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거진 숲속에서 환하게 웃는…

언제나 너무 짧게 지나가는 봄볕이 아쉬웠는데 올해는 제법 길게 느껴진다.

봄을 두 번 겪어서인가 보다. 이른 봄날 한동안 성급하게 여름 날씨를 따라가더니 이내 서늘해지고 간간이 비를 뿌리기도 하는 조금은 다른 계절의 모습이다. 봄이 긴 것이 마냥 좋다가도 이내 이상스런 기후의 변화들이 걱정이 되고, 파생되는 어떤 일들이 있을까 염려도 된다.

그래도 숲으로 가니 계절이 가고 있어서 제법 우거져 있다. 우거진 숲에 고만고만 눈길을 잡던 작은 풀꽃들은 이내 사라져 버린 지 오래이다. 괭이밥이나 제비꽃식구들은 벌써 씨앗을 터트린다. 부지런하기는…. 미나리냉이는 이즈음 숲 속에서 한창이다. 꽃망울을 올린 지는 이미 한참 되었을 것이지만 화려한 피나물도 사라지고, 선명한 앵초 꽃도 져버린 지금 제 세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나리냉이는 십자화과에 속하는 식물이다. 냉이, 꽃다지, 유채 같은 식물들과 모두 한 집안 식구이다. 흔히 이 냉이집안 식물 중에서 미나리냉이가 단연 돋보이는 존재라고들 한다. 우선, 키가 허벅지 높이 쯤 크니 크고, 무리지어 자라니 쉽게 눈에 뜨일 것이고, 꽃으로 보아도 냉이보다는 훨씬 큼직해서 그럴 것이다.

더욱이 이 미나리냉이의 흰색 꽃잎은 유난히 맑고 깨끗한데다가 자라는 곳도 냉이처럼 밭 가장자리가 아니라 신록이 우거지기 시작한 푸른 숲. 그것도 물이 가까워 서늘한 것이니 미아리냉이를 보는 마음이 덩달아 맑고 깨끗한 것은 당연한지 모르겠다. 어긋나게 달리는 잎은 5-7개의 불규칙한 작은 잎들로 이루어져 있다. 꽃은 봄에서 시작하여 여름이 오도록 볼 수 있어 더 좋다.

미나리냉이란 이름은 냉이집안 식구인데 잎은 미나리 잎을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란다. 정확하게 보면 미나리 잎과 같다고 할 순 없지만 적절히 갈라져 보이고, 게다가 키도, 흰 꽃이 모여 피는 것도, 물을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여 느낌이 그랬던 모양이다.

하지만 식물을 보는 눈을 정확히 하여 꽃들이 어떤 배열을 하고 있나 잎은 어떻게 잘라져 있나, 꽃잎은 몇 장으로 이루어져있나 하나하나 살펴보면 미나리와는 전혀 다른 식물임을 안다. 미나리처럼 속이 비지 않은 것도 다르다.

미나리처럼 줄기며 잎이며 크게 키워 먹을 순 없지만 어린 순은 나물로 한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채자칠(菜子七)이라는 생약명으로 이용하는데 주로 백일해에 걸렸을 때 물을 넣고 달여 쓴다고 한다.

예전보다 숲에 미나리냉이가 많이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숲은 점차 우거지고, 그 숲 그늘 속에서 환하게 꽃을 피우는 식물이 많지 않아서일까? 미나리냉이는 땅속에서 지하줄기를 뻗으며 퍼져나가 무리를 이룬다. 그 모습으로만 보면 항시 고고하고 순결할 것만 같은데 쉽게 늘어나는 땅속줄기로 가진 것을 보면 숲속의 선녀같은 미나리냉이도 제대로 번성하며 살아가는 일이 적절히 적응할 수 밖엔 없는가 보다.

어찌되었든 지금 숲으로 간다면 이 고운 꽃무리를 반드시 만날 것이다. 숲속까지 어찌 날아 왔는지 나비들도 함께 찾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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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