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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 북 연쇄 미사일 발사에도 미국 대북 접촉 시사

바이든의 선택은?
  •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사진=연합뉴스 제공)
“우리는 평양에 직접 접촉했다. 우리는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으며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의도가 없다.”

지난 19일(현지시간) 필자를 포함해 뉴욕 맨해튼 소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소사이어티 연례 만찬 참석자들은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화상 연설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한 민간 차원의 모임, 그것도 한국 대표기업인 LG와 미국 GM의 동반자 관계에 대해 상을 수여하고 축하하는 자리에서 국무부 핵심 당국자가 북한을 겨냥한 발언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셔먼 부장관은 일단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규탄했다.

하지만 외교 전문가들이 아닌 한국과 미국 경제인들이 대거 모인 자리에서 북미 협상 재개를 강조한 것은 향후 북미 관계 개선 시 경제인들의 기여가 중요하다는 기대를 포함한 것일 수도 있다.

이날 행사에 역시 화상으로 찬조 연설한 메들린 울브라이트 전 국무부 장관도 민주당 인사로는 상당한 북한 전문가다. 두 사람은 함께 방북해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논의했던 바 있다.

북한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미 국무부 현직 최고위급 인사인 셔먼 부장관이 평양과 직접 접촉했다고 다수의 한인 앞에서 발언한 것은 북미 간의 접촉을 통한 대화가 열릴 계기가 멀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셔먼 부장관의 발언은 지난 14일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이 “우리는 북한에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고 발언한 것에 비해서도 상황이 진전됐음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에 구체적인 제안을 직접 만나 전달했다고 한 만큼 북한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마침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방한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마이크 폼페이오 전 CIA 국장이 국무부 장관을 역임하며 대북 협상을 주도한 것을 생각하면 외교라인보다는 정보라인을 통한 접촉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당시 “(대북 협상이) 답보 상태에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는 않다”고까지 말하며 직접 대면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이 북한과 직접 접촉했다는 사실을 밝히기에 이르기까지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지속하며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은 규탄이라는 입장을 내놨고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까지 소집하자 북한이 이에 반발하며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 회의는 성명 없이 마무리되며 우려됐던 북미간 긴장 확산은 벌어지지 않았다.

관심은 미국이 북에 내놓은 제안이 무엇인지, 여기에 종전선언은 포함되는지다. 북한이 보기에 만족할 만한 제안이 아니면 도발의 수위를 더욱더 높이며 미국의 인내심을 시험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북의 도발이 커질수록 미국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 신생 싱크탱크 ‘책임 있는 국정 운영을 위한 퀸시 연구소’의 제시카 리 동아시아 담당 수석 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리 연구원은 포린 폴리시 기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북의 공포 조장을 무시하고 진정한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리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가 종전 선언에 대해 침묵하는 상황이 진지하고 심각하게 고려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리 연구원은 1952년 미 대선에서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후보가 한국전 종식을 공약하면서 “나는 한국으로 여행을 할 것이다. 그래야만 평화를 위해 미국 국민에게 최선을 다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을 상기했다. 아이젠하워는 당선 후 당선인 신분으로 한국을 방문하며 약속을 지켰다. 리 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이젠하워의 공약을 이행할 기회를 이어받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수십 년을 보냈다. 미 정치권에서 그보다 더 외교 분야에 전문적 식견을 가진 이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런 바이든 대통령에게 주적은 중국이다. 미국인들의 관심도 북한이 아닌 중국으로 돌아선 지 오래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강조하고 미국의 부흥을 추구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따돌리고 미국을 절대 1강 국가로 이끌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 중이다.

중국과의 갈등에 주력하기 위해서도 북한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이 풀고 가야 할 숙제다. 미국의 정치 경제 분야 핵심 동맹인 한국과 일본과의 연합을 위해서도 북한에 대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

미 국무부 정치 군사 문제국 분석가를 지낸 베넷 램버그 박사는 좀 더 과감한 제안을 내놓았다. 램버그 박사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시점이 도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외교관계 수립을 통한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중국의 핵 개발 와중에 미·중 관계 정상화를 시킨 것도 같은 예라고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핵보유국 간에 외교관계가 없는 예는 미국과 북한뿐이다. 램버그 박사는 반복되는 회담 실패의 역사를 고려할 때 낚싯줄의 미끼를 끊고 용납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때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램버그 박사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우선 제3국에서 ‘반관반민’ 회의를 열어 접촉을 시작한 후 당국자가 참여하는 회담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뉴욕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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