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추억이 깃든 아주 특별한 맛볶음밥과 비슷한 이탈리아 요리, 새우·조개 등 해산물로 다양한 맛내기
일본드라마 <마이 리틀 쉐프> 리조또 [문화 속 음식기행] 유년의 추억이 깃든 아주 특별한 맛 볶음밥과 비슷한 이탈리아 요리, 새우·조개 등 해산물로 다양한 맛내기
음식 칼럼을 쓰다 보면 가장 흔하게 듣게 되는 말이 “맛있는 집 많이 다녀 보셨겠네요?”라는 것이다. 그럴 때 “외식은 별로 즐기는 편이 아닌데요”라고 하면 대부분 뜨악한 표정을 짓는다. 물론 어설픈 솜씨로 집에서 해 먹는 요리보다는 전문 요리사가 만든 음식이 훨씬 맛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 요리에서는 나의 입맛에만 맞는 ‘무언가’를 찾아내기가 어렵기도 하다. 그런데 만약 요리사가 직접 손님과 대화를 나누고, 그 사람만을 위한 요리를 만들어주는 곳이 있다면? 2002년 방영된 일본 드라마 ‘마이 리틀 쉐프’는 이런 특별한 레스토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세리(야다 아키코)는 시골 양로원에서 요리사를 하고 있는 21세의 아가씨이다. 새 어머니, 이복 동생과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던 그녀는 천재 쉐프였던 아버지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동생 나즈나(우에토 아야)와 함께 도쿄로 상경하게 된다. 그런데 아버지가 일했다던 레스토랑, ‘에트와르’는 이미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 버린 후였고, 오갈 데가 없어진 자매는 아버지 친구의 동생이자 에트와르의 지배인이었던 타치바나 켄사쿠(아베 히로시)의 집에 머물게 된다. 세리의 요리 솜씨에 감탄한 켄사쿠는 이들 자매와 함께 ‘프티 에트와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을 개업하지만 먹는 사람에 대해 모르면 요리를 할 수 없는 세리는 개업 첫날 미식가들로부터 혹평을 받고 만다. 실의에 빠진 이들 앞에 오래 전 세리 아버지의 요리를 맛보았다는 한 노인이 나타나고, 세리의 특별한 능력은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데….
살아온 삶이 담겨있는 입맛 드라마처럼 밥 한끼 먹으면서 온갖 사생활이 탄로 나는 식당에 과연 갈 사람이 있을지는 좀 의심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외식 산업이 대형화되면서 사람들의 입맛이 서로 비슷해져 버린 요즘, 음식이 갖는 중요한 의미 하나를 이 작품은 일깨워주는 것 같다. 즉 한 사람의 입맛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요리 전문가, 사토 요이치가 감수했다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요리들은 뭐가 뭔지 모를 정도로 다양하고 복잡하다. 그 중에서 초반부에 등장하는 조금 쉬울 것 같은 요리 하나를 들자면 세리가 켄사쿠에게 만들어 주는 리조또가 있다. 첫 회에서 세리는 켄사쿠가 마시던 와인을 가지고 요리를 만들어 낸다. 켄사쿠는 그녀의 리조또를 먹으며 어린 시절 자신을 돌봐 주었던 형과 할머니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이탈리아 요리 중에는 은근히 한식과 비슷한 것들이 많은데 리조또 역시 그 중 하나이다. 쌀이 많이 생산되는 포(Po)강 유역에서 발달한 이 요리는 이탈리아식 코스 요리 중 프리모 피아또(첫 번째 접시라는 뜻)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채 후에 바로 나온다. 밀가루 음식을 주로 먹는 지역에서는 리조또 대신 파스타를 내놓게 된다. 리조또는 우리나라의 볶음밥과 비슷하지만 좀 더 질척질척한 것이 특징이다. 들어가는 부재료에 따라 새우, 조개, 버섯 리조또 등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오늘은 조금 호화스러운 해산물 리조또를 만들어 보자.
입력시간 : 2005-02-0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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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