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영화 시대 개봉박두] 국내 최초 풀 3D 실사영화 '아름다운 우리' 등 제작 준비

한국 최초 풀 3D 실사영화인 '아름다운 우리'는 연평대전을 소재로 삼았다
지금 한국에서 3D 영화를 만든다는 건, '총대를 메는' 일이다. 기획에서부터 예산 책정, 제작과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전 과정을 '창의적'으로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도 장담할 수 없다.

3D 영화에 대한 국내 관객의 관심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는 <아바타>도, 관객 눈높이까지 높여 버리면 기술력이나 예산이 그에 못 미치는 한국 3D 영화에 악재일 수도 있다. 3D 영화 시대가 온다는 장밋빛 담론이 성한 반면 정작 국내 제작사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는 까닭이다.

그래도 꼭 총대 메는 이들이 있다. 올리브스튜디오가 작년 EBS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을 영화화하고 있으며, 앙투라지의 <소울메이트> 제작 계획이 지난 부천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다. 아이엠픽쳐스, 아이비픽쳐스, 오션드라이브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하는 <아름다운 우리>(가제)는 시나리오 작업 중이고, <해운대> 윤제균 감독의 차기작도 3D 영화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가장 먼저, 실질적으로 한국 3D 영화의 산업적 가능성을 보여줄 영화는 2002년 한일월드컵 기간 당시 일어난 연평해전을 다룬 <아름다운 우리>다. <친구>의 곽경택 감독과 황기석 촬영 감독이 3D 영화를 향한 의지로 다시 뭉쳤고, 영화 소재도 입체영상에 적절한 스포츠와 전쟁이다. 현재 곽경택 감독이 <킹콩을 들다> 배세영 작가의 초고를 바탕으로 시나리오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으며 내년 3월 크랭크인해 연말에 개봉할 예정이다.

작년 봄부터 기획된 이 영화가 3D로 촬영하기로 결정된 것은 올 여름 합류한 곽경택 감독의 제안에 의해서다. 여기에 국내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간다는 평을 받는 황기석 촬영감독이 함께 하면서 3D 영화 논의는 구체화되었다. 곽경택 감독과 황기석 촬영 감독 모두 새로운 시도에 목말라 있었던 것.

'아름다운 우리'를 연출하는 곽경택 감독
제작사가 결국 3D 영화 제작을 결정한 것은 무엇보다 이들 콤비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지만, 이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김익상 프로듀서는 "최초로 실사 풀 3D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갈등했지만, 결국 선점 효과가 더 클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신 철저한 사전조사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최대한 한국 3D 영화 제작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제작비는 <태풍>, <해운대>와 비슷한 수준인 130억 원 정도로 책정했다. 김익상 프로듀서는 "할리우드 3D 실사 영화의 경우 제작비의 약 20% 정도를 입체영상의 몫으로 쓴다. 우리도 낭비를 최대한 줄여 입체영상 구현에 들어가는 제작비를 전체의 30%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영화의 정체성을 '3D'에 맞추기보다 드라마와 캐릭터를 중심에 두되 입체영상으로 보조하는 정도로 3D를 활용하는 것도 한 전략이다. 이는 아무리 3D로 촬영된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2D로도 상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 제작비를 들인 영화라면 5백개 관 정도에서는 상영하게 마련인데, 3D 상영관의 개수가 그 정도에는 미치지 못할뿐더러 관람료 때문에 2D 영화를 선택하는 관객 역시 공략해야 하기 때문이다.

촬영 장비의 경우, 국내 3D 기술이 영화화가 가능한 수준이기는 해도, 아직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완성할 정도는 아니므로 해외 기술을 주로 이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국내에 기술 이전을 해주는 조건으로 계약하고, 국내 기술과 혼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테레오그래퍼 역시 해외 업체를 통해 구하되, 국내 인력이 그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예정이다.

▶ 3D 영화 한국에 말걸다
▶ 한국 3D 영화 총대를 메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