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 55년, 빛과 그림자]신인서 원로작가까지 다양한 작품 담은 월간지… 현대문학의 상징

지난 3월 26일 현대문학상 시상식장. 어느 시상식이건 반기는 사람들로 북적일 테지만, 이날 행사에는 유독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창간 55주년 기념행사를 함께한 것.

1955년 1월에 첫 잡지를 발간했으니 정확하게 따져 달을 넘긴 셈이지만, 잔치는 이날 열렸다. 중견 원로 작가들을 비롯해 수상자 박성원 작가의 학교 제자들까지 200 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상징은 어떻게 만들어 졌나

국내 문학계에서 가장 오래된 잡지인 월간 <현대문학>은 하나의 상징처럼 보인다. 현대문학 출신의 작가이든 아니든, <현대문학>에 대한 애정은 일개 문예지 그 이상이다. 젊은 작가보다 중견, 원로 문인과 독자에게서 이 애정은 더 확고해 진다.

오창은 평론가는 "국내 문인이라면 누구나 <현대문학>에 대한 애정이 있다. 이 애정은 아마 <현대문학>이 한국 현대문학사와 함께 했다는 상징성에 대한 애정일 것"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창작과 비평>, <문학과 사회>, <문학동네> 등 대부분의 문예지가 계간지 형식으로 발행되는 것과 달리 <현대문학>은 창간 이래 줄곧 월간지 형식으로 발행됐다. 이 긴 역사 속에서 넓어진 문학적 스펙트럼은 신인부터 원로 작가들의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을 한 잡지에 싣게 만든다.

문학전문 출판사들은 대부분 월간, 계간지 형태의 문예지를 운영하며 잡지를 통해 작가들의 신작을 소개하고 책으로 묶어 출간한다. 단편 소설집의 경우 여러 매체에 작품을 발표하고 이중 한 출판사, 혹은 발표하지 않은 출판사에도 단행본을 내지만, 장편은 거의 대부분 작품을 연재한 출판사에서 내기 마련이다. 국내 문학계의 경우 출판사의 이름과 문예지가 함께 인식되는 이유다.

출판사 현대문학 역시 월간 <현대문학>을 발간하면서 단행본을 묶는다. 국내 문인들에게 <현대문학>이 일개 문예지 차원을 넘어 한국문학의 한 축으로 인식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제까지 <현대문학>에서 배출된 문인의 수는 570여 명이다.

시에서 박재삼, 김관식, 문덕수, 황동규, 마종기, 이성부, 이승훈, 정현종, 강우식, 오세영, 오규원 등, 소설에서 이범선, 최일남, 박경리, 서기원, 정을병, 이문구, 최인호, 조정래, 김채원 등, 평론에서 신동욱, 김윤식, 박동규, 홍기삼, 임헌영, 김시태, 이선영, 김인환, 최동호, 이동하 씨 등이다. 역시 창간 이래 줄곧 시행해온 현대문학상도 한국 현대문학사와 그 궤를 함께 했다.

물론 그 오랜 전통의 한편으로 <현대문학>에 대한 비판도 있어왔다. 보수성, 권위주의에 대한 지적이다. 오창은 평론가는 "워낙 역사성이 깊어서 젊은 신인들의 새로운 변화가 눈에 잘 띠지 않는다. 표지 디자인도 바꾸고 디지털 서비스를 하면서 노력 하고 있지만 월간지든 계간지든 오프라인으로 발간되는 문예지는 달라진 매체환경에서 예전만큼의 영향력을 갖기 힘든 상황이다. 이건 <현대문학> 개별적인 어려움이라기보다는 전체 문예지의 상황인 듯하다"고 말했다.

월간 <현대문학>을 통해 신인 작가를 등단시키는 것과 별개로 작가와 지속적으로 관계 맺으며 걸출한 문인을 배출시키느냐는 단행본으로 판가름 난다는 점에서 출판사 현대문학이 지닌 영향력은 과거와 비교해 현저히 낮아졌다. 오창은 평론가는 "월간 <현대문학>이 가진 상징성과 영향력은 실제로 가장 걸출한 문인들이 현재 출판사 현대문학을 통해 배출 되느냐와는 별개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