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됐다. 흐린 하늘, 빗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우울감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이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눈에 띄게 일조량이 줄어든 요즘, 무엇보다 마음의 감기를 조심할 때다. 친구나 가족 등 가까운 이들과 문화행사장이라도 찾아다니며 스스로 마음의 습기를 말리고 따뜻한 햇볕을 내리쬐어주자.

■ 연극 '부드러운 매장'
두 집안 대비 통해 현대사 비극을 바라보다

한국전쟁의 아픔과 교훈을 되새기는 6월. 창작예찬의 연극 <부드러운 매장>이 우리 근대사에 이르는 역사의 매몰된 진실, 이데올로기의 정체에 대한 고민과 역사의식을 담고 곧 무대에 오른다.

비밀스런 긴장감, 그 안에서 톡톡 튀어 나오는 유머, 상호 배치되는 무대구조와 두 집안 대비, 그리고 현대사의 비극을 이 시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다.

좌파와 우파, 밀고와 은닉, 애국과 매국, 통일운동과 공산주의 등 서로 적대적 입장에 서거나 원수와 동지로 갈라서는 극단의 상치된 개념을 흑백논리가 아닌 은유와 상징으로 엮어냈다. 처량한 웃음과 냉소적인 슬픔이 깃들어 있다. 가면에 유달리 집착하는 두열과 하루에도 몇 번씩 목욕을 해야 하는 옥자 부부.

독립유공자 가문이라는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박암과 항상 홑이불을 덮어쓰고 ‘그날’만을 기다리는 소임 부부. 이들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이자, 사돈지간이다. 어느 날 박암의 며느리이자 두열의 딸인 미준은 남편인 경수의 외도를 참다못해 집을 나와 친정으로 간다. 미준은 자신의 오빠 이남의 부인인 정미 또한 바람을 피운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

이남은 언제부터인가 양쪽 집에서 나는 이상한 냄새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갖게 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양가의 어른들은 그 냄새를 덮으려고만 한다. 아버지의 강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남은 기어코 악취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지하실로 내려가 땅을 파기 시작한다.

오태영 작, 박광정, 민복기 공동연출 아래 윤복인,윤상화,박지아,오용 등이 출연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희곡활성화지원사업 선정작품 무대공연 첫 번째 작품이다. 내달 4일~13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02) 743-7710

■ 클래식 연주회 '앙상블 디토'
6人의 젊은 음악가 실내악 프로젝트

6명의 젊은 음악가들이 빚어내는 클래식 공감 프로젝트 공연이 여름 저녁을 수놓는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리더를 맡고 있는 앙상블 디토는 젊은 실내악 프로젝트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대중과 나누고자 결성된 디토는 지난해 모스크바 필과의 공연 및 예술의전당 리사이틀 등을 통해 실력은 물론 출중한 외모와 화려한 무대매너로 결성 초기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클래식 그룹이다. 디토란 클래식 작품 중 기분전환을 위한 밝은 음악을 지칭하는 ‘디베르티멘토’의 줄임말로, ‘동감’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스타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수필가 고 피천득 선생의 외손자이자 지난해 뉴욕 필과의 협연으로 인정받은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재키, 첼리스트 요요마가 발굴한 실력파 베이시스트 다쑨 창이 합류한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2중주 K.423,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 ‘송어’등 클래식 명곡들을 만날 수 있다.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 318-4302

■ 뮤지컬 '유로비트' 오리지널팀 내한공연
유럽 가요축제 심사위원이 돼 보세요

유럽의 대규모 가요축제 ‘유로비전’을 소재로 한 뮤지컬 <유로비트(Eurobeat)>가 한국에 상륙한다. 1956년 시작된 ‘유로비전’은 유럽 각국의 가수들이 참여해 실력을 겨루는 가요축제로, 아바(ABBA)를 비롯해 여러 유명 가수들을 배출했다. 유로비전을 뮤지컬 형식으로 변환한 <유로비트>에는 영국, 이탈리아, 러시아, 헝가리, 그리스, 독일, 스웨덴,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에스토니아 등 유럽 10개 국 대표가 참여해 각 나라 의상을 입고 노래와 춤을 선보인다.

1위는 관객이 공연장에서 제공한 휴대전화를 이용해 직접 선정하며, 관객 투표로 결정된 수상자는 마지막 무대에 나와 앙코르 곡을 부르게 된다.

해외 배우들의 내한 공연이지만 남경주, 전수경, 최정원, 성기윤, 이건명, 김선영, 배해선, 김소현, 김수용, 최성용, 송용진, 쏘냐, 조정석 등 국내 배우들이 매회 게스트로 출연해 특별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25일부터 내달 6일까지. 한전아트센터. (02) 3141-1345

■ 아트대구 2008
300여 국내외 스타작가의 2000여 작품 전시

세계미술시장의 활황 열기를 체감케 할 대구 국제아트페어가 열린다. 국내외 참여화랑들이 선정한 300명의 스타작가들이 내놓은 2,00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세계현대미술의 총체적 흐름을 파악하는 동시에 다양한 작품의 미술세계와 매력을 확인, 감상과 함께 구입의 기회도 제공받는 자리다.

행사는 본전시와 특별전시, 이벤트 등 크게 3부문으로 구성된다. 본전시에서는 국내외 40개 화랑, 300여 작가의 작품들이 내걸린다. 국내 화랑으로는 서울경기지역의 10개 화랑을 비롯해 대구경북의 화랑 16개, 기타 5개 화랑이 참여한다. 해외에서는 프랑스와 영국, 일본, 홍콩, 중국 등의 화랑이 참여한다.

특별전시만으로도 다채롭게 짜여있다. 작가 강우문, 권여현 등 27명이 출품한 ‘한국현대미술의 단층과 주름’, 홍용인, 박지혜, 이영훈 등 10인의 작품들로 채워진 ‘컬러풀 아트대구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다. 후자는 현재 국내외에서 각별한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들을 보여주는 전시회다. 또한 젊고 유능한 신진작가 발굴 프로그램인 ‘유망작가 프로젝트’를 통해 올해에 선정된 신진유망작가 오흥배의 미술세계가 소개된다.

이벤트로는 ‘미술시장의 매력과 2008년 하반기 전망’ 강연과 더불어 위탁 작품 매매, 자유구상회화의 선구자로 불리는 ‘로베르 콩바스’의 독특한 조형세계가 선보인다. 아트마켓 강연에서는 미술평론가 최병식 경희대 교수의 초청강연이 펼쳐진다.

핫 아티스트 로베르 콩바스 관련 이벤트에서는 신화와 종교, 우화, 만화, 광고 등 대중문화와 예술적 상상 세계를 폭넓게 다룬 그의 1999년 발표작에서부터 근작에 이르기까지 대작 10여점이 소개된다. 25일부터 29일까지. 대구 엑스코. (053) 257-8900

■ 킹스 싱어즈 40주년 기념 내한공연
세계적 남성 아카펠라 그룹이 온다

세계적인 남성 아카펠라 그룹 킹스 싱어즈(King's Singers)가 창단 40주년 기념 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 기념 공연을 갖는다. 1960년대 후반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킹스컬리지 출신 동창생 6명이 결정한 킹스 싱어즈는 교회에서 부르던 무반주합창곡 양식을 새로운 장르로 발전시키고 대중화시켰다.

트레이드 마크인 재킷과 넥타이, 빈틈없는 화음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40년 간 단 3번의 오디션으로 공백을 채우며 명맥을 유지해왔다. 카운터 테너 2명과 테너 1명, 바리톤 2명, 베이스 1명으로 구성되어 포크, 재즈, 민속음악, 클래식, 현대음악 등 모든 장르의 레퍼토리를 섭렵하고 있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자신들의 대표곡인 ‘Danny Boy’를 비롯해 해리 코닉 주니어의 ‘Recipe for Love’ 등 재즈 명곡과 <캣츠>, <오페라의 유령>, <아가씨와 건달들> 등 유명 뮤지컬 넘버를 차례로 들려줄 예정이다. 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 548-4480

■ 이진원 展
독특한 동양화 세계와 5째 개인전

‘몸으로 건져 올린 자연 묘사’로 평가받고 있는 동양화 작가 이진원의 개인전이다. 작가의 감성적이고 예민한 흔적들이 독특한 그림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자연의 사물과 일상적인 대상들을 소재로 채택, 그러나 외부적 형상이 아닌 대상 내면의 느낌을 특유의 감성적 해석을 통해 안개처럼 모호하면서도 인상적인 그림들로 담아냈다. 미술평론가 박영택 교수는‘탁자위에서 풀이 자라고 빨간 금붕어들이 실내를 떠나니는가하면 수많은 꽃송이들이 소파를 만들며 시뻘건 풀들이 머리카락처럼 자란다.

몇 개의 영상이 서로 겹치고 떠오르는 것이 흡사 초연실적 그림같다’고 평한다. 자연과 생명체, 이에 대한 작가의 주관적인 체험과 경험의 형상화가 동양화의 전통을 근간으로 감상자로 하여금 새로운 동양화 세계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이진원은 홍익대 동양화과 출신으로, 이번이 다섯 번째 개인전이다. 24일까지. 목인갤러리. (02) 722-5066

◇ 문화단신

▲ 박물관에서 배우는 사회교과(6월 매주 금요일)/ 병아리민속교실(6월 매주 월요일)- 국립민속박물관. (02) 3704-3105 ▲ 색, 자연을 머금다(27일)/페르시아 토요강좌(28일)/ 페르시아 연극놀이(29일)- 국립중앙박물관. (02) 2077-9330 ▲ 클래식 데이트 - 28일. 국립현대미술관. (02) 2188-6068 ▲ 현대미술 어린이 워크숍 - 28일. 아르코미술관. (02) 760-4724 ▲ 사운드 아트 201 오프닝 공연 - 7월 1일. 쌈지스페이스. (02) 3142-1695


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