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태 박사 본디올 아카데미한의원 원장

"의사 선생님, 왜 이렇게 아픈 거죠?"

"어떻게 하면 빨리 나을 수 있을까요?"

"이 약을 먹으면 좀 괜찮아지겠죠?"

많은 환자들이 걱정스런 얼굴로 이렇게 물어온다. 사실 증세가 가볍든 심하든, 누구든지 병에 걸리면 어떻게 해서든 빨리 치료해서 건강한 몸으로 회복되길 바란다. 그 간절한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또 의사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의지하려는 모습에서 새삼 의사로서의 사명감도 느끼곤 한다. 그러면서도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뭔가 석연치 않은 씁쓸함이 남는다.

과연 질병을 치료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주체는 누구일까? 병이 났을 때 무조건 의사와 약에만 의존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매일 수십 명씩 이런저런 병으로 찾아오는 환자들을 보면, 질병이 마치 어느 날 갑자기 난데없이 들이닥친 침입자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침입자인만큼 싸워 이겨낼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필요한데, 그 무기는 당연히 의사가 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때문에 항상 병에 걸리면 '왜 병이 왔느냐' 를 생각해보는 대신 '어떤 병원에 가서 무슨 약을 먹을까'부터 고민하는 것 같다. 그런데 질병 중에는 청천벽력같이 갑자기 들이닥치는 것도 있지만, 평소 알게 모르게 반복해온 잘못된 생활 습관에서 비롯되는 것들이 의의로 많다. 특히 현대병, 성인병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생활과 관련되어서 발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인병은 흔히 식원병으로 통한다. 현대인에게 만연하고 있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이 불규칙한 생활 습관이나 식생활의 서구화에서 비롯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보보다 더 좋은 보약이 없다'는 말은 최근 들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설득력을 갖는다.

올바른 식생활의 중요성만 강조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운동량의 절대 부족에서 오는 갖가지 질병들이 나타나면서 과학적인 운동 요법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그에 따라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새벽 또는 밤마다 열심히 운동을 하려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렇게 생활 속에서 건강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굳이 약을 먹지 않더라도 자신의 체질에 맞게 생활함으로써 얼마든지 질병을 예방하면서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또 병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의 처방을 따르더라도 생활의 변화가 함께 이루어지지 않으면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건강법, 건강 식품, 운동 요법이라도 자신의 체질을 모른 채 무조건적으로 행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르게 된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면 보통 변비 예방법, 변비 치료법으로 아침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찬물이나 찬 우유, 찬 야채즙을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차가운 음료가 장의 운동을 자극해서 변비증상을 다스려준다는 원리에 의한 것이다.

물론 이 방법으로 효과를 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눈이 안쪽으로 쑥 들어가게 생긴 사람, 손발이 유난히 찬 사람, 입술색이 푸른 기운을 띠고 있는 사람, 눈밑이 숯을 발라놓은 듯 거뭇거뭇한 사람들은 피해야 할 방법이다. 만약 이렇게 생긴 사람이 계속해서 찬 음료를 오랫동안 마신다면 변비가 더 심해진다. 뿐만 아니라 다른 병증까지 생기기 쉽다.

눈이 들어간 사람, 손발이 찬 사람, 입술색이 푸른 사람은 원래 몸이 찬 체질이다. 이런 사람의 경우 변비로 고생한다면 그 원인의 대부분은 몸이 차다는 것이다. 그런데다가 변비를 치료하겠다고 계속해서 찬 음료를 마신다면 몸은 더욱더 냉해질 수밖에 없다. 불난 데 기름 붓는 격이라고 할까. 결국 변비 증상은 점점 심해진다.

눈밑이 검어 보이는 사람은 이미 찬 것, 날 것, 생 것에 몸이 상해 있거나 아니면 그런 음식물로 인해 몸이 쉽게 상할 수 있는 체질이다. 한의원에서 담음 형상이라고 하는데, 담음(우리가 음식물을 섭취하면 이것이 피가 되고 살이 되어서 인체에 필요한 진액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이 때 제대로 진액화되지 못한 '비생리적 체액'을 담음이라고 한다)은 십병구담이라 해서 열 가지 질환 중에서 아홉 가지가 모두 담음과 관련해서 발병한다고 본다.

담음에 의해 변비가 오기도 하고(담음변비), 배가 아프기도 하며(담음복통), 가슴이 아픈 경우(담음심통)도 있다. 이밖에도 담음은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눈밑이 검은 사람은 반드시 찬 것, 날 것, 생 것을 피해야 변비도 치료하고 건강을 지킬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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