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라이프스타일리스트 권수현'에코칙' 입문서 내고 지속 가능한 패션 지침 제안

에코라이프스타일리스트 권수현 "패션에 영혼을 불어 넣으세요"

"지속가능하고 섹시하게 살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은 '영혼 있는 쇼핑'입니다."

최근 '에코칙Eco Chick(친환경적 생활 방식을 실천하면서도 매력적인 사람들)' 입문서 <지속 가능하게 섹시하게>를 낸 에코라이프스타일리스트 권수현은 지구와 사회에 예의를 지키지 않는 패션은 촌스러운 시대가 왔다고 선언한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의 옷차림을 보세요. 평범한 셔츠와 터틀넥 스웨터만 입지만 '네오 히피'의 정신이 녹아 있기에 트렌디하지 않나요?"

하지만 그가 제안하는 지속 가능한 패션의 지침은 당장 내 옷을 몽땅 유기농 직물로 만든 밋밋한 옷으로 바꾸라거나, 유행을 돌 보듯 하라는 수양법이 아니다. 대신 소박하게도, 자신의 몸과 옷을 점검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말한다. 경험으로부터 나온 충고다.

"저도 질풍노도의 20대까지는 유행에 따라 이 옷 저 옷 입었어요.(웃음) 하지만 40대에 들어서니 내 몸에 어울리는 옷, 내가 즐겨 입는 옷을 알겠더라고요. 옷가지 수를 줄이고 질은 높이는 식으로 옷장을 바꿀 수 있게 됐죠. 그게 자신의 스타일을 찾는 첫걸음이에요."

그리고 관심을 갖자. 유행이 바뀔 때마다 얼마나 많은 오염이 발생하는지, 우리가 패스트 패션에 열광하는 동안 지구 반대편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싼 임금에 불안하고 고된 노동을 견디고 있는지. 면 티셔츠 한 장에는 보통 151그램의 화학제가 들어간다. 석유에서 태어난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는 피부병과 근육통, 심지어 암까지 유발한다.

이런 자각은 어떤 디테일, 어떤 액세서리보다도 더 우리의 스타일을 빛나게 한다. 가짜 가죽 구두만 신는 나탈리 포트먼, 윤리적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하는 엠마 왓슨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패션에 영혼을 불어넣을 차례다. 우선 입을 옷이 없다고 느껴질 때 곧장 백화점으로 달려가지 말고, 다시 한 번 옷장을 뒤져보자. 새롭게 보이는 옷, 혹은 약간의 수선으로 최신 유행과 통할 수 있는 옷이 있을 것이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총동원하면 명동 거리나 쇼윈도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나만의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그래도 옷이 사고 싶다면 광장시장 등 구제의류점이나 벼룩시장을 먼저 찾아간다. 구제 옷은 요즘 옷보다 품질이 좋은 경우가 많고, 여러 번 빨아 독성이 제거되었기 때문에 새옷증후군에서 해방시켜 준다.

"광장시장에 가기 전에 잡지나 윈도 쇼핑을 통해 유행을 파악하면 옷 고르기가 한결 수월해지죠. 저는 저희 교회에서 여는 벼룩시장도 자주 이용해요. 옷값이 단돈 천 원이거든요.(웃음) 계절에 상관없이 입을 수 있는 옷을 선택하는 것도 옷가지 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돼요."

충동구매는 당연히 금물. 구매 욕구를 참을 수 없을 때는 조절하는 방법이 있다.

"저는 신발을 좋아하는데, 신발을 사고 싶을 때는 일부러 수십 곳을 돌아다니면서 일일이 신어 봐요. 그러다 보면 어쩐지 그 신발이 다 그 신발 같고, 이미 갖고 있는 것과도 별로 다른 것 같지 않아서 안 사게 돼요. 신발에 질리기도 하고요.(웃음)."

쇼핑은 물론 세탁 방법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물을 덥히고, 빨래를 말리는 데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이다. 세탁기는 비슷한 색의 옷을 충분히 모아 돌리고, 찬 물을 쓰는 것이 기본이다.

찬 물에 때가 녹을지 걱정 된다면 옷을 30분 정도 세제에 담갔다가 세탁할 것. 인산염이 들어가지 않은 세제를 쓰자. 권수현 스타일리스트는 베이킹 소다와 세제를 섞어 쓰는데, 세제량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옷 색도 더 선명하게 살아난다고.

드라이클리닝은 피하자. 드라이클리닝에 사용되는 퍼클로로에틸렌이라는 유독 화학약품이 인체와 지구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되도록 물세탁 가능한 옷을 사고, 좋은 옷도 한 번 드라이클리닝한 후에는 집에서 관리할 것.

이렇게 사고, 수선하고, 관리한 옷들은 인생의 친구가 되지 않을까. 권수현 스타일리스트에게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옷이 있다. 디자이너였던 어머니가 만든 55년 된 드레스다.

어깨가 넓게 드러나고 허리에 자수가 놓여 몸을 아름답게 드러내는 그 옷을 권수현 스타일리스트는 요즘도 가끔, 중요한 순간에 입는다. 어머니로부터 딸까지, 그 드레스는 두 세대의 화양연화를 빛냈다. 지속 가능하고 섹시한 패션이란 이런 것이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