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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객원기자 칼럼] 100년 만에 변화하는 ‘글로벌 법인세’

  •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콘월 카비스베이 양자회담장 앞에서 참가국 정상들과 기념촬영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5일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회의에서 국제적으로 법인세율을 최소 15%로 하자는데 합의가 이뤄졌다. 이어 런던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도 이러한 합의가 추인됨으로써 사실상 국제규칙으로 정해지는 모양새다.

이러한 합의는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의 법인세 도피 행각은 뿌리 깊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매출이나 이익을 세율이 낮은 국가로 이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IT가 부상하면서부터는 서버를 저세율 국가에 두고 서비스는 다른 나라에 제공함으로써 막대한 세금을 절약하는 것이 또 하나의 추세로 굳어졌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구글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매출로 2201억 원, 영업이익으로 155억 원을 거뒀다고 신고하고 법인세로 96억 원을 냈다. 하지만 IT업계에서는 구글코리아의 매출이 최소 3조2100억 원은 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영업이익도 과소신고됐음이 틀림없다.

한국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으면서 발생하는 매출은 구글코리아가 아니라 싱가포르에 있는 구글아시아퍼시픽에 잡힌다. 서버가 구글아시아퍼시픽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최고 법인세율은 27.5%(지방세 포함)지만 싱가포르는 단일세로 17%에 불과하다.

이러한 사정은 유럽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의 IT 패권을 미국이 잡으면서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이 자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둬가는 것을 눈뜨고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내는 세금은 미미해 분노가 끓어올랐던 것이다. 이에 따라 유럽 국가들은 디지털세라는 것을 신설해 자국 내에서 수익을 거두는 미국 IT기업에게 매출의 2~3%를 과세하기에 이른다.

미국이라고 해서 이러한 상황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아무리 구글, 페이스북이 자국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까지 입어 경기부양이 절실한데 법인세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져 세수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그동안 국채를 발행해 빈틈을 메워왔지만, 미국 국가부채비율도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어서 그것도 만만치 않은 경지에 이르렀다. 이번 글로벌 법인세에 대한 합의는 이러한 양국의 사정이 맞물려 이뤄진 타협이다.

이와 관련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논의되는 글로벌 법인세 개편안은 구체적으로 두 가지다. 첫째는 실제 매출이 발생한 나라에 세금을 내도록 하고(필라1), 둘째는 각국이 다국적 기업에 대해 최소 15%의 ‘글로벌 최저법인세’를 징수하는 방안(필라2)이다.

필라1은 영업이익률이 10% 이상인 글로벌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되, 이들 기업이 거두는 초과이익분의 최소 20%에 대해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서 세금을 매기도록 하는 것이다. 예들 들어 구글 초과이익이 1000억 달러고 매출 중 10%가 한국에서 발생했다고 하자. 그러면 초과이익의 20%인 200억 달러에 대해 한국정부는 ‘200억 달러×10%(매출비율)×27.5%(법인세율)=5억5000만 달러’를 법인세로 징수할 수 있게 된다.

필라2는 조세피난처로 매출을 이전하는 경우를 방지하는 목적을 가진다. 본사를 미국에 둔 구글이 세율이 0%인 조세피난처에서 매출의 50%를 거둔다면 지금까지는 그에 대한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이 규칙이 적용되면 미국 정부에도 매출 50%에 대해 15%의 세금을 추가로 내어야 한다. 조세피난처로 매출을 빼돌리려는 유인이 약해지고 미국 세수는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세율이 낮은 국가는 손해를 보고 그렇지 않은 국가는 이득을 보게 된다.

이러한 규칙은 향후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OECD에서 논의를 거치면서 더욱 구체화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글로벌 대기업을 어떤 기준으로 정할 것인지, 초과이익은 어떻게 정의하고 계산할 것인지는 미정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또 유럽국가들이 부과하고 있는 디지털세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도 논란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규칙 제정은 글로벌 법인세의 원칙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음을 알려주는 경종이다. 고정된 사업장이 있는 곳에 세금을 낸다는 대원칙이 깨졌기 때문이다. 그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과도하게 세계화된 경제와 더불어 미국 IT기업의 독점력 강화가 깔려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어 경기를 진작시키고 있다. 또 고령화와 양극화로 인한 문제를 해결키 위해 역시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서 4조 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막대한 재정의 필요성에 반해 글로벌 기업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세계 이곳저곳에 분산시키면서 세금을 회피하고 있고 그 최전선에는 글로벌 IT기업이 있다. 글로벌 IT기업은 또한 과도한 독점으로 인한 횡포 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분할을 거론할 정도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번에 추진되고 있는 글로벌 법인세 개편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면서 동시에 유럽이 부과하는 디지털세도 폐지하려는 미국의 계산에 따른 것이다.

글로벌 법인세 개편은 한국 기업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에도 역시 글로벌한 사업영역을 가지고 있는 수출대기업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으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기업 매출의 70.6%가 해외에서 나왔고 특히 삼성전자는 해외매출이 전체의 85.2%를 차지했다.

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1개 대기업 집단의 조세회피지 소재 역외법인은 모두 22곳 473개로 나타났고 이 중 싱가포르가 146개로 최다였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하면 국내 기업도 과녁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다. 조세개혁 대상은 현재는 글로벌 IT기업이지만 OECD에서는 제조업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법인세 개편은 기본적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이라는 두 고래의 싸움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줄이고 국가의 역할을 늘려야 한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우리가 수동적인 자세로 변화를 지켜만 본다면 예기치 않게 수세에 몰릴 수 있다. 변화의 동인과 추세를 분명히 인식하면서 국제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

●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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