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옥선명 교수스트레스·노화 등 원인 수만 가지… 이완·동종·아로마 요법 등으로 효과적 치료

40대 직장인 A씨는 지속되는 피로 때문에 직장생활은 물론 사생활에도 어려움을 겪어왔다. 급기야 업무실적 부진으로 승진에서 누락됐다. 주말엔 하루종일 잠을 자기 일쑤라 가족의 원성이 높다.

예전처럼 왕성하게 활동하고 싶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아 속상하다. 큰 병에 걸렸나 싶어 병원에 가봤으나 검사상 아무런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

갱년기 여성 B씨도 만성피로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겪는 지장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병원에 가면 의사가 늘 같은 말만 되풀이한다. 검사 결과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으니 치료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B씨는 치료 받지 못하는 것도 답답한데 주위 사람들에게 꾀병이라는 핀잔까지 들어야 했다.

만성피로는 삶의 질을 저하시키지만 치료가 어려운 골치덩어리 병이다.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할 만큼 계속되는 피로감 때문에 찾아오는 환자가 전체 중 20% 정도를 차지합니다. 이중 약 20%만이 검사결과 암, 당뇨, 빈혈, 간기능 저하, 갑상선저하증 등 질병이 있어 피로를 느끼는 환자들입니다.

나머지는 원인이 발견되지 않아요. 정통 현대의학적 관점으로는 이러한 만성피로는 치료의 대상이 아니며, 따라서 치료법도 없습니다.”

여의도 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옥선명교수가 만성피로 환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의도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옥선명 교수는 이처럼 1차 의료기관에서 치료 불가능한 만성피로 환자들을 대상으로 대체의학적 치료를 제공한다.

정통 현대의학에서 만성피로의 치료가 불가능한 것은 병의 원인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체의학은 이점에 착안해 만성피로의 원인규명부터 힘쓴다.

“만성피로를 일으키는 원인은 스트레스, 노화, 영양부족, 중금속 중독, 과음, 흡연 등 수 만 가지에요. 치료가 가능 하려면 피로의 원인부터 찾아내야 합니다.”

1차 의료기관에서 검사 결과 피로의 원인이 되는 병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다음 단계로 문진을 실시한다. 문진을 통해 의사는 가족력, 생활습관, 스트레스 정도 등 짐작되는 피로의 원인을 찾는다.

문진에서 음주나 흡연, 운동부족과 같이 잘못된 생활습관이 발견됐다면 환자에게 생활습관 교정을 지시한다. 생활습관에 이상이 없으면 피검사나 모발검사 등 추가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규명에 나선다.

피검사나 모발검사는 일반 검사와 달리 환자의 영양상태, 중금속오염, 대사균형까지 알아낼 수 있다. 또, 정신분석을 통해 스트레스의 정도와 원인도 찾아낼 수 있다. 원인을 찾은 뒤에는 그에 맞는 치료법을 적용한다.

영양결핍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라면 영양교정을, 노화로 인한 피로라면 노화관리를 실시한다. 지나친 스트레스에 의한 것이라면 바이오피드백이나 명상, 태극권과 같은 이완요법이나 동종요법, 아로마요법을 제공한다. 또, 중금속 오염이라면 장청소 같은 해독요법을 실시해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

“피로를 치료하는데 정답은 없어요. 피로를 야기하는 원인이 수 만가지기 때문에 치료법도 수 만가지가 됩니다. 의사와 환자가 한 팀이 되어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함께 찾아가야 해요.

환자 중에는 치료과정이 길고, 힘들어 중도에 포기해버리는 이들도 있어요. 만성적인 피로는 생명에 지장을 주지는 않지만 그대로 방치하면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기 때문에 치료해주어야 합니다.”

옥 교수는 만성질환이 특히 활동적인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병이라며,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피로의 경우 반드시 치료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의도 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옥선명 교수가 바이오피드백으로 만성피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 영양 결핍·불균형 만성피로의 주요 원인

만성피로치료에서 영양치료가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옥선명 교수는 스트레스의 정도에 따라 소모하는 영양소도 달라지며, 노화과정에 따라서도 영양상태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또, 현대인들이 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서 영양의 균형이 파괴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한다는 것. 만성피로환자의 피검사결과 의외로 많은 이들에게서 영양결핍이 발견된다는 게 의료진들의 설명이다.

“과거에 비해 잘 먹는 것 같지만, 가공식품에는 에너지를 소화해내기 위해 필요한 미세영양소가 빠져 나가 있습니다. 영양소의 부족과 불균형으로 몸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의외로 많아요.”

만성피로환자에서 나타나는 면역계의 손상이 영양과 관련이 있다는 다양한 연구결과도 있다. 아직까지 충분한 임상연구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부분적인 비타민C의 결핍 시 피로와 우울증이 생기며, 만성피로 환자에서 비타민과 미네랄이 상대적으로 결핍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카르니틴이 결핍될 경우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손상돼 일반적인 피로증상과 함께 근육통이 심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나 피검사를 통해서도 어떤 영양소가 부족한지 알아낼 수는 없다. 따라서 영양보조제는 의사의 판단에 의해 처방한다.

“키토산, 알로에, 코엔자임 Q10, 비타민C 등 시중에 다양한 영양보조제가 있습니다만 의사와 상담하지 않고 영양보조제를 복용하면 피로개선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사람마다 부족한 영양소가 다 다르기 때문에 본인에게 필요한 영양치료 프로그램을 찾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옥 교수는 사람에 따라서도 필요한 영양소가 다르고, 영양보조제 마다 약리효과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영양보조제의 효과를 매뉴얼화 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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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