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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 4월 ‘고용쇼크’에 고민 깊어진 美 긴축정책

  • 미국 워싱턴DC의 연방준비제도 청사. (사진=연합뉴스 제공)
헬리콥터로 달러를 살포한다는 평가를 받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변화를 예고했다. 기존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중단하고 긴축으로 돌아서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암시한 셈이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자산매입 축소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전 세계가 여전히 코로나19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백신을 앞세운 미국은 빠른 경제 회복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 통화정책 정상화라는 숙제를 던졌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연준이 공개한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은 깜짝 발언이 포함했다. 회의록은 “몇몇 참석자는 경제가 위원회의 목표를 향해 계속 빠르게 진전되면 향후 회의 중 언젠가 자산매입 속도를 조정하는 계획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CNBC 방송 등 미 언론은 연준이 통화정책의 수정 가능성을 처음 시사했다고 전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자산매입 축소는 시기상조라고 언급했지만, 연준 내부에서는 경기 회복 시 통화 정책의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 연준의 변신은 무죄?...인플레와 급속한 경기 회복 여파

연준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사태 직후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0.00∼0.25%)으로 낮추고 매월 120억달러 규모의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며 경제 회복을 지원해 왔다.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단계적으로 금리를 인하했지만, 전염병으로 인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자 어느 때도 볼 수 없던 신속한 대응으로 맞섰다.

연준의 행보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금융위기 당시 투자은행, 보험사들이 연쇄 도산하거나 위기에 몰리며 금융시장이 붕괴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달러 부족 현상으로 인해 외환시장에 위기가 감지되기도 했지만, 연준은 한국 등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며 선제적으로 위기를 차단했다.

이처럼 금융시장이 안정된 덕에 미 정부는 개인은 물론 기업들까지 경제 주체들에 대한 지원에 나설 수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국민에게 연이어 현금을 지급하는 등 지원에 나설 수 있던 것도 연준이 깔아 둔 기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경제가 고속 성장하면서 나타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바이든 정부의 대규모 투자 대책이 더해지며 현 수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갈 근거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통화정책이 정상화된다면 자산매입 축소와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양방향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자산매입 축소를 우선 시작하고 자산매입이 마무리될 무렵 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 것이란 것이 중론이다.

연준은 완전고용과 평균 2%의 물가 상승률을 통화정책 정상화의 기준점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기준은 금리 인상에 대한 것으로 봐야 한다.

시장에서는 내년 1월경 자산매입 축소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갑작스러운 결정보다는 충분한 시기를 두고 사전 예고한 뒤 시행이 불가피하다.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종료를 시사하자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외환 및 주식 시장에 큰 혼란이 벌어졌던 ‘긴축발작’(Taper Tantrum)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혼란이 확산하자 연준은 자산매입 축소가 없다고 수습할 수밖에 없었다.

연준의 깊어가는 고민…고용과 투자지표 변수가 관건

자산매입 축소가 올해 하반기 중 예고 후 내년 1월 시작된다면 금리 인상은 그보다 상당 기간 늦은 2023년으로 점쳐진다. 지난 20일 뉴욕 연준의 조사에서도 대형 은행들은 첫 금리 인상 시점을 2023년 3분기로, 자산매입 축소는 내년 1월로 예상했다.

통화정책 정상화는 금융 자본 시장과 가상화폐 시장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최근 순식간에 30%나 추락한 배경에도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은 빠지지 않는다.

피터 부코바 블리클라 어드바이저리 그룹 수석 투자책임자는 “비트코인이 투기와 위험 선호의 지표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은 위험을 회피할 때”라고 설명했다.

연준이 채권매입 축소를 시작으로 긴축 기조로 전환하면 국채 등 시장금리가 먼저 오르고, 장기금리가 뛰면 이를 잡기 위해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미국 경제 회복 속도가 타국을 앞지르고 있는 상황에서 긴축이 시작되면 세계 경제의 흐름이 더욱 미국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미국 금리가 올라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전 세계에 흘러갔던 달러가 미국으로 회귀하며 또 다른 위기를 촉발할 것이란 우려다. 미국 경기를 감안하면 금리 인상이 맞지만 전세계 상황을 고려하면 일방통행식 금리 인상이 적잖은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연준의 FOMC 의사록이 공개된 후,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1.62%에서 1.69%대까지 치솟았지만 상승 탄력을 이어가지 못한 점도 주목된다. FOMC 회의록 공개 하루 뒤인 지난 20일 미 국채금리는 오히려 하락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반영하는 5년물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59%로 축소됐다.

2%까지 치솟는다던 미 국채금리가 1.6% 수준에서 머물고 있는 상황도 당초 예상과는 차이를 보인다. 이는 고용과 소비지표 등에서 여전히 돌발 변수가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스티븐 리치우토 미즈호 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3월과 4월에 이미 경제 활동의 최고 수준에 도달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예상과 달리 이미 미 경제 회복이 정점을 찍고 이후에는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만큼 현 시장 상황을 예측하는 게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만 예상하지 못한 고용쇼크가 변수이다. 당초 4월 신규 고용은 100만명을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27만명에 그친 고용 쇼크 상황이 나타났다. 현 경제 상황 예측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미 프로야구의 전설 요기 베라의 예측은 코로나19 경제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뉴욕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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