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있는 풍경] 카페의 의미


최근 메이저 포탈업체간에 동호회라는 의미의 ‘카페’ 명칭을 둘러싸고 소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카페(Cafe')란 용어는, 비록 각 분야에 따라 그 의미가 조금씩 달라졌지만 특정한 이의 소유라고 주장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카페란 말의 컨셉에 혼란도 없지 않다. 인테리어 실무자들에게 카페는 술집을 의미한다. 커피를 중심으로 간단한 식사와 약간의 술을 취급하는 공간이라면 ‘고급 커피숍’이라고 해야 제대로 알아듣는다. 막연히 카페를 개업한다고 의뢰하면 술집으로 인테리어 컨셉을 잡을 것이다.

그러나 본래 카페란 단어는 커피(coffee), 그 자체를 의미한다. 십자군 전쟁의 유럽 상대국이었던 오스만 투르크 제국(지금의 터키)에서는 커피가 매우 유행했는데, 당시 커피를 카프베, 또는 카흐베라고 불렀고 커피를 마시는 커피숍도 카프베 또는 카페베 하네라 불렀다. 프랑스의 카페는 오스만 제국의 카프베의 발음에서 변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프랑스에서 카페는 1643년에 처음 생겨났다. 첫 카페라고 불려지는 ‘카페 프로코프’는 사회 문화적 흐름속에서 탄생했다. 당시 코메디 프랑세스(현재의 프랑스 국립극장)가 개장돼 큰 인기를 얻었는데, 바로 ‘카페 프로코프’가 배우와 관객들의 만남의 장소였다. 그후 카페는 대중적이면서도 정치적으로 변모한다. 1799년의 파리에는 1,200여개의 카페가 생겨났고 당통, 마라, 로베스 피에르 같은 사상가의 아지트이기도 했다. 또 혁명 투사들은 카페에서 자신의 논리를 전파했고, 성난 군중을 선동하기도 했다. 프랑스 대혁명은 카페에서 탄생했다는 말도 있다.

카페는 프랑스 대혁명이 끝난 후 문화 공간으로 되돌아갔다. 보헤미안이라고 불리는 가난한 예술가들이 카페를 아지트로 삼아 창작열과 젊음을 불태웠다. 카페 주인들은 예술가들에게 보이지 않는 후원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때가 프랑스 카페의 전성기였다. 1900년 파리 만국 박람회 이후 프랑스 카페는 외국 관광객이 주요 손님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상업적으로 변모하면서 예술가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으며 수도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프랑스 카페 하면 뜨거운 햇살과 차양막이 있는 노천카페, 앞치마를 두른 ‘가르송’을 연상하지만 현재 이런 카페는 프랑스에 그리 많지 않다. 대개는 골목 안쪽의 허름한 선술집과 같은 게 대부분이다. 또 많은 프랑스인들은 커피보다는 술을 마시기 위해 카페를 찾는다. 프랑스에서도 본래의 의미가 변질된 것이다.

한승환 커피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4-01 15:10


한승환 커피칼럼니스트 barista@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