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불화 일으킨 어느 공무원 이야기

한 부인이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며 방문했다.

부인과 남편은 대학 선후배 사이로 함께 공부하여 둘 다 공무원이 되었다. 남편이 상당히 고위직으로 승진하는 동안 부인은 남편과 아이들의 뒷바라지에 바빠 승진시험을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남편의 보고서를 부인이 대신 준비하기도 했다. 남편은 승진에 필요하다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느라 거의 매일 밤 늦게 귀가했다. 남편은 가족여행에도 빠지거나 함께 가더라도 잠만 잤다. 생활비도 거의 부인의 수입으로 꾸려야 했다. 부인은 남편이 가족의 일원이라는 생각을 포기한 지 이미 오래 되었으나, 공무원으로서의 경력에 흠이 될까 봐 지금까지 이혼을 피해오고 있었다.

어쩌다 휴일에 집에 있던 남편이 아들의 시험 준비를 시켜준다고 했다가 아들을 심하게 구타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입원하게 된 아들은 아버지가 집을 나가지 않으면 자기가 집을 나가겠다고 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남편은 부인이 집안 관리를 엉망으로 해서 아들이 아버지를 존경할 줄 모르는 것이라며 오히려 부인을 탓했다. 부인은 이런 남편과 더 사는 것은 자신과 아이들에게 해로울 뿐 이겠다고 생각해 이혼을 고려하게 된 것이었다.

부부 공동상담을 권하자, 부인은 남편이 남의 말을 들으러 올 사람도 아니지만 이혼하게 될 지도 모르는 남편과 함께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약물치료와 함께 몇 차례의 상담을 받고서 부인은 남편에게 따지거나 애원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우선 남편 자신이 어떻게 살 것인가는 남편이 결정할 일이지만, 부인이나 아이들은 더 이상 남편이 사는 대로 끌려 다니지는 않을 것이라고 남편에게 말했다.

또 부인 자신은 이혼하기로 뜻을 정했지만, 남편이 앞으로 하는 것을 보아서 이혼수속을 진행할 것이라고 알렸다. 그리고 만약 남편이 이혼할 생각이 아니라면 가족의 일원으로서 할 일을 찾아서 하거나, 더러는 부인과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주기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예전과 다른 부인의 태도에 남편은 상당히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남편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일단 자신도 생각을 해보아야 하니 한 달의 말미를 달라고 했다. 이후에 남편은 전과 달리 귀가가 늦을 때면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약속을 잡기 전에 부인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또 아이들의 방에 들어가서 요즈음 어떻게 지내는지 묻기도 했다. 부인이 상담 시간과 겹친다며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갈 수 있겠느냐고 묻자 선선히 그렇게 하기도 했다.

남편의 변화에 대한 부인의 느낌을 물었더니 부인은 남편이 이처럼 나올 줄은 미처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남편의 변화가 얼마나 지속될 지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어쩌면 남편이 이혼만은 피해보려고 부인의 눈치를 보다가 괜찮겠다고 생각되면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부부가 불신을 극복하고 공동의 목표를 약속할 수 있도록 부부 공동상담을 권했으나, 부인은 망설였다. 부인 자신이 그 동안 잃어왔던 자신감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고 했다.

어찌되었건 남편의 변화를 가져온 것은 부인의 결심이 확고함을 남편에게 성공적으로 알릴 수 있었던 때문이었음을 부인에게 설명하였다. 또 그 힘을 부인 자신이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앞으로도 부인이 원하는 것을 더 많이 얻게 될 것임을 말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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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룡 www.npspecial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