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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선 7집 30대' 1985 한국음반60년대부터 시작된 이 땅의 블루스 혹은 R&B 역사는 장구하다. 하지만 토종 창작 블루스 앨범의 탄생까지는 지난한 세월이 필요했다. 그 돌파구는 음악적 변신을 거듭한 이정선에 의해 마련되었다. 그가 한국 블루스 음악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이유다.

1985년에 발표해 본격적인 창작 일렉트릭 블루스 록을 선보였던 그의 7집 ‘30대’는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까지 선정된 창조적 앨범이다.

이 앨범을 기점으로 블루스를 중심에 둔 일렉트릭 사운드로 전환한 그는 한영애, 엄인호, 김현식 등과 함께한 ‘신촌 블루스’를 통해 블루스 천하를 일궈냈다. ‘삼천만의 기타선생님’이라는 명성처럼 이정선은 노래보다 기타연주를 더 좋아하는 뮤지션이다.

그가 그동안 발표한 곡들을 분석해보면 포크, 블루스, 재즈 심지어는 트로트에 까지 규정하기 힘든 장르적 파괴의 소리여행자임을 발견할 수 있다. 70년대 팬들에겐 통기타를 연주하고 노래하는 포크가수로 80년대 팬들에게는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하는 블루스 뮤지션으로 색깔을 달리하고 있다.

30대의 나이면 누구나 사랑과 이별의 달고 쓴 경험을 한번쯤은 경험했을 시기다. 당시 30대 중반에 접어든 그는 이 앨범을 통해 절정의 일렉트릭 기타 연주공력을 선보였고 송라이터로서도 한 단계 진보한 원숙미를 과시했다.

타이틀곡 ‘우연히’를 비롯해 애절한 사랑의 감성을 담은 총 10곡이 수록된 이 앨범은 이전의 이정선 음악과는 완벽하게 차별되는 음악적 전환점이었다. 자연을 소재로 한 담백한 포크 질감의 노래들과는 다른 성인용 대중가요들로 가득 차 있다. 진득한 사랑의 정서 표현은 기본이고 창법마저 애절함으로 무장해 절절하다.

하덕규가 작곡한 ‘외로운 밤에 노래를’를 빼면 9곡 모두 이정선의 창작곡들이다. 앨범 제목을 ‘30대’라고 한 이유는 ‘그때까지는 20대 노래밖에 없어서..’라고 덤덤하게 말한다.

사실 그의 7집은 기타를 치기 위해 노래를 만든 음반이다. 대중적 기호의 트렌트 음악을 의도적으로 외면했던 이정선이 처음으로 대중을 의식하고 타협한 음반일수도 있다.

본인도 “필요이상으로 오버해 노래를 불렀다”고 털어놓는다. 수록된 노래가사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라. 넘쳐나는 직접적인 사랑표현 때문에 좀 야한 구석이 느껴진다. 책 표지를 보면 책 내용을 대충 알 수 있듯 앨범도 재킷만 보면 어떤 노래가 들어있는지 알 수 있다.

이정선의 어깨너머에 숨어있는 여성의 큰 눈망울이 인상적인 앨범 재킷도 에로틱한 분위기를 물씬 풍겨댄다. 실제로 그는 30대가 공감할 사랑의 열병을 표현한 노래의 콘셉트에 맞게 재킷도 최대한 야하게 찍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래서 지금은 솔직히 불편한 음반이라고 고백했다.

이 앨범의 최대 히트곡인 ‘우연히’는 이전의 이정선 음악에선 찾기 힘든 진한 사랑의 표현이 넘쳐난다. 다양한 스타일의 기타 연주와 변칙적인 튜닝은 진정 감상의 무한 즐거움을 안겨주는 곡이다.

‘외로운 밤에 노래는’ 역시 이정선의 트레이드 같은 덤덤한 보컬과 차별되는 애절한 창법이 담겨있다. ‘곁에 없어도’와 4집에서 이미 블루스의 서막을 알렸던 ‘건널 수 없는 강’은 당대 대중가요와 차별되는 이정선 기타 연주의 진수를 담아낸 정형이다.

훗날 고 김광석이 훗날 존경심을 표하며 리메이크한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의 오리지널버전도 이 음반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트랙이다. 쓸쓸한 감성의 극치를 달리는 ‘우울한 여인’과 깊은 감성의 블루스 향기를 뿜어내는 ‘바닷가에 선들’도 놓쳐서는 안 될 필청 트랙이다.

대중성과 음악성은 물론 장르를 넘나든 파괴적인 그의 음악행보는 주류와 언더의 경계마저 모호하게 했다. 그가 연령층에 따라 각기 다른 장르의 가수로 기억되는 것은 이처럼 자유로운 음악어법의 산물이다. 한국 대중음악사의 중요 뮤지션으로 확실한 방점을 찍게 한 그의 7집 ‘30대’는 주류의 인기가수도 ‘명반’ 생산이 가능했던 80년대 대중음악의 빛나는 유산에 대한 증명서일 것이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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