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일자리 주세요”

미국 미시간주 미들랜드에는 75년이나 된 유서깊은 예비 산타클로스 학교가 있다. 멋지게 수염을 꼬거나 목구멍이 아닌 가슴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웃음을 짓는 법 등을 가르친다.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길거리 행렬이나 경쾌한 캐럴, 쇼핑센터 선물 코너에 이르기까지 뭔가 심각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이 그림자를 '경기 침체'(economic slump)라고 규정했다.

이 신문은 따라서 찰스 W. 하워드 산타클로스 학교의 올해 졸업생 115명을 포함한 예비 산타들은 아이들이 요구하는 선물의 규모를 줄이게 하거나, 심지어 "아빠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나요?"라는 소원에 대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소개했다.

이 학교 동문이자 강사인 프레드 아너캄프는 기대가 바닥에 떨어진 아이들의 방문을 받기도 했는데, 얼마 전 한 아이는 단지 딱 맞는 신발 한 켤레만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너캄프는 "간혹 가족의 경제 사정을 턱없이 넘어서는 선물을 요구하는 아이에게는 '요정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거나 '북극의 장난감 생산이 늦어진다'고 이야기를 지어내기도 한다"며 "아이들은 나라가 겪는 상황의 작은 지표 또는 거울이어서 때로는 보기가 안쓰럽다"고 말했다.

어떤 산타는 크고 비싼 물건을 원하는 아이들의 기대치를 낮춰줄 의무가 있는데, 그것은 부모가 아니라 산타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 앨라배마주 경찰인 릭 패리스는 아이들에게 "세상 모든 걸 가질 수 없고, 산타도 리스트에 있는 걸 다 줄 수는 없단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고 강조했다.

미시간주 카로 출신 톰 루퍼드도 비현실적인 것은 산타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을 알려주면 부모들이 조용히 감사 신호를 보낸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고 산타가 해결할 수도 없는 '아버지의 일자리'와 같은 불가능한 소원을 요구할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루퍼트는 이때 "산타는 장난감만 취급한단다. 그래도 기도는 해줄 수 있어"라고 답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