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7개월 만에 4집 부드러운 남자 변신온·오프라인 차트석권 올봄 최고 히트곡 등극

“세상이 모질게 그댈 괴롭힐 때/신나게 놀자 웃자 한바탕/하하하하하 이 밤이 다 할 때까지….”(<서커스> 가사 中)

MC몽이 발표한 <서커스>는 세상을 향한 희망가(歌)다. 미국산 쇠고기에 운하 건설 그리고 유례없는 고유가 파동까지, 사는 낙(樂)을 잃어버린 민초들의 마음을 달래고 있다.

물론 MC몽이 4집 앨범을 준비하며 시류를 의도적으로 타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서커스>는 대중의 마음에 요즘말로 정통으로 꽂혔다. 각종 온ㆍ오프라인 차트를 석권하며 지난 봄 최고의 히트 곡으로 남았다.

“(히트 할 것이라는) 예상이요? 전혀 못했죠. 전 그냥 사람들이 사는 게 너무 피곤해 보였어요. 그러다가 어릴 적에 동춘 서커스 봤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부부싸움을 했던 부모님도 서커스를 보고 나면 그렇게 다정해 보이셨거든요. 어짜피 사는 게 힘든 데 크게 한판 놀아보고 확 잊어버리자 라는 얘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거침없는 언변 그리고 가벼운 행동을 예상했지만 진중하고 조근히 얘기하는 자세가 달리 다가왔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하자 MC몽은 부드러운 곡선형으로 깎인 버섯모양의 머리스타일을 가리키면서 “부드러워졌어요. 저도 나이를 먹었나봐요. 철 좀 들었죠”라고 웃었다.

MC몽의 설명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는 한눈에 변화가 감지됐다. 차분해지고 겸손했다. 씩 웃을 때마다 주변에 대한 감사의 말도 잊지 않는다. 8년 넘게 한솥밥은 먹은 소속사 사장에 대한 이야기, 10명 가까이 되는 댄서들의 의상을 모두 챙기느라 식사도 못하는 스타일리스트의 이야기 등 칭찬 릴레이가 끝이 없다. ‘180도’ 삐딱하게 세상을 대하며 막말파문의 단골이자 ‘천하무적’으로 군림했던 MC몽에게 ‘아이스크림’같은 변화로 다가온다.

“지난 주에 술에 취한 것처럼 보이는 대학생 두 명이 제 앞에서 ‘서커스’를 부르면서 걷는 걸 봤어요. 그 뒷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뿌듯한 거 있죠. 취업하기 어렵고, 뉴스보기 짜증나고, 술 한잔 걸치면서 어깨동무하고 부르는 노래가 바로 내 노래라니. 정말 기분 최고였어요.”

MC몽은 4집을 세상 밖으로 꺼내기 직전인 1년7개월의 공백 기간이 자기수양의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철저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도 모르게 자만과 허세에 빠졌던 시간을 반성했다. 솔직함을 가장해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던 말들도 본인에게 대입하며 곱씹어봤다. 4집을 들고 나온 MC몽은 부드럽고 유해졌다.

그가 쓴 랩 가사도 예전에는 직설적이고 과격했다면 은유적이고 시적으로 변했다. MC몽의 4집은 세상을 향한 화해의 표시이자 반성의 이정표다. MC몽은 겁없이 철없이 좌충우돌했던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고 있었다.

MC몽은 “1집부터 3집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위험할 정도로 솔직한 제 모습을 좋아해 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좀더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려야지 고민했죠.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날이 서고, 폭탄 같고, 모난 돌덩이 같은 녀석이 됐어요. 언제부터인가 거짓말도 솔직한 척하면서 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했어요. (한숨을 내쉬며) 이건 아니다 싶었죠”라고 말했다.

이젠 받은 사랑을 되돌려 줘야 할 때라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MC몽. 마치 채무자가 된 듯 정신없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그는 매일 SBS 파워FM(107.7Mhz) <동고동락>을 진행하고 있으며 2주에 한번씩 KBS 2TV <해피선데이> ‘1박2일’을 위해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SBS <놀라운TV 스타킹>에도 고정으로 출연하고 있다. 단 하루 단 한시간도 쉴 틈이 없지만 넋두리 한마디 하지 않았다. 거칠고 철없던 자신을 사랑해주는 팬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제가 잘생긴 건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노래를 하는 것도 아니고 랩을 할 뿐이에요. 이런 저를 좋아해 주시잖아요. 체력이 허락하는 대로 어디든 달려가려고요. 그게 제가 보답하는 유일한 방법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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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기자 wing@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