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2일 공동집필한 정치 스릴러 ‘스테이트 오브 테러’ 발간
트럼프 행정부 빗댄 설정으로 관심 집중

트위터를 통해 소설 집필 사실을 알린 힐러리 클린턴. 힐러리(왼쪽)와 페니 작가. 사진=힐러리 트위터 캡처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소설가로 데뷔한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AP통신과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힐러리는 오는 10월12일 캐나다 출신 추리소설 작가 루이즈 페니와 공동 집필중인 정치 스릴러 소설 ‘스테이트 오브 테러’(State of Terror)를 발간한다. 힐러리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영부인, 국무장관, 민주당 대통령 후보까지 화려한 경력에 이어 이제 소설가로도 등단하게 됐다.

정치 라이벌·신임 국무장관 등 실제 경험담 소설에 담아

힐러리의 첫 소설인 ‘스테이트 오브 테러’는 자신의 정치 라이벌이 대통령이 된 미국에서 신참 국무장관으로 임명을 받은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은 세계 질서를 혼돈으로 몰아넣은 일련의 테러 공격에 직면, 미국 정부를 무력화시키려는 음모론에 맞서 이를 해결할 팀을 구성하게 된다. 평소 추리소설의 광팬으로 알려진 힐러리는 자신의 국무장관 시절 경험 등을 담아 책을 집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설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 정책에 대한 힐러리의 시각도 담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적이 대통령에 취임한 뒤 주인공이 그의 행정부에 합류했는데 4년 후 미국의 위상이 세계 무대에서 급격히 추락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다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황을 빗댄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출판사 측은 내부 인물들만이 알 수 있는 디테일한 세부 구성들이 소설 속에 담겨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힐러리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1기였던 2009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국무장관을 지냈다. 2016년 대선에서는 민주당 후보로 나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힐러리, “스릴러 소설 쓴 것은 꿈이 실현된 것”

23일 북미 최대 도서리뷰 사이트 북라이엇에 따르면 힐러리와 페니 작가의 공동 집필은 두 사람이 수년간 친밀한 우정을 쌓아오면서 결실을 맺었다. 힐러리 가족은 페니의 초대로 캐나다 퀘벡 지역에서 휴가를 보내거나 페니가 힐러리의 팟캐스트에 출연하는 등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힐러리는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페니와 함께 스릴러를 쓴 것은 꿈이 실현된 것”이라고 밝혔다. 평소 페니를 비롯한 추리소설 작가들에 대한 감탄을 표했던 힐러리는 소설 집필과 관련해 “나는 페니의 모든 책과 등장인물은 물론 그녀와의 우정을 즐겼다. 이제 우리는 외교와 배신의 복잡한 세계를 탐험하기 위해 우리의 경험을 접목시키고 있다. 모든 것이 처음 나타났던 모습과는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가장 잔인한 달’ ‘냉혹한 이야기’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페니는 처음에는 공동 집필에 대해 “바로 승낙할 수는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집필 작업에 대해서는 “위험천만한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국무부와 백악관, 국무장관의 머릿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대단한 경험이었다”라고 전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2018년부터 정치 스릴러 소설 집필

힐러리는 소설가로서는 첫 발을 떼지만 회고록 ‘살아있는 역사’ ‘힘든 선택들’ 등 영부인 시절과 대선 과정 등을 담은 다수의 에세이를 집필해왔다. 페니도 정치인은 아니지만 추리 소설에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퀘벡의 한 조용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 수사물인 ‘수사관 아르망 가마슈’ 시리즈로 이 작품은 TV 드라마로도 각색 중에 있다. 이에 북라이엇은 두 사람의 공동작업에 대해 “‘스테이트 오브 테러’는 페니 소설의 배경 변화를 의미하며 여기에 힐러리의 정치적 경험이 결합돼 스릴 넘치는 작품이 될 것이 분명하다”라고 평했다.

앞서 힐러리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정치 스릴러 소설을 집필한 바 있다. 클린턴은 2018년 6월 베스트셀러 작가 제임스 패터슨과 함께 ‘대통령이 실종됐다’를 공동으로 집필한 데 이어 오는 6월 전직 대통령 딸의 납치를 다루는 두 번째 책 ‘대통령의 딸’ 출간을 앞두고 있다.

힐러리의 첫 소설은 출판사 사이먼 & 슈스터와 세인트 마틴 프레스에서 공동 발간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힐러리는 2014년 회고록 ‘힘든 선택들’ 발간 당시 사이먼&슈스터 출판사와 1400만 달러(약 155억원)에 달하는 출판 계약을 맺었다. 이어 2017년 발간한 회고록인 ‘왓 해픈드(What Happened)’는 미국에서 일주일 만에 30만 부가 팔렸다. 이번 첫 소설에 대한 원고료 등 집필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