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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 불황속에서 빛나다
비즈니스 플래너·디자인 다이어리 매출 20% 가까이 늘어




김청환기자 chk@hk.co.kr





모 대기업의 대리점을 운영하는 박천현(46) 씨는 매년 넘치는 다이어리를 어떻게 처분할까 고민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15일 오후 7시께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지하 문구코너의 다이어리 매장에서 만난 박 씨는 “매년 다이어리를 사용한다”며 “전에는 기업 판촉용 다이어리가 많았는데 올해는 뚝 끊겨 직접 사러 나왔다”고 말한다.

회사원 김우진(33) 씨는 다이어리 없는 회사생활을 상상할 수 없다. 정신 없는 하루 스케줄을 일일이 챙기는데 기억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15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의 문구코너에서 만난 김 씨는 “얇고 크면서도 휴대성이 있는 다이어리를 사러 나왔다”며 “쫓기는 회사 일정을 실수 없이 맞춰가는데 다이어리는 필수”라고 말했다.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의 칼바람으로 과중해진 업무부담 속에 자기관리가 화두로 떠오르는 가운데 다이어리가 직장인의 필수 아이템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www.interpark.com)는 12월 1~15일까지 다이어리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0%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등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문구 쇼핑몰 핫트렉스는 올해 비즈니스 플래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8% 올랐다고 밝혔다.

■ 다이어리도 양극화

불황기 다이어리 시장은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시간관리 콘셉트의 다이어리 구성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프랭클린 플래너는 최근 이상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29만원 짜리 천연가죽 다이어리 바인더를 출시했다.

내지 가격은 2만 3천원 ~ 5만 3천원에 이른다. 프랭클린 플래너 상표권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쓴 스티븐 코비 미국 브리검영 대학교(B.Y.U.) 교수에게 있어 내지 가격이 비교적 비싼 편이다.

천연가죽 최소 구입비용(내지 포함)은 7만원 이상이며 인조가죽은 4만원대다. 제품을 구입하려면 바인더와 내지를 포함해 보통 17만원 이상을 들여야 한다. 고가임에도 프랭클린 플래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상승했다.

국내 상표인 오롬 시스템의 다이어리 바인더 가격은 3만원에서 30만원대까지 다양하지만 8만원 이상의 가격대가 대부분이다. 수제 가죽제품이 대부분인 오롬시스템에서는 역시 15만원 이상은 줘야 내지를 포함해 괜찮은 다이어리를 구매할 수 있다.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위해 시간관리에 신경을 쓰는 직장인들이 고가의 다이어리를 구매하고 있다. 핫트랙스에 의하면 비교적 고가인 ‘프랭클린’다이어리와 ‘오롬’ 다이어리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17.2%, 21.9% 증가했다. 반면, 비교적 저가의 전통적인 콘셉트의 다이어리를 만드는 ‘양지’다이어리 판매는 4.4% 감소해 불황에는 양극화 마케팅이 먹힌다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 디자인 다이어리 마니아 늘어

여성을 중심으로 디자인 다이어리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육심원 디자이너가 그린 서정적인 콘셉트와 일러스트를 담은 <육심원>다이어리가 2005년부터 최근 몇 년 새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아기자기한 디자인으로 ‘여심(女心)’에 ‘어필’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해외 사진을 중심으로 꾸민 ‘포토 다이어리’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일본 도쿄나 프랑스 파리 등 이국적 사진을 넣은 ‘포토 다이어리’는 일관성 있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편집해 이를 즐겨 쓰는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일상적이면서도 이국적인 장면을 찍은 달력 사진 다이어리는 환율인상 등으로 해외여행이 전처럼 자유롭지 않아진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만든 다이어리 역시 여성을 중심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작년부터 인터넷 웹툰에 연재된 루나파크, 잭 토이의 츄츄 다이어리 등은 여성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아이템이다.

핫 트렉스 관계자는 심플한 스타일에 일러스트와 포토 다이어리류를 포함하고 있는 ‘디자인 다이어리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9.6% 신장하는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1- LG전자 프랭클린 플래너 폰
2-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이 2008년 패션 다이어리를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배우한기자
3- 프랭클린 플래너 다이어리
4- 프랭클린 플래너 다이어리 엠블럼 에나멜
5- 육심원 디자인 다이어리
6- 루나파크 다이어리


■ 왜 인기인가

‘시간이 돈’이라는 말은 불황기 다이어리 인기의 비결을 웅변한다. 올해 다이어리 매출이 폭증한 인터파크 관계자는 “자기관리와 계획적인 소비를 위해서 다이어리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는 것 같다”며 “사이트 내에서 프로모션이 효과를 발휘한 탓도 있다”고 말했다.

김성범 디앤샵 이사는 “알뜰한 지출을 도와주는 금전출납부 기능이 있는 다이어리가 올해들어 특히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다이어리를 구매한 조형근(26) 씨는 “불황기에 시간이 돈인 것 같다”며 “지갑 겸용 다이어리를 사서 직장생활을 계획적으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자신에게 맞는 내지 선택

내게 맞는 다이어리가 꼭 고가일 필요는 없다. 시간별로 A,B,C로 나눠 수행여부를 체크하게 돼있는 프랭클린 다이어리의 경우 내지 종류가 사이즈별로 4종류, 총 25종에 이른다.

가장 인기가 많은 사이즈인 CEO플래너는 장지갑 겸용으로 휴대성이 뛰어나다. 그러나 사이즈가 작은만큼 메모량이 많은 사람에게는 잘 맞지 않는다.

위클리 타입은 양면에 1주일의 일정을 다 표시할 수 있게 돼있어 주간단위로 굵직굵직하게 일정관리를 하는 사람에게 잘 어울린다. 메모량이 많은 사람은 한 페이지 모두를 하루일정에 할애하는 데일리 타입이 어울린다. 일정이 많은 영업맨 등에게 권할만 하다. 꽃그림이 내지에 들어가 있는 푸뗌므 타입은 특히 여성에게 인기가 높다.

컬리지엇 타입 내지는 대학생용으로 학교생활 중심으로 학점, 수강 과목, 조별 숙제를 관리할 수 있도록 구성돼있다. 초등학생의 경우는 하루일과 시간표와 학교 알림장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한 종류의 내지가 있다.

오롬 다이어리는 프랭클린과 같이 복잡한 내지 콘셉트를 불편해 하는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12가지 종류의 오롬 다이어리 내지는 프랭클린 다이어리처럼 복잡하지 않지만 시원시원하고 간단한 콘셉트로 자유롭게 메모하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양지다이어리를 비롯한 고전적 다이어리는 내지에 많은 콘셉트를 포함하고 있지는 않아 자유로운 메모를 선호하는 이들이 고전적 아이템으로 선호하고 있다. 양지 다이어리를 구매한 한 소비자는 “이것저것 복잡한 것보다 단순한 디자인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데 더 편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 내게 맞는 다이어리 커버

다음은 커버 선택이다. 프랭클린 다이어리의 경우 커버 종류만 180종에 이른다. 20대 초반의 남성에게는 가볍고 저렴한 인조가죽 바인더가 적격이다.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남성 직장인에게는 간결한 디자인이 잘 어린다. 여성에게는 파스텔톤의 컬러감이 있는 지갑 느낌의 바인드가 적합하다.

오롬 다이어리는 수제 가죽 바인더로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지갑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이어리 종류가 많은 것이다. 비즈니스맨의 경우 고급가죽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악어가죽 모양의 액세서리 개념으로 나온 ‘크로커다일’ 시리즈 역시 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프랭클린 플래너가 새로 출시한 ‘엠블럼 에나멜’은 맨들맨들한 지갑모양의 가죽 다이어리로 여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프랭클린 플래너 폰을 출시해 전자 다이어리 기능을 휴대폰에 넣기도 했다. PDA를 비롯한 다이어리 용도의 전자제품 역시 무수하다. 그럼에도 입력과 다시보기의 상대적 신속성을 지닌 아날로그 다이어리 붐은 식지 않고 있다. 디지털을 이기는 아날로그, 다이어리 문화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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