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SHOW ME THE MONEY> 전

김만재 '내 낡은 서랍속의 바다'
제목부터 노골적이다. 돈부터 내놓으란다. 하지만 놀랄 일은 아니다. 시장이 미술을 쥐고 흔든 게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

갤러리는 돈이 되는 작품이 필요하고, 작가는 작품을 팔아야 먹고 산다. 미술이라고 돈의 유혹에서 동떨어져 있을 리 없다.

하지만 그래도 그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겉으로나마 품위를 지키는 게, 시장에서 몸값 높이는 데에도 유리하니까. 궁금할 수밖에 없다. 도대체 이런 제목을 내건 당돌한 내부고발자는 누구일까.

홍익대학교 회화과 학생들이다. 아직 순수해야 할 학생들이 벌써 세속에 물들었다고 혀를 끌끌 찰 일만은 아니다.

그만큼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 사는 일에 대한 젊은 층의 고뇌가 깊다는 뜻이기도 하고, 이른바 순수예술과 상업예술 간 구분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김병찬 '마이클 로스코'
시작은 작년 가을이었다. 수업시간에 나온 순수예술과 상업예술의 차이에 대한 질문이 발단이었다. 토론은 미술시장과 미술의 상업화를 도모하는 각종 제도에 대한 것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학생들 스스로 예술성은 차치하고, 50만 원에 팔릴 수 있는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다.

그 결과물들은 예비 작가들이 생각하는 상업성과 50만 원의 가치를 드러낸다. 어떤 작품은 미술시장의 실상을 폭로하고, 어떤 작품은 미술의 가치를 좌우하는 마케팅을 풍자한다. 어떤 작품은 스스로 생각하는 상업성과 타협하는 작가의 내면 갈등을 보여준다.

는 오늘날 사회와 시장, 미술 사이에서 젊은 작가들의 정체성 찾기 실험인 셈이다. 전시는 다음달 4일까지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마을에 위치한 갤러리소소에서 열린다. 031-949-8154.


조현석 '소품'
이지현 '런던에서 길을 잃다'
김홍록 '진정성 회복의 단초LOVE'
장영주 'flower like money'
홍해은 '보석'
정준 '사내'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