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기독교도에 맞선 전설적 이슬람 전사



■ 살라딘-십자군에 맞선 이슬람의 위대한 술탄

스탠리 레인 풀 지음 이순호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

이 책은 십자군 전쟁의 전쟁 영웅으로 오늘날 이슬람 역사상 가장 위대한 통치자로 추앙되는 인물, 살라딘의 전기다.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한 이름이지만 1999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1,000년 세기의 인물’을 선정하면서 살라딘을 12세기의 위대한 인물로 뽑았다.

살라딘은 지금의 이라크 티크리트의 명망있는 쿠르드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열 네살 때 군인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이집트 정복으로 전사로서의 첫 명성을 얻은 뒤 시리아 원정에도 나서 여러 종족과 종파로 나눠진 이슬람 세력을 하나의 대제국으로 통합시켰다.

이후 살라딘은 1차 십자군 전쟁 이후 줄곧 기독교도들의 수중에 있던 예루살렘을 탈환, 이슬람의 영웅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살라딘은 성지를 되찾으려는 3차 십자군과의 끈질긴 공격에도 끝내 예루살렘을 지켜냈다.

살라딘이 막강한 서유럽에 맞서 이슬람 세계를 수호할 수 있었던 힘은 전사로서의 용맹함과 탁월한 지략 뿐 아니라 그의 인간적인 관대함에서 나왔다. 1차 십자군이 예루살렘을 야만적으로 정복했을 때와는 달리 그는 “천국의 가장 위대한 속성은 자비”라며, 적국의 왕을 사랑과 용서로 포용했다.

3차 십자군 전쟁의 상대였던 영국의 리처드 왕이 전투 중 낙마하자 새 말을 보내주었고, 리처드 왕이 고열에 시달렸을 때는 눈(雪)을 보내기도 했다.

살라딘은 또 대개의 다른 권력자들과는 달리 자신의 부를 축적하지 않았다. 이집트 왕궁을 장악했을 때 그는 단 한 점의 금은보화도 손에 넣지 않았다. 그가 죽고 났을 때 그의 금고는 텅 비어 있었다. 때문에 그의 친척들은 정작 그의 장례를 치를 비용까지도 빌려야만 했다. 그의 죽음이 알려지자 성문 밖에 운집해 있던 군중은 대성통곡했다. 그는 백성들의 진정한 애도 속에 죽어간 보기 드문 왕이었던 것이다.

저명한 중세사가인 지은이는 섣부른 상상력이나 사적인 의견 개입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사료의 출전을 낱낱이 밝혔다. 또 기독교와 이슬람측 자료를 골고루 안배, 객관적이고도 균형잡힌 시각으로 살라딘과 십자군 전쟁을 조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당대 최고의 아랍 역사가와 연대기 저술가들의 생생한 묘사와 증언을 통해 책을 딱딱함을 최대한 누그러뜨렸다.

최성욱 기자


입력시간 : 2003-11-25 15:43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