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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코스튬플레이 위상] '코스튬플레이' 대중화 넘어 예술 속으로
1400개 동호회 10만 명 이상 활동 매년 수십 개 행사·공모전·캠프 열려
1995년 전후 일본 문화 개방과 함께 국내 본격 소개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전국 코스튬플레이 대회(위)
2008 한일만화페스티벌 개막(dkfo)


“박수홍 세일러문 분장 사진 좀 구해다 주세요. 어제 상상플러스 보고서 하도 웃어댔어요. 특히 박수홍의 세일러문 분장이 제일 웃겼어요.”

인터넷 코스튬플레이 카페에 올라온 회원의 글이다. 몇 해 전 만화 속 주인공을 그대로 패러디한 코스튬플레이 복장은 코미디 소재로 등장하거나 오타쿠 문화(특정 분야에 마니아보다 더 심취해 있는 사람을 일컫는 일본어)로 취급 받아왔다. 방송과 공연 현장에서 만화, 게임, 유명인사를 패러디 한 코스튬플레이를 종종 볼 수 있지만, 이들은 웃음과 냉소의 대상이었다.

청소년의 하위문화쯤으로 취급받아온 코스튬플레이 문화가 달라졌다. 인터넷 동호회를 중심으로 생겨난 코스튬플레이 인구는 현재 1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인기에 힘입어 매년 수십 개의 행사와 공모전이 개최되고, 방학이면 코프튬플레이 캠프가 열린다.

이런 현상은 ‘장르 퓨전, 해체와 재구성’이라는 21세기 아트 흐름과 맞물려 만화 속 이미지를 해체하고 변형시킨 미술작품, 예술장르로 주목받고 있다.

■ 수십 개 문화행사 개최



의상(Costume)과 놀이(Play)의 합성어인 코스튬플레이는 만화나 게임, 영화의 등장인물로 분장하고 말투나 행동을 모방하는 행동을 말한다. 만화나 게임뿐만 아니라 가수, 영화배우, 역사적인 인물 등 현존 또는 가상 인물의 의상, 소품, 동작을 통해 재현하는 캐릭터의 패러디화다.

흔히 알고 있는 ‘코스프레’는 코스튬플레이의 일본식 약어다. 코스튬플레이를 더 세분화해 애니메이션과 만화캐릭터를 흉내 낸 것을 코스프레라고 말하기도 한다.

코스튬플레이 문화가 국내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1995년 전후로 일본문화개방과 함께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모방한 코스튬플레이가 인기를 끌면서다. 당시 무분별한 일본문화 수입에 대한 우려와 함께 코스튬플레이가 청소년의 일탈 문화로 소개된 탓에 90년대 중반, 코스튬플레이를 즐기는 인구는 ‘왜색에 무감각한 청소년’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인터넷 문화가 활성화 되면서 카페와 동호회가 생겨났고 대학 의상과에 무대의상 디자인이 선보이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특히 코스튬플레이 의상의 제작과 구매, 대여를 전문으로 하는 인터넷 홈쇼핑 몰이 생겨나고, 컴퓨터 게임 출시 등 문화 상품 홍보 행사에 코스튬플레이가 적극 활용되면서 하나의 산업으로 부상했다. 최근에는 국내 애니메이션과 영화, 게임 등 장르와 캐릭터가 다양해지고 코스튬플레이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관련행사도 늘었다.

이제 한 해 열리는 코스튬플레이 행사는 수십 개가 넘는다. 아마추어 만화 전시회에서는 물론이고 SICAF(Seoul International Cartoon and Animation Festival: 국제만화축제)의 한 파트가 됐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코스튬플레이 행사는 매달 개최되는 코믹월드 서울, 2개월에 한 번 개최되는 코믹월드 부산 외에 중부권만화& 코스프레 DICU 등이 있다. 또한 ACA, SIACF와 게임 엑스포 등에서 하나의 부대 행사로도 진행된다. (도표 참조)

■ 문화산업으로 발전할 수도



국내 코스튬플레이 추산 인구는 10만 명 이상. 코스튬플레이 동호회가 1,400여 개에 달하는 가운데, 국내 최대 코스튬플레이 동호회 ‘물파스닷컴’의 회원 수 13만 2천여 명, 코사모(코스프레를 사랑하는 모임)회원 2만9천여 명 등 인터넷 동호회 회원 수만 더해도 이 숫자를 너끈히 넘어선다.

전문가들은 이들 중 공모전과 이벤트에 참가하는 코스튬플레이 마니아만 국내 수 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한다.

코스튬플레이를 즐기는 인구 중 여성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한다. 백천의 서원대 교수의 논문에 의하면 코스튬플레이 인구 중 여성이 73.7%, 남성이 26.3%로 여성이 더 많다.

마니아층은 대부분이 의상을 직접 만들거나 대여, 구매하는 방식으로 코스튬플레이를 즐기는데, 코스튬플레이 전문 운영 숍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연령대는 중고등학생이 전체 인구의 75%를 차지한다. 대학생의 비율은 16%로 90년대 중고등학생 때 처음 코스튬플레이를 접한 1세대 코스튬플레이 마니아 층이 대학생으로 세대가 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보다 코스튬플레이 문화가 앞서 도입된 일본의 경우 1세대 코스튬플레이어(코스튬플레이 의상을 입고 캐릭터를 재현하는 사람)인 40대가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사실을 감안하면 시간이 지나면 국내 30~40대 놀이문화중 하나로 코스튬플레이가 발전할 수 있을 가능성도 보인다.

코스튬플레이어의 거주지역은 서울·경기(39%)와 부산·경상지역(39%)이 우세하다. 한 두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서울코믹과 부산코믹이 정기적으로 개최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산·경상지역은 인구대비 코스튬플레이어 숫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국내 코스튬플레이가 일본문화의 영향이라고 볼 때 일본과 가까운 지리적 접근성 때문에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코스튬플레어의 활동은 의상과 액세서리를 직접 만들거나 구매, 대여하는 소비행위로 이어진다. 국내 코스튬플레이어들은 1회 코스튬플레이를 할 때 의상 비용을 10~15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한다.

이들이 대부분 학생 신분임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1/4가량은 15~20만원 가량의 돈을 지출한다고도 했다. 액세서리나 기타 비용으로도 절반 이상이3~4만원 돈을 지출한다. 앞으로 의상, 소품, 홍보이벤트 등 코스튬플레이 관련 산업이 충분히 발전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영국과 일본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코스튬플레이 관련 산업이 흥행중이다. 관련 의상 가게는 물론, 코스튬플레이 복장을 하고 차를 마시는 코스튬플레이 카페와 코스튬플레이 의상제작과 공연을 직업으로 하는 프로 코스튬플레이어도 등장했다.

■ 대리만족으로 스트레스 풀어



코스튬플레이가 점차 대중화되고 있는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이 ‘대리만족’을 꼽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나 영화, 게임 캐릭터가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들의 복장을 입고 행동함으로써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의 자신과 전혀 다른 모습과 태도로 스트레스를 풀고 자기표출 욕구도 충족시키는 일종의 ‘역할극 놀이’이다. 세상 삶이 점차 어려워질수록 일종의 ‘변신’을 통해 현실의 어려움을 견딜 힘을 얻는다면 긍정적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의류업체를 통해 대량 생산된 옷이 아닌 평소의 차림과 다른 독특한 의상으로 개성을 마음껏 연출할 수 있다는 점도 코스튬플레이의 매력으로 꼽힌다.

도당고등학교 2학년인 김윤미(18) 양은 코스튬플레이 공모전과 이벤트 행사에 종종 참여할 정도로 열혈 마니아를 자처한다.

“행사 초기에는 행사장 탈의실에서 코스튬플레이 의상을 갈아입고 수줍어하는 팀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집에서부터 의상을 갖춰 입고 당당하게 오는 팀들도 많다”라며 “아직도 이상한 눈으로 보는 어른들도 있지만, 코스튬플레이어들은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적게는 수 주일에서 많게는 수 개월까지 투자한다.

현장에서의 완벽한 연기를 위해 의상에서부터 대사, 춤까지 철저히 연습하는 등 진지하게 임한다는 점도 알아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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