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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 종전선언 재고 있는 美…엉뚱한 곳으로 튀는 北

한국의 의지 이루어질까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를 받고 있는 이수혁 주미대사.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가 종전선언 성사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대화 요구에 ‘로키’로 접근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의외의 돌출 행동을 이어가고 있어 향후 전망을 가늠하기 더욱 어려워 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문 대통령의 유엔(UN)총회 연설 이후 종전선언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연이어 발산하고 있다. 조현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대사는 지난 11일 뉴욕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비핵화는 반드시 성취해야 할 목표이고, 종전선언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루 뒤인 12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워싱턴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난 후 “종전 선언에 대한 우리의 구상을 미국에 설명했고 양측이 긴밀히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리 쪽이 연이어 미국에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 측의 상황은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수혁 주미 대사는 국정감사에서 “한미 고위층이 종전선언의 목적과 방법, 과정, 영향력 등을 깊게 협의 중”이라고 설명하면서 “미국이 진지하게 종전 선언을 다루고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 대사는 “미국의 방향성을 공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 대사의 발언은 내년 5월 문 대통령의 임기 종료 이전에 종전 선언 성사를 희망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와 미국의 접근 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실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발표한 서 실장과 설리번 보좌관의 회담 결과는 우리 쪽의 발표와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에밀리 혼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의 성명에는 종전선언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

혼 대변인은 설리번 보좌관이 북한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면서 “북한이 위협적인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미 조야에서는 이미 종전 선언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목격되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워싱턴에서 한국 정부가 종전선언을 평화협정과 다른 정치적 선언으로 규정한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다고 전했다.

제임스 서먼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휴전 상태를 벗어나려면 협상을 거쳐 도출된 평화조약이 필요하며, 여기에는 세부 사항이 충분히 담겨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종전선언이 평화조약을 위한 출발점이라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 상반된다.

문 대통령이 외교적 유산을 남기겠다는 의지 하에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고 한 것에 대해 “(종전선언의) 중요성을 축소해 미국이 무엇인가에 서명하도록 설득하기 위함”이라고 지적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한반도 안보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정치적 문서라면, 무슨 소용이 있으며 무슨 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미국 측 안보 관계자들은 종전 선언 시 유엔군 사령부의 입지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유엔군사령부가 한국전쟁 도발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불법 기관이라며 해체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미국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새로운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도 우려할 대목이다. 미국은 76차 유엔 총회에서 유엔 인권 이사국으로 선출됐다. 미국은 2018년 인권 이사회에서 탈퇴했고 이후 북한의 인권은 미국과 한국의 무관심 속에 방치됐다.

이런 상황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인권에 대해서는 어떠한 타협도 없다는 점을 지속해서 강조해왔다. 미국이 인권 이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에 나서면 북한이 도발 수위를 한층 끌어올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인권이사회 복귀에 대한 성명에서 “미국은 인권이사회가 가장 높은 인권 수준을 지키고 전 세계의 불의와 압제에 맞서는 일을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인권이사회는 잔학행위를 기록해 인권 유린을 저지른 이들에게 책임을 묻고 인권과 근본적인 자유를 보호하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인권 탄압에 앞장선 국가와 지도자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북한도 미국의 인권 문제 경계 대상임을 부인할 수 없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 인권특사는 “미국이 인권 이사국으로 선출되면서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한 관심을 증폭시킬 것”이라면서 “북한은 지독한 인권 실태 때문에 인권이사회가 제일 관심을 쏟는 나라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미국은 종전 선언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북한이 엉뚱한 돌발 행동에 나서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1일 국방발전 전람회 ‘자위-2021’ 기념 연설에서 “강력한 군사력 보유 노력은 평화적인 환경에서든 대결적인 상황에서든 주권국가가 한시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 당위적인 자위적, 의무적 권리”라고 밝혔다.

북한이 군사 무기 박람회를 개최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김 위원장이 이 행사에서 연설한 것도 전례를 찾기 힘들다. 그만큼 복잡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최신형 미사일들을 배경으로 ‘철천지 원쑤’라며 적대했던 미국과, 대적관계를 선언했던 한국에 대해 자신들의 주적이 아니라 전쟁이 주적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김 위원장이 ‘차력쇼’에 가까운 인민군들의 퍼포먼스를 지켜보는 장면까지 노출했다.

CNN방송은 일련의 상황에 대해 “지금껏 본 적이 없는 행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미국도 북한의 행동을 분석하고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이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뉴욕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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