 옷을 지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청혼의 의미였다고 한다. 셔츠를 지어 달라는 가사는 여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이라는 후렴구는 마술이나 의료의 목적에서 마녀가 외웠던 주문이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 풀들은 서양에서 오랫동안 식용 또는 약용으로 이용되어 온 허브로 마치 오늘날의 장미처럼 사랑을 상징하기도 한다.

허브는 성경에도 등장할 정도로 인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을 차지해 왔다. 히포크라테스는 그의 저서에 수백 가지가 넘는 식물성 약재를 기록하고 있으며 클레오파트라는 미용을 위해 다양한 허브들을 이용했다. 허브 하면 페퍼민트나 라벤더 같은 서양 풀들을 떠올리지만 엄격한 의미에서 허브는 ‘식용 또는 약용에 쓰이거나 향기에 이용되는 모든 식물’을 뜻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각종 한약재나 나물, 파, 마늘 등도 허브의 일종이다.

최근 웰빙 열풍이 불면서 허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정확한 용도나 약효까지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허브는 종류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하나하나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아쉬운 대로 ‘스카브로 페어’에 등장하는 네 가지 허브만을 선택해 소개해 본다.

주로 경양식 집에서 장식용으로 사용되는 파슬리는 아마도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서양 허브일 것이다. 이탈리아 요리에서는 파슬리 가루가 음식을 마무리 할 때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서양 미나리라고도 불리는 파슬리는 장식용 이외에도 스프나 소스, 샐러드에 독특한 향을 더할 때 이용한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인들은 화환을 만들 때에도 파슬리를 이용했으며 식중독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세이지는 흔히 ‘샐비어’라고도 불리는 식물이다. 두뇌 활동을 촉진시키고 강장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이지는 쑥처럼 신선하고, 강하면서도 약간 씁쓸한 향을 지니는데 이는 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애주므로 돼지고기 요리나 소시지에 주로 이용한다.


- 로즈메리는 향수의 원료로 쓰이기도

시판되는 허브들 중 향이 가장 강한 편인 로즈메리는 향수나 비누의 재료로 많이 쓰이며 생 가지를 입욕제로 사용해도 좋다. 중세 유럽에서는 이 식물에 마녀를 쫓는 힘이 있다고 믿어 결혼식이나 장례식 때에 장식했다고 한다. 머리를 좋게 하고 기억력을 증진시킨다는 로즈메리는 각종 고기 요리에 풍미를 더해준다. 특히 스튜 등에 자주 쓰이는 우스터셔 소스에서는 로즈메리 향을 은은하게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백리향’이라고 하는 타임은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되었던 헬렌의 눈물에서 생겨났다는 낭만적인 전설을 가지고 있다. 이 허브는 숙면제로 악몽에 시달리는 사람이 취침 전에 타임 차를 마시면 효과를 본다고 한다. 오랫동안 끓여도 향이 보존되는 타임은 특히 토마토, 양파, 마늘 등과 궁합이 잘 맞는다.

허브 요리 하면 주로 허브 티나 허브 비빔밥 정도만을 떠올리는데 허브는 생각보다 이용 범위가 넓다. 특히 파스타 같은 요리를 해 먹을 때 바질, 오레가노 같은 허브를 조금만 첨가하면 맛이 눈에 띄게 좋아진다. 생선을 굽기 전에 타임이나 파슬리 다진 것에 절여주면 비린내를 줄일 수 있다. 가정에서는 부드러운 상태의 버터에 차이브, 민트 등을 섞은 허브 버터를 만들어 두면 각종 요리에 요긴하게 쓰인다.

장세진 맛칼럼리스트


입력시간 : 2004-07-28 12:56


장세진 맛칼럼리스트 sejinjeong@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