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최영욱, 인연의 기억…'전 아뜰리에아키 7월 5일까지

품은 넉넉하고 배가 불룩하다. 흰 색은 도도하기보다 소박하다. 어딘지 기우뚱한 인상은 은근히 웃고 있는 것 같다.

옛 사람들이 흙으로 빚은 가장 따뜻한 물건. 고 최순우 선생은 조선 중기 만들어진 크고 둥근 백자들에서 보름달을 봤다. 절로 '달항아리'라 이름 붙였다.

최영욱 작가는 붓으로 그 품성을 옮겼다. 물감으로 화폭 가득 달항아리를 지었다. 푸근한 그림이다. 물감 한 겹, 붓질 한 번마다 작가의 온기가 더해진 덕이다.

"나는 도자기라는 이미지를 소통의 매개체로 선택했다. 그 안에 내 삶의 이야기를 풀었고 동시에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을 담았다. 도자기는 우리 인생과 많이 닮았다. 도자기의 선은 인생의 여러 길 같다. 갈라지면서 이어지고, 비슷한 듯하며 다르고, 다른 듯 하면서 하나로 어우러진다.('작가 노트' 중)"

도자기마다의 생이 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섬세하게 묘사된 균열들은 제각각 다른 지도다. 다른 길을 보여주고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나 한발짝 떨어져 보면 어떤 우여곡절도 뭐 대수랴 싶다. 저 오래되고 인자한 달의 일부일 뿐인 것을.

그림에는 한 사람의 기억, 사람들 간의 연, 사람의 생이 겹겹이 담겨 있다. 작가는 이 "암호들을 풀어 자신의 안으로 들어가볼 것"을 권한다.

최영욱 작가의 달항아리 그림은 지난해 말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컬렉션에 포함되면서 한번 더 주목받았다.

<최영욱, 인연의 기억...> 전은 7월5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아뜰리에아키에서 열린다. 070-4402-7710.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