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보이 이미지 벗고 무역투자 특별대표로 세번째 방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둘째 아들인 앤드류 왕자(요크공·47세)가 9월 29일 일주일 간의 방한 일정으로 부산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번이 그의 세 번째 한국방문으로, 세 번 모두 영국정부 무역투자 특별대표 자격으로 왔다. 방문기간 동안 그는 한국 기업인들과 정부 고위층 인사들과 만나 한국기업의 대 영국 투자를 권장할 계획이다.

영국 해군 출신인 앤드류 왕자는 입국 후 먼저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방문해 최길선 사장의 안내로 선박 건조 현장 등을 시찰했다.

그를 지켜 본 현대중공업 관계자에 따르면 해군 출신이라 그런지 조선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고, 이지스함인 세종대왕 호를 보고 한국의 발전된 조선기술에 감탄하는 모습이었다.

9월 30일 저녁 전세기를 이용해 서울로 올라온 왕자는 10월 1일 ‘기후변화시대 기업의 저탄소 경제체제 적응과 시사점’에 대한 세미나에 참석해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영국이 전문적인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분야로서 한국에게 많은 조언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미나 시작 전 그는 외교통상위 상임위원장인 한나라당 박진 의원과 개별 면담을 갖고, 한국의 에너지산업의 현황 등에 관한 얘기를 듣기도 했다.

같은 날 그는 주한영국상공회의소와 대한상공회의소 합동 오찬연설에도 참석했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명동 은행회관에서 만나 미국발 금융위기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사라 퍼거슨과 결혼해 10년 만인 지난 1996년 이혼한 앤드류 왕자는 파티에서 만난 브라질 모델과 염문설을 뿌리는 등 그 동안 ‘왕실 플레이보이’의 이미지가 강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던 그가 이미지 쇄신을 시작한 것은 2001년 영국정부 무역투자 특별대표직을 맡게 되면서부터다.

그는 영국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돕고, 무역 상대국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 로비를 벌이거나 대 영국 투자를 권장하는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영국의 딕비 존스 상무장관은 “외국에서도 앤드류 왕자는 관심을 끈다. 왜냐하면 그는 여왕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영국이 이 같은 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처럼 어리석은 짓이 어디 있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영국정부의 무역특별대표로 나서게 된 데는 다이애너 왕비의 죽음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끊이지 않는 스캔들로 가뜩이나 권위가 실추된 영국 왕실이 다이애너 비의 죽음을 계기로 더욱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세미나 장에서 본 앤드류 왕자는 검은색 양복에 파란 셔츠, 그리고 금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실용적인 정통 영국 비즈니스맨 복장이다.

그를 수행하고 있는 영국대사관의 한 직원은 “앤드류 왕자는 무엇이든 원하는 것이 있으면 즉시 말하는 직선적인 성격”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왕자는 자국의 경제이익을 위해 플레이보이 이미지와 함께 왕실의 무거운 격식마저 벗어 던진 모습이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