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려수도에 펼쳐 놓은 붉은 주단 위를 걸어보자산 전체를 뒤덮은 진홍빛 진달래 꽃 장관점점이 박힌 남해의 보석같은 풍광 한 눈에

[주말이 즐겁다] 여수 영취산
한려수도에 펼쳐 놓은 붉은 주단 위를 걸어보자
산 전체를 뒤덮은 진홍빛 진달래 꽃 장관
점점이 박힌 남해의 보석같은 풍광 한 눈에


봄이다. 양지 바른 산기슭의 진달래나무에서 붉은 꽃봉오리 하나 둘 피어나기 시작하면 바야흐로 진짜 봄이다. 홀로 다소곳이 피어있는 들꽃도 보기 좋지만, 같은 종끼리 무리 지어 자라나 한꺼번에 꽃을 피우면 그야말로 장관이다. 요즘 같은 계절엔 진달래가 그 무대를 마련한다. 산 아래서 피어나 산정을 향해 달음박질하는 진달래꽃 군락을 감상하는 일은 매년 봄마다 한번쯤은 경험하고픈 소망이기도 하다.

- 남녘의 진달래 3대 명산 중 하나

우리나라엔 진달래로 유명한 산이 적지 않다. 비교적 일찍 꽃을 피우는 남녘에 있는 산들 중에는 마산의 무학산(767m), 창녕의 화왕산(757m)과 더불어 3대 진달래 명산에 속하는 여수의 영취산(510m)의 진달래꽃 군락지가 제법 알려져 있다. 4월이 되면 산 전체가 붉은 융단으로 뒤덮인 것처럼 바뀌는데, 산도 높지 않아 천천히 거닐며 꽃구경하기엔 안성맞춤이다.

영취산의 진달래 감상 포인트는 정상 북동쪽에 솟은 450봉 일대와 정상 남쪽의 405봉 주변 능선으로 나뉘어져 있다. 물론 영취산 전체로 보면 웬만한 곳엔 어디나 진달래가 피어나지만 이 두 곳을 중심으로 돌아보면 큰 무리가 없다. 먼 곳에서 온 진달래 탐승객들은 두 봉우리 중 하나만 선택해서 오르고 하산한다. 정상 북쪽의 450봉우리를 먼저 오르려면 흔히 상암동 상암초등학교 앞에서 시작한다. 논길과 계곡길을 지나 10분쯤 오르면 큰 정자나무가 나타나고, 이어 송림을 지나면서 가파른 능선길을 10여분 오르면 진달래 군락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상암초교에서 40분쯤이면 초소가 있는 갈림길 공터에 이른다. 여기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가파른 경사길을 10분쯤 오르면 사방이 진달래밭인 450봉 정상이다. 이곳만 보고 내려가기가 조금 아쉽다면 정상 남쪽의 405봉까지 발품을 팔아보자.

450봉에서 정상을 지나 405봉으로 가려면 온 길을 되짚어 내려가 공터까지 간다. 산길은 영취산 정상을 거쳐 도솔암 지나치고 봉우재에 이른다. 봉우재엔 샘물이 있지만 진달래철엔 몹시 붐비므로 산행 전에 식수를 준비해야 한다.

봉우재에서 405봉으로 오르다 보면 산기슭은 사방이 진달래밭이다. 온통 붉은 꽃길을 걷는 맛이 일품인데, 405봉에서의 조망도 빠지지 않는다. 멀리 발 아래로 한려수도도 내려다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이쯤에서 하산길을 서두르지만 이곳에서 남쪽의 439봉까지 이어진 능선길의 진달래도 곱다. 439봉에선 흥국사로 하산해도 괜찮다.

하지만 산행을 시작한 곳으로 되돌아 와야 할 자가운전자라면 이렇게 코스를 짜기 쉽지 않다. 그래서 진달래가 많은 두 봉우리(450봉, 405봉) 중 하나만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450봉은 동쪽의 상암동 상암초등학교에서, 405봉은 서쪽의 중흥동에서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중흥동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오르내리는 길에 여수의 유서 깊은 사찰인 흥국사를 들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진달래 필 무렵 흥국사 벚꽃도 만개

영취산 서쪽 기슭의 흥국사는 아치형 석교인 홍교(보물 제563호)와 후불탱화(보물 제578호), 대웅전(보물 제396호) 등의 유물이 있다. 이외에 원통전과 당우 등도 볼만하지만, 무엇보다 진달래꽃이 필 무렵이면 흥국사 들머리 벚나무 고목들도 하얀 꽃을 피워내니 일거양득이다.

걷는 데 자신이 있는 이라면 진달래꽃과 벚꽃을 다 구경할 수 있는 상암초등학교-450봉-정상-405봉-439봉-흥국사 코스로 영취산을 모두 섭렵해도 괜찮다. 그래도 총 3-4시간이면 충분하다. 봉우리 하나만 오르고 내려온다 해도 2시간 정도면 여유 있게 다녀올 수 있다.

한편 영취산 진달래는 올해엔 3월 하순부터 양지쪽에서 피기 시작했다. 올 축제는 연휴 기간인 4월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열렸지만, 진달래 감상 포인트인 450봉과 405봉 정상 부근은 4월 10일(토) 무렵에 만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 교통 수도권에서 여수까지 가는 데만 5~6시간쯤 걸리므로 자가운전으로 당일로 다녀오긴 벅찬 편이다. 경부고속도로→대전ㆍ통영간고속도로→진주분기점→남해고속도로→순천IC→2번 국도→순천→17번 국도→여수→해룡→덕양→주삼동(좌회전)→흥국사.
서울강남터미널→여수=1일 17회 운행, 5시간30분 소요. 여수에서 흥국사까지는 시외버스정류장 앞에서 40분마다(06:00~22:00) 시내버스(52번)가 다닌다. 상암동행 시내버스(72번, 73번, 74번, 75번, 76번)는 25분마다(05:40~22:00) 운행.
■ 숙식 흥국사 앞이나 상암초등학교 앞이나 모두 숙식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 여수 시내의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게 좋다. 오동도나 돌산대교, 향일암 주위에 숙식할 곳이 많다. 갓김치는 돌산도를 포함한 여수의 별미. 여수갓은 잎이 크고 향이 좋으면서도 톡 쏘는 매운맛은 덜해 인기가 좋다. 갓을 현지에서 직접 구입해가서 자신의 입맛에 담글 수도 있다. 갓 한 단에 2,000원.

민병준 여행작가


입력시간 : 2004-04-08 13:56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