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민 계원디자인예술대학 교수 인터뷰] 기획… 공간해밀톤 1년 기념과 작별 의미
관객들이 빽빽하게 둘러싸 있었다. 경찰은 곤란한 표정으로 이 '소동'의 책임자를 찾아 다녔다. 그가 사람들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동안 19분이 흘렀다. 타이머가 멈추었고, 작가들은 차분히 악기를 거두었다.
관객들은 방금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손을 비비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여전히 곤란한 표정의 경찰이 그들의 뒤통수에 대고 물었다. "끝난 건가요? 정말 끝난 거죠?"
그럴 리가. 소동은 계속 됐다. 9시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풍선 든 '가이드'를 쫓아 이태원 거리를 몰려 다녔고, 10시가 넘자 건물 안에서 야릇한 영상 상영과 야릇한 벨트마사지기 용법 시연이 이어졌다.
11시에는 록음악이 들려왔다. 하지만 이 모든 퍼포먼스의 기한은 단 19분, 경찰이 책임을 추궁할 새도 없이 다른 일이 이어졌다. 그래서 그날 밤 공간해밀톤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일컬어 <19금 퍼포먼스 릴레이>라 했다.
왜 이런 일을 벌였나.
"공간해밀톤을 운영한 지 1년이 지났고, 바야흐로 이곳을 떠날 때가 되었다. 이를 기념하는 동시에 작별하는 의미다."
유휴공간을 활용한 공간해밀톤은 스쾃과 갤러리의 중간지대여서 흥미로웠다. 이 공간에서 얻은 것은 무엇이고, 어떤 어려움에 부딪혔는지.
"내용이 좋으면 공간이 어디든 관객들이 찾아온다는 것을 배웠다. 미술 관객에게 생소한 이태원 뒷골목이었는데도 많이 와 주었다. 규격화된 갤러리, 극장이 아닌 이런 공간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작가 입장에서는 관리비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후에는 물리적 공간이 아닌 인터넷 상에서 모일 수 있는 일들을 기획할 예정이다."
<19금 퍼포먼스 릴레이>에 19분의 시간 제한과 릴레이 형식을 도입한 이유는.
"퍼포먼스를 보통 한 번 하지 않나. 관객들이 애써 찾아와도 금방 끝나 버리고. 짧지만 다양한 퍼포먼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 관객 입장에서 퍼포먼스의 지형도를 그리기에 편하지 않을까. 19분이라는 시간 제한이 주는 긴장감도 있다. 그게 새로운 내용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
퍼포먼스는 상황과 맥락이 중요해서, 시간이나 공간 등 외부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다. 작가 자신에게 중요한 외부 요인은 뭔가.
"외부 요인보다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 작가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상황과 맥락을 만드는 것 아닐까. "
요즘 작업에 대해 고민하는 바가 있나.
"작업 규모를 줄여보려고 한다. 대규모 작업이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퍼포먼스의 경우 유럽에서는 투어가 가능하지만, 한국에서는 몇 백 명의 엘리트 관객을 대상으로 일회적으로 행해지는 것이 다다. 돈을 많이 들이고 쓰레기도 많이 나오는 작업을 할 이유가 없다. 스펙터클을 만들기보다 내용을 충실히 하는 데 집중하려 한다."
퍼포먼스를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퍼포먼스를 즐기기 위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나.
"작품만 봐서는 안 된다. 사전 조사와 사후 공부가 필요하다. 준비되어 있는 관객만이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