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의 명랑 발랄 캐주얼 '너도나도 따라입기'겹쳐입기 등 편안함 강조한 코디 아이디어로 뭇 왕자님들 현혹

[패션] 로맨틱 캔디패션, 거리를 녹이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의 명랑 발랄 캐주얼 '너도나도 따라입기'
겹쳐입기 등 편안함 강조한 코디 아이디어로 뭇 왕자님들 현혹


“괴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요즘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들은 여성스러우면서도 명랑하고 씩씩하다. 그녀들은 바로 ‘캔디’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건강한 캔디들에게 왕자들도 깜빡 넘어간다. 왕자들을 사로잡는 캔디들, ‘파리의 연인’ 강태영, ‘풀하우스’ 한지은, ‘황태자의 첫사랑’ 김유빈의 달콤 상큼 캔디 패션!

- 행복충전 캐릭터

주말 저녁, TV 앞에 앉은 사람들을 쉼 없이 웃게 만드는 여자가 있다. SBS 특별 기획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주인공 김정은. 이미 스크린을 통해 그 코믹함을 인정받은 김정은이 연기하는 강태영은 박하향 같이 확 트이는 웃음을 선사한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녀가 내지르는 ‘아자!’ 한 마디면 만사 오케이! 걸핏하면 빚 독촉에 시달리는 무일푼 파리 생활도, 빚쟁이 삼촌의 뒤치다꺼리 때문에 또다시 파리행 꿈이 사라졌을 때도, 기주와의 사랑이 거부당해도 좌절하거나 성내지 않는다. 눈물을 흘리기보다 오히려 싱긋 웃으며 즉석필름에 미소를 인화하거나 녹음기에 행복한 목소리를 기록한다. 강태영은 행복충전 캐릭터다.

또 한명의 명랑 캐릭터는 수ㆍ목요일 밤을 웃음으로 수놓는다. KBS 미니시리즈 ‘풀하우스’의 송혜교. 그녀는 어느 때보다 발랄하고 코믹한 연기에 물이 오른 듯싶다. 5회에서 시할머니와 시어머니 앞에서 ‘곰 세 마리’를 선물한답시고 율동과 함께 선보일 때는 배를 잡고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렀을 정도다. 사고로 부모를 모두 잃었고 믿었던 소꿉친구에게 전 재산을 사기당한 것도 모자라 자기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와 계약결혼까지 하게 되는 한지은. 극단의 고난 속에서 그녀가 보여주는 천진스런 발랄함은 그저 사랑스럽다. 티격태격하던 남자 주인공 이영재도 그 순수한 매력에 빠질 날도 멀지 않았다.

어딘가 모자란 듯 사랑스러운 또 한명의 캔디는 MBC 수목 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에서 만날 수 있다. 여주인공 김유빈은 천진스러운 발랄함으로 제멋대로인 황태자 최건희와 무뚝뚝한 엘리트 차승진을 사로잡는다. 성유리가 맡은 김유빈은 이들의 고난보다는 그래도 형편이 나은 편이다. 사랑을 향한 시기와 질투에 괴로운 것뿐이니까.

부유하지는 않지만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캔디들은 어떤 상황이 와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주먹 쥔 팔을 힘껏 당기며 ‘아자!’, ‘화이팅!’을 외치는 기분 좋은 제스처도 필수. 웃음주고 행복 주는 캔디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가.


- 유행의 물결 다시 일으키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드라마속 캔디 패션의 인기는 난리도 아니다. 우선 강태영 역의 김정은 패션의 아이템, 볼레로, 카고팬츠, 스니커즈, 백팩은 다시 유행의 물결을 타고 있다. 한지은역의 송혜교 패션도 마찬가지. 허니문 크루즈 여행 중 입었던 빨간색 버튼 셔츠 원피스는 브랜드에서 이미 품절된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문의가 끝이지 않아 재생산을 고심하고 있을 정도다. 김유빈역의 성유리 패션의 히트 아이템은 단연 액세서리. 성유리표 링 귀걸이는 시원한 여름 바캉스용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봄부터 시작된 매쉬 트래커 캡, 야구모자의 인기는 그 절정에 달해 오리지널 상표가 국내 진출을 단행하기도 했다.


- 파리지엔느 레이어드룩, '파리의 연인' 강태영

강태영 캐릭터의 패션 스타일은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살렸다. 여주인공이기 때문에 튀는 패션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강태영 스타일의 키워드는 ‘파리지엔느’. 유럽스타일의 캐주얼, 언밸런스 레이어드룩이 기본이다. 이미 봄부터 유행해서 원피스 차림에 필수 패션 아이템이 된 볼레로를 적극 활용해 바지 차림 위에도 볼레로를 덧입는 등 색다른 패션 스타일을 연출했다. 볼륨감이 부족한(?) 김정은의 체형적 단점은 주름이 많은 디자인의 상의를 입거나 하의는 장식이 있는 카고팬츠를 입었다. 구제 티셔트와 바지도 인기품목. 액세서리는 최소화 했다. 백팩, 스니커즈 등 활동적이면서 편안한 스타일을 선택, 무리 없는 코디를 이끌어 냈다.

눈에 띄는 패션 아이디어가 있다면 스카프를 활용한 코디법이다. 목에 두르는 용도의 스카프를 허리 벨트로 활용하거나 티셔츠의 목선에 둘러 여성스럽게 장식하기도 했다.


- 로맨틱 큐트 스타일, '풀하우스' 한지은

티셔츠에 미니스커트, 핫팬츠를 주로 애용하고 있는 한지은은 로맨틱 큐트 캐주얼로 분류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파스텔톤의 화사한 색감을 중심으로 비비드 컬러를 함께 배치해 귀엽고 발랄한 인상을 준다. 티셔츠는 시원스럽게 목선을 노출한 라운드 네크라인 스타일이 많고 색과 디자인이 다른 티셔츠를 두개씩 겹쳐 입어 단순함을 피했다. 한지은 패션이 돋보이는 것은 단점을 장점으로 탈바꿈하는 마술 같은 코디네이션에 있다. 상체의 과도한 노출은 삼가고 미니스커트로 각선미를 돋보이게 하는 것으로 작은 키를 보완했다. 또 캐주얼차림에도 10센티미터 하이힐을 신는다. 그 높은 하이힐을 신고도 열심히 뛰어다니는 한지은을 연기하느라 고생은 되었겠지만 섹시한 아이템인 하이힐은 여성미의 표상이 아닌가.


- 로맨틱 스포츠 캐주얼, '황태자의 첫사랑' 김유빈

김유빈의 패션 스타일은 로맨틱 스포츠 캐주얼이다. 아이들을 돌보는 키즈지오가 직업이라 유아틱한 귀여움이 키포인트. 휴양지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핫팬츠와 미니스커트, 민소매 티셔츠로 시원스런 코디가 주를 이룬다. 몸에 딱 붙는 캡소매 쁘띠 티셔츠에 물 빠진 미니 청스커트를 입거나 홀터네크라인 티셔츠에 트레이닝 핫팬츠 차림이다. 휴양지의 이미지도 낼 겸 화사한 꽃무늬 시폰 원피스도 자주 입는다. 여기에 매쉬 소재 트레커 캡모자와 헤어밴드로 활동적인 이미지를 준다. 발랄한 캐주얼웨어를 주로 애용하고 뒤이은 서울생활에서는 원피스에 카디건을 입는 등 보다 여성스러운 스타일로 변신한다. 김유빈식 멋내기 포인트는 화려한 액세서리에 있다. 사탕같이 달콤한 캔디컬러 플라스틱 액세서리와 치렁한 샹들리에 귀걸이, 커다란 사이즈의 링 귀걸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 겹쳐입기 등 편안함 강조한 코디

캔디들의 공통점은 편안함이다. 레이어드룩의 독특한 개성도 있지만 사실 ‘캔디패션’은 새롭게 부상하는 뉴 트렌드 패션 스타일은 아니다. 요즘 거리에서 흔하게 마주칠 수 있는 20대 여성들의 옷 입는 방법이다. 그래서 쉽고 편안하다. 기본적으로 캐주얼에서 출발한 캔디 패션은 겹쳐 입기의 코디 아이디어와 몇 가지 소품으로 멋을 낼 수 있다는 데서 카피가 어렵지 않다. 캔디패션의 유행은 비단 드라마의 영향 때문은 아니다. 복고풍 로맨틱스타일의 과도한 장식성과 섹스어필에 집중하는 노출패션에 대한 반기가 작용한 것. 여성스럽게 보이되 활동적이고 실용성을 높인 레이어드룩은 노출을 절제하면서도 얼마든지 여성적이고 예뻐 보일 수 있다. 캔디의 헤어스타일은 단연 곱슬머리. 부드럽고 귀여운 인상을 주는 곱슬머리는 주근깨와 함께 모든 캔디들의 트레이드마크. 양 갈래도 땋아 묶거나 언밸런스 스타일로 묶어 올린 머리 모양도 귀엽다.

어느 순간 캔디들은 매우 여성스러운 분위기로 변신하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다. 평범함 속에 비범함이 숨어 있다고 할까? 로맨틱한 원피스를 입거나 드레스 차림으로 감쪽같은 탈바꿈을 하면서 남자 주인공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강태영의 시폰드레스 차림은 김정은의 가냘픈 어깨선을 드러내는 Non-슬리브 스타일로 여성미를 뽐낼 수 있었다. 액세서리는 다이아몬드 세트로 과하지 않은 고급스러움으로 굿!

한지은은 기모노원피스와 미니웨딩드레스의 파격변신으로 미운오리의 ‘백조 씬’을 연출했다. 사랑을 완성해 가는 캔디들의 로맨틱한 변화는 해피앤딩으로 향하는 기분 좋은 설렘이 있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8-04 14:54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