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대유행 이미 시작”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사진=가천대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에 차질이 우려되는 가운데,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도 커지고 있다. 국민들은 답답할 따름이다. 백신 도입 시기, 확보량, 안전성 등 정보가 부족한 틈을 타 가짜뉴스가 난무한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남일 같지 않다.

이에 대해 지난 23일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짧은 임상 경험으로 인한 불안, 이상반응에 대한 두려움 등이 겹치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감소할 수 있다”며 “정부는 가급적 빨리 코로나19 백신 접종 분석 자료를 국민에게 공개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물리적 방법 즉 거리두기 강화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정부 즉각대응팀에 참여했던 감염병 전문가다. 현재는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자문특보단으로 활동 중이다. 엄 교수는 이날 <주간한국>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거리두기’를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이미 4차 대유행이 시작됐다”며 “거리두기 단계를 일찌감치 상향했어야 맞다”고 중앙사고수습본부에 일침을 가했다. “현재 대응 체계로도 감당 가능하다”는 중수본의 입장과는 반대되는 설명이다.

지난 23일 0시 기준 국내 신규 확진자수는 797명. 엄 교수는 “유행이 커지면 커질수록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고위험군의 감염이 증가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중환자와 사망자 발생이 다시 증가하게 된다”며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하는 것도 적절한 조치는 아니다. 그는 “거리두기 단계 상향 효과는 적어도 2~3주 이후 나타나기 때문에 당장 거리두기를 상향하더라도 당분간 확진자 증가를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크다.
“코로나19 유행은 장기전이고 우리는 지금 중반전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장기전에 대비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혁신이 필요한 상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기본이라면 백신 접종은 적극적인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백신 접종을 통한 개인과 사회의 이득이 훨씬 크다는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외국에서도 안전성 논란에 휩싸이지 않았나.
“신종 감염병 자체가 불확실성을 가진 질환으로 두려움과 불안의 원인이 된다. 지난 신종플루 유행 때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바 있다. 하지만 백신 접종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그 효과로 유행이 감소하는 과정에서 두려움과 불안은 해소됐다. 희귀하지만 심각한 이상 반응에 대한 언론의 보도 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

-다른 백신 수급도 어려워졌는데.
“집단면역 형성이라는 표현이 거론되고 있는데 사실 이 부분은 백신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백신이 충분히 공급되어도 영유아를 포함한 어린이, 임산부, 면역저하자 중 급성기 상태인 환자, 다른 감염병이나 급성질환 치료 중인 환자 등은 백신 접종이 불가능하다. 또한 여러 가지 이유로 백신접종을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

-11월까지 집단면역 형성은 가능할까.
“11월까지 접종 목표인 3500만 명 이상 접종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반기부터 백신 공급이 충분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최근 거론되는 스푸트니크V 백신을 포함하는 경우 거의 확실하다고 본다. 스푸트니크V는 러시아가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승인한 코로나19 백신으로 현재 58개국이 사용을 승인했다. 한편 한미 백신 스와프는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성사가 된다면 우리나라 외교력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본다."

-백신 스와프 외에 다른 외교적 방법은 없을까.
“외교 전략보다 국내 백신 개발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충분한 투자와 행정적 뒷받침이 있다면 연내에 개발을 완료할 가능성이 높다. 외교적으로는 다국적 양산체계를 갖추는 데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해 주었으면 한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면 무엇인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현재 개발된 백신이나 항체치료제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보고가 있다. 국내 유행을 막기 위해서는 물리적 방법, 즉 거리두기 강화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거리두기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 이웃 일본의 경우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