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친소'·MB라인·고려대 교우회 따라 운명 엇갈려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예술 관련 주요 산하기관은 21개<표> 정도다. 이 기관들은 각자 맡은 예산 안에서 공공서비스를 집행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 문화유산을 보존, 전시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현대적인 미술품의 향유 기회를 일반국민에 폭넓게 제공한다. 국립중앙극장은 관현악, 발레 등의 각종 순수공연을 펼치는 곳이다. 예술의 전당 역시 오페라 공연 등의 순수예술을 펼친다. 정동극장은 판소리 공연 등 우리 고유의 작품 공연장을 목표로 출발했다.

문화예술 저변의 인재양성소 역할을 하는 기관도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교육부가 아닌 문화부 산하로 자유로운 교과 편성의 실기위주로 음악원, 연극원, 영상원, 무용원, 미술원, 등에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서울예술단은 70여 명의 뮤지컬단원 및 무용단원으로 이뤄져있다. 국립발레단, 오페라단, 합창단은 각 예술분야의 국립공연단을 운영하고 있다..

학술진흥 사업을 펼치는 단체들이 있다. 국립국어원은 표준 국어사전을 편찬하고 어문규범등을 연구한다. 한국문학번역원은 한국문학의 번역과 해외출판을 지원한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는 사업을 한다.

연합회 역할을 하는 공기관이 있다. 예술원사무국은 문학·미술·음악·연극·영화·무용분과별로 100여명의 예술계 원로들이 회원이다. 전국문예회관 연합회는 전국 111개 문예관련 회원기관간의 정보교류, 공동 예술사업을 수행한다.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전국 225개 지방문화원의 연합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이들 21개 기관중 8개 기관(국립중앙박물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의 전당,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국립합창단,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전국문예회관연합회) 은 기관장이 교체됐다.

3개 기관(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예술종합학교,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교체압력을 받고 있고. 1개 기관(국립중앙극장)장은 퇴임압력을 받다 주춤한 상태, 1개 기관(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단)은 교체에 실패해 전임자가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

2개 기관은 공석 상태다. 노 정권에서 임명된 정재왈(44) 전 서울예술단장은 퇴임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둬 현재 공석이다. 최태지(49.여) 정동극장장이 국립발레단으로 옮겨 정동극장장 자리 역시 공석이 됐다.

교체된 기관장의 면면을 살펴보면 ‘유인촌 장관과의 친소관계’가 기관장 임명에 주요 역할을 했다는 점이 드러난다. 박형식(55)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 사장은 지난 6월 임기가 끝났으나 3개월 넘게 초과 근무하고 있다. 청와대 인사 검증에서 후임 사장 내정자의 결격사유가 발견돼 내정이 취소됐다는 후문이다. 이 내정자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유인촌 당시 이사장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영(47)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은 당초 이 기관의 설립자체를 반대했던 사람이었는데도 기관장에 임명됐다.

뉴라이트 단체인 자유주의연대 운영위원이었던 이 원장은 올 초 한 계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문화예술과 교육을 지원한답시고 진흥원과 같은 엉뚱한 조직이 생겨나고 거기에 인력과 예산이 들어갔다”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중앙대 예술대학에서 유 장관과 같은 시기에 교편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장관과의 친소관계는 ‘면죄부’ 아닌 ‘면죄부’를 주고 있기도 하다.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누나로 대표적 ‘코드인사’수혜자로 거론되며 퇴임 압력을 받았던 신선희(63.여) 국립극장장은 연극계에서 유 장관과 친분관계를 쌓아 놓은 덕에 위기를 모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장관은 최근 신 극장장을 두고 “예술적 성취는 있었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신 극장장은 중앙대 연극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MB 라인’ 혹은 ‘고대 교우회’의 힘 역시 유감 없이 발휘되고 있다.

지난3월 임명된 최광식(53)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고려대 사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받고, 고려대 박물관장을 하다 올 3월 ‘영전’했다. 유물전문가가 아닌 문헌사학자가 국립중앙박물관장이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명박 대통령 부부는 고려대 박물관 문화예술최고위 과정(APCA) 1기 수강생일 때 최 관장과 인연을 맺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으로 임명된 정갑영(54) 씨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 출신이다. 외국인 전용카지노를 운영하는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 주식회사 대표이사로 선임된 권오남(63) 씨는 고려대 출신이며 서울시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인연을 맺었다.

정치성향이 없거나 해당 분야와 별 관련 없는 인사들이 새로 자리를 잡은 경우도 있다. 정동극장장에서 국립발레단으로 자리를 옮긴 최태지 씨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에 3대 국립발레단장을 지냈지만, 일본에서 교육받은 사람이다. 예술의 전당 사장과 전국문예회관 이사장을 겸직하고 있는 신홍순 씨는 LG상사 사장을 지낸 전문경영인 출신이다. 나영수 국립합창단장은 한양대 성악과 교수 출신이다.

유임된 인사들 역시 정치색이 없는 순수학자이거나 해당 분야 종사자다. 이상규(55) 국립국어원장은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교육부 기초학전문육성위원 등을 지낸 학자출신이다. 이소영(46.여) 국립오페라단장은 도니제티국레음악아카데미 교수와 국립오페라단 상임연출가를 역임했다. 국립중앙도서관장을 맡고 있는 성남기 씨는 문화부 정책국장 출신으로 예술원 사무국장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이런 가운데 전 정권에서 선임된 인사들에 대한 유 장관의 퇴임 압력은 날로 정교화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임명한 황재우(55.필명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관할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기획예산처, 국회 심의를 거쳐 4년 중기 사업으로 올해 이미 36억원의 ‘통섭 교육’ 예산을 집행했으나, 유 장관이 이 예산을 전액 삭감해 0원으로 만들었다.

유인촌 장관이 대표적인 사퇴 대상 인사로 거론한 김윤수 관장이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4월 미술품 밀수의혹 수사를 받았고, 국립현대미술관의 올 예산은 수장고 개선비를 제외하면 지난해보다 18억원(17%) 삭감됐다. 민중미술가 출신인 김정헌 위원장이 버티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산은 지난해보다 222억 9천 4백만원(5.3%) 삭감됐다.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