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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 집권 1년차에 무너지는 바이든…북미 관계 개선도 멀어질까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워싱턴 AFP=연합뉴스 제공)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 후 10개월이 지났다. 통상 미 대통령 집권 첫해는 자신의 정책을 추진해 밑그림을 만드는 때다. 집권 2년 차에는 중간선거가 시행되기 때문에 서둘러 정책 집행에 나서야 한다. 중간 선거는 통상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로 불린다. 많은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어려움을 겪고 레임덕에 시달리곤 했다.

취임 이후 각종 정책에서 헛바퀴만 돌리던 바이든 행정부는 집권 2년도 아닌 9개월 차에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다. 수도 워싱턴DC와 접한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 인사가 당선된 것은 바이든 행정부에 치명적 타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1년 후 열릴 중간선거에서도 민주당이 패배하면 바이든 정부가 식물화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미국 정가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인기 추락을 감지하고 있었지만, 유권자들의 심판은 더욱 냉정했다. 버니지아주는 물론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졌던 뉴저지주에서도 현직인 필 머피 주지사가 고전 끝에 극적으로 생환했다. 버지니아와 뉴저지주 모두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낙승을 거뒀지만 이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대로라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은 이미 불가능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론 조사도 바이든 대통령의 추락을 보여준다. 선거 당일인 지난 2일(현지시간)에 발표된 하버드대학교 미국정치학센터와 해리스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직무지지도는 43%로 나타나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견 51%에 크게 못 미쳤다.

선거 하루 뒤인 3일에 나온 라스무센 여론조사에서는 지지 응답이 44%로 지지하지 않는다에 비해 11%포인트나 격차가 벌어졌다. 라스무센의 조사가 보수성향이라는 점을 고려 해야 하지만 바이든의 인기가 추락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인지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미국 국민의 실망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버드대-해리스 조사에서 바이든 직무지지율은 10월 들어 한 달 만에 5%포인트나 추락했다. 하버드-해리스 여론조사 공동책임자인 마크 펜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으며 그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민주당 지지층뿐”이라고 분석했다. 마크 책임자는 아프간 철군 혼란과 델타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8월 이후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경제 및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한 행정부의 평가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 하버드-해리스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38%만이 민주당의 활동을 지지한다고 했고 55%는 반대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을 견인한 진보세력과 기존 중도 세력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갈등하는 상황이 대통령의 발목까지 잡은 데 대해 유권자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급격한 물가 상승에 기반한 유권자들의 불만을 무마하려면 ‘외치’라도 성공해야겠지만 이 또한 낙제점이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 불거진 혼란에 대한 여론의 불만은 국가안보 분야 대응에 대한 불만으로 나타나고 있다. 폴리티코/모닝컨설트 조사에서는 유권자들의 40%만이 바이든 대통령의 국가안보 정책을 지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견제를 위한 오커스(AUKUS) 출범 과정에서 유럽의 핵심 동맹국인 프랑스를 배제한 것으로도 연이어 타격을 입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 차 유럽을 방문하던 중 에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우리가 어설펐다”며 사과했다.

‘외교의 달인’으로 평가받던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관계 설정도 어설펐다고 인정한 상황이 적대국이나 경쟁국과의 관계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이 동맹을 복구하겠다는 약속 역시 실현되지 않고 있다. 연이은 외교 참사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하락은 새로운 정책 도입에 대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현 상황에서 기존 정책을 과감하게 전환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도전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대북 정책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정책 검토를 마무리했지만, 북미 대화가 경색된 상황에서 어떠한 진전도 만들지 못했다. 우리 정부가 종전선언을 앞세워 북미 관계의 톱니바퀴가 돌아가도록 노력해도 정권의 존립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적극적인 대북 정책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도 북한 문제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기후 변화 대응과 중국 견제만으로도 힘이 벅찬 모습이다. 30년 가까운 의정활동 대부분을 외교위원회에서 보내며 외교 전문가라는 세간의 평가도 무색해졌다.

이처럼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마저 흔들리는 상황에서 북한이 북미 대화를 굳이 재개할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바이든 정부의 어려움이 가중될수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무리하게 대화를 선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전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계승하는 듯한 바이든 정부에 대한 북한의 시선이 고울 수는 없다. 북한은 오히려 북한 비핵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싶어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대선 도전은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추락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출마와 당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지면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추진할 동력을 상실케 할 것이 자명하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복귀하면 집권 초반부터 북한 비핵화를 적극 추진할 수 있다. 바이든 정부와의 차별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그가 재임 시 이루지 못한 마지막 퍼즐을 스스로 풀어야 하는 탓이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뉴욕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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