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미사일 요격체계 ‘천궁-II’ 첫 수출 쾌거…‘T-50’ 국산 훈련기까지 이어질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두바이에서 열린 한-UAE 수소협력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지난 15일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등 중동 3국 순방을 떠난 문재인 대통령은 먼저 UAE 일정을 마치고 18일 UAE 두바이 왕실공항을 통해 두 번째 순방지인 사우디 일정을 소화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초청으로 사우디를 공식 방문한 문 대통령은 20일 이집트로 이동해 중동 3국 순방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UAE 방문이 큰 주목을 받았다. 우선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외교참사’로까지 이어질 뻔했던 UAE와의 관계를 어렵게 봉합했던 과정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후 관계가 서서히 정상화되면서 이번 문 대통령의 방문은 양국이 ‘기적의 동반자’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 과정에서 ‘천궁’으로 잘 알려진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를 처음으로 수출하는 쾌거로 연결됐고, 심지어 국산 고등훈련기 수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 외교부터 임종석 역할까지 韓·UAE ‘찰떡 궁합’

한국과 UAE의 외교는 상당히 끈끈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80년 수교 이후 한국 건설사들이 대거 진출했고, 특히 이명박 정부 때 원자력발전소 사업을 수주해 양국 관계는 절정에 이르렀다.

다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이 원전 수주 과정에서 ‘UAE 유사시 한국군 자동개입’이라는 내용의 비공개 협약이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양국 관계가 경색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 조항의 조정을 UAE 정부에 요청했고 UAE 정부가 강력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로 인해 인수인계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신정부가 들어선 부작용이기도 하다.

이후 당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UAE로 건너가 이 갈등을 봉합했고 문 대통령은 외교관계의 특수성과 이전 정부의 비공개 결정 존중이라는 명분을 기반으로 이 사안에 대해 앞으로 시간을 가지고 조율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어느 정도 봉합된 양국 관계는 2020년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17개국이 한국에 진단키트 지원을 공식 요청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우리 정부는 그 중 UAE에 가장 먼저 진단키트 5만여개를 수출하면서 양국 관계는 완전히 정상화됐고 이번 중동 순방에서 다양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초석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의 역할이 주목을 받고 있다. 비서실장 시절 양국 갈등 봉합의 선봉에 섰던 임 특보는 현재 문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수행 중이다. 임 특보는 지난 17일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만나 양국의 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하는 등 사실상 한국과 중동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 특보는 이날 UAE 두바이 프레스센터에서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인 천궁-II 수출이 당장 단기적으로는 두드러진 성과로 보이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양국이 수소 협력을 전방위 확대키로 한 것이 의미가 크다”면서 향후 한국 기업들에게 지속적인 기회의 장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UAE 환경조건 감안한 맞춤형 전략…‘천궁-II’ 수출 성공 요인

이번 문 대통령의 UAE 방문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한국형 유도무기체계가 처음으로 수출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한화시스템은 UAE와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II(MSAM-II, 천궁-II) 다기능레이다(MFR)’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한화시스템에 따르면 계약 규모는 약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로 사상 최대다.

천궁으로 더 잘 알려진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 무기체계다. 한화시스템은 천궁의 눈 역할을 하는 핵심 센서인 MFR을 성공적으로 개발해 2020년 전력화를 마쳤고 2023년까지 천궁 MFR 성능개량형(천궁-II MFR)을 양산 및 공급할 예정이다.

한화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천궁-II MFR을 UAE 환경조건에 맞게 개량 후 공급할 예정이며 이번에 확보된 개량형 수출 모델로 향후 중동·동남아 수출시장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또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레이다 기술을 바탕으로 ‘장사정포 요격체계’ 개발을 통해 국내 레이다 기술을 한 번 더 향상 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UAE는 국산 ‘T-50’ 고등훈련기 도입 사업에도 관심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하메드 아프메드 알 보와르디 UAE 국방특임장관이 다음 달 방한해 항공우주산업(KAI)을 방문할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특히 UAE는 2008년 이탈리아 기종의 훈련기 도입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훈련기 노후화에 대응하기 위해 문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한국산 훈련기 도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임 특보가 “천궁-II 수출이 당장 단기적으로 두드러진 성과로 보이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언급한 사실이 다시 부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소경제 협력 방안 논의…원전 수출 세일즈까지 이어져

이번 중동 순방에서 문 대통령은 UAE에서 수소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청정 수소를 사오고 수소 관련 기술을 수출하는 형태의 협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UAE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2050년 탄소 중립 계획’을 발표하는 등 수소 경제에 적극적인 국가다. 특히 UAE는 청정 수소 생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UAE 경제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린수소와 블루수소의 생산에 강점을 가진 UAE와 수소차와 충전소, 연료전지, 액화운송 등 수소의 활용과 저장·유통에 강점을 가진 한국이 서로 협력하면 양국은 수소 경제를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양국 주요 기업인이 참여한 ‘수소협력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도 열렸다. 이 자리에는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비롯해 한국석유공사, SK가스, GS에너지, 포스코, 현대자동차, 두산퓨얼셀, 삼성물산, E1, 수소융합 얼라이언스,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수출입은행 등의 한국 기업 대표단 16명이 참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양국은 지난해 3월 정부간 수소경제 협력 MOU 체결 후 GS에너지가 UAE ADNOC사 주도의 블루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협력을 진행해 왔다”며 “탄소중립 시대 수소경제의 중요성이 부상하고 수소 관련 프로젝트가 가시화됨에 따라 양국 기업들의 수소 생산-운송·저장-활용 전주기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지난 18일 사우디 리야드에서는 ‘제3차 한-사우디 비전 2030위원회’가 개최됐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번 사우디 방문에서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한 ‘원전 팀코리아’가 UAE에 이어 사우디에서 원전 수출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문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한전은 18일 리야드에서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 등과 수소 생산·연료류 천연가스 전환 등 탄소중립 이행 공동 협력방안을 협의하고 원전 수출 세일즈에 돌입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