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잡지를 아시나요?] 상업자본 의존 않고 창작자 의도따라 제작… 새 인디문화 형성다양해진 종류, 작아진 규모, 그들만의 리그 유통 등 모양새 갖춰

"제게 필요한 건 티켓, 관광지, 호텔인데 왜 네이버에 여행을 치면 블로그부터 뜨죠?"

네이트 TV광고는 '독립잡지'를 찾을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네이버 검색어에 '독립잡지'를 치면 블로그부터 뜬다. 그럼, 네이트 검색어에 독립잡지를 치면? 네이트 미니홈피부터 뜬다.

한국에서 독립잡지란 말은 사실 사전적 정의조차 내려지지 않았다. 오프라인 사전은 물론 인터넷 '열린 백과사전'에도 독립잡지란 말은 없다. 사실 한국에 독립잡지가 소개된 것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이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독립잡지는 어느 덧 1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정기적'으로 발간되는 잡지를 비롯해 국내 출간되는 독립출판물은 연 평균 200~300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묻는다. 당신은 독립잡지를 (들어) 본 적 있나요?

독립잡지 변화상

독립영화: 기존 상업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창작자의 의도에 따라 제작한 영화.

독립영화의 이같은 사전적 정의에 비춰 유추해 보면 독립잡지는 기존 상업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창작자 의도에 따라 제작한 잡지가 되겠다. 드라마 <스타일>의 박기자(김혜수 분)는 "광고로부터 100% 자유로운 잡지? 장난해요?"라고 말했지만, 적어도 이렇게 되려고 창간된 잡지가 독립잡지다.

멀게는 미국과 유럽부터 가깝게는 일본까지 20~30대 대중문화는 해외에서 생겨 국내에 소개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형 문화'로 안착되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서 서브컬처의 하나로 자리 잡은 독립잡지 역시 비슷한 수순을 밟아왔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잡지 시장에서 '잡지의 꽃'으로 불리는 독립잡지는 문서 편집이 가능한 개인 PC와 레이저프린터기의 발전과 함께 확대됐다. 한국에 소개된 것은 10년 남짓. 90년대 후반, 인쇄시스템 발달과 함께 <페이퍼>와 같은 에세이 스타일의 잡지가 대거 발간되며 독립잡지가 각광받았고, 새로운 인디문화를 만들었다.

sse
독립잡지 <싱클레어>의 수석에디터 강지웅 씨는 "예전에 비해서 분야가 다양해졌고, 잡지 규모도 작아진 것 같다. 예전에는 집단이 만들었다면 지금은 개인이 만드는 독립잡지도 늘어나는 추세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독립잡지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특별한 예술적 시도의 일환으로 발간된 점이 크다.

무수한 독립잡지의 수명이 짧게는 2,3개월에서 길어봐야 1년을 넘기지 못한 이유 중 하나도 이것이다. 반면 최근 독립잡지는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둔다. <싱클레어> 김용진 편집장은 10년 전과 비교해 최근 독립잡지 시장의 가장 큰 변화로 "발행인에게 경영인 마인드가 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잡지의 유통과정에서 이 점은 두드러진다.

일반 독자들이 독립잡지를 쉽게 구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잡지를 볼 수 있는 서점이 적기 때문. 독립잡지는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1층 '더 북스', 창성동 영추문길의 '가가린', 혜화동 '이음아트' 등 주로 미학·예술 서적을 파는 서점을 중심으로 유통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교보나 영풍문고 등 대형서점을 통해 지방까지 판로를 개척한 독립잡지가 여럿 된다. 스트리트 패션지 <>, 디자인 잡지 등이 대표적이다. 잡지 <수상한m>을 발간하는 이로 씨는 온라인 서점 '유어 마인드(www.your-mind.com)'를 운영하며 <싱클레어>와 <원피스 매거진>, <나진 매거진>, <쎄 진(SSE ZINE)> 등 독립 잡지를 함께 판매하고, 최근에는 오프라인 매장도 열었다.

종류는 다양해지고, 규모는 작아지며, 유통은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한 것. 이것이 지난 10년 한국형 독립잡지가 만든 모양새다.

가짜잡지
내 스타일 잡지 찾아보세요

가수 윤하의 <일요일은 참으세요>부터 <워낭소리>를 거쳐 <경계도시 2>까지 제각각의 목소리를 가진 영화가 '독립'이란 간판을 달고 개봉되는 것처럼, 독립잡지 역시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에세이와 인터뷰가 위주인 잡지부터 디자인, 건축, 인디 음악, 자본주의의 꽃인 패션에 이르기까지 독립잡지의 종류는 상업 잡지의 그것만큼이나 버라이어티하다.

지난 달 29일 한국의 독립잡지를 소개하는 행사가 신촌에서 열렸다.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기획한 'iam conference'가 그것. 행사를 기획한 문지문화원 사이 측은 "의미 있는 문화현상에 관해 그 현장의 중심에 있는 문화생산자들이 직접 본인들의 작업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로 컨퍼런스를 만들었고, 첫 번째 주제로 독립잡지를 소개했다. 앞으로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컨퍼런스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 발간되는 10개의 주요 독립잡지 발행인들이 참여한 컨퍼런스는 4시간 동안 각 잡지를 소개하고 기획, 편집 과정에서 생긴 뒷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들 잡지를 보면 한국형 독립잡지의 상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SSE Project
온라인 갤러리이자 독립출판사인 쎄 프로젝트는 매달 한 작가를 선정해 그 작품을 온라인 공간을 통해 전시, 매달 쎄진을 발행해 소개하고 있다.

매거진원

"나처럼 소외된 작가를 위해 만든" 이 잡지는 작가에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표현할 수 있도록 창간된 미술 잡지다. 좋은 아이디어와 작업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책이다.


여러 참여자들의 글과 작업을 모아 독립된 책의 형태로 묶어낸다는 점을 제외하면 잡지로 규정지을 수 있는 통념적 성격을 거의 띠지 않는다. 제호가 (Fake Magazine)인 이유도 그것이다. 건축관련 글과 사진을 주로 싣는 이 잡지는 발행 시 편집인 홍은주와 김형재의 블로그를 통해 알리고 메일 등으로 예약받아 예약된 부수만큼만 인쇄, 판매한다.


한국 최초 스트리트 패션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상업 패션지와 독립잡지 사이에 위치하는 이 잡지는 기존 상업잡지가 다루지 않은 스트리트 패션을 비롯한 다양한 서브컬처 영역을 담론으로 제시한다. 단 4명의 편집자가 80여 페이지의 화보 진행, 취재, 편집을 담당하는 '언빌리버블!'한 시스템의 잡지.


홍대 피플이 만드는 로컬 매거진. 홍대에서 벌어지는 각종행사는 물론 홍대 앞 문화를 일궈나가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알리고 있다. 늘 새로운 곳이 생기고 없어지는 홍대 앞을 기록하기 위해 매월 발로 뛰며 만드는 '홍대 지도'는 이 잡지의 킬러 콘테츠. 무가지로 발행된다.

헤드에이크
제호처럼 독자를 머리 아프게 하는 잡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편집진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계간지다. 대학을 졸업하거나 아직 대학에 있는 20대 중반 편집진들이 홍대를 중심으로 2009년 창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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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