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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되돌리기] 화이트 아웃
일본판 대박영화의 추락



‘한국 영화를 보라’ 일본판 뉴스위크 최신호의 커버스토리 제목이다. ‘쉬리’나 ‘엽기적인 그녀’의 흥행 이후 일본 극장가에 성공적인 안착을 한 한국 영화들이 늘어나면서 일본 문화계에서 한국 영화 열풍을 진단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 영화가 아시아 전역에서 선전하고 있는 사이 일본 영화는 국내에서 유독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개봉한 일본 영화만도 40 여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나 기타노 다카시처럼 유명감독이나 히로스에 로코와 같은 유명스타를 앞세운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했지만 그다지 관객의 눈을 끌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일본 영화의 흥행 부진에는 해외영화제 출품작을 위주로 한 작품성 있는 영화들이 우선적으로 개봉한 탓도 있지만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다. 이미 일본판 블록버스터 영화도 다수 개봉돼 흥행 참패를 맞은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2000년 11월 오다 유지를 앞세운 ‘화이트아웃’ 역시 일본 내에서 흥행에 성공한 블록버스터 영화임에도 국내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알려진 이 영화는 좋은 것은 기꺼이 취한다는 일본인 특유의 이이도코토리(良いとこ取り정신을 보여주듯 스케일에서부터 ‘다이하드’나 ‘클리프 행어’ 등의 할리우드 블럭버스터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일본 드라마나 만화, 영화의 단골인 관료주의에 대한 반감,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주인공 등 전형적인 일본 재료들이 등장하는 전형적인 일본식 블록버스터이다.

니가타현에 위치한 엄청난 저수량 댐의 안전 관리요원인 토가시 테루오는 조난자를 구하러 갔다가 함께 갔던 친구이자 동료인 요시오카 카즈유를 잃고 만다. 2개월 뒤 요시오카의 약혼자 히라가와 치아키가 댐을 찾아오는데, 이때 댐이 테러 단체 아카이츠키에 의해 점거된다. 댐의 물을 방류함으로써 하류의 20만 세대 주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직원과 히라가와를 인질로 삼은 테러리스트들은 24시간 내에 50억엔이라는 거액을 요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시청 관리가 나가미경찰서에 내려오지만 눈보라 치는 악천후와 차단된 도로 때문에 속수무책이다.

하지만 댐에 관해 해박하며 산에 익숙한 토가시가 테러리스트들을 제거하며 방류를 방해하여 홀로 맞선다. 이에 위험인물임을 감지한 아카이츠키의 대장 우츠키는 댐을 폐쇄해 토가시를 가두지만, 토가시는 댐에 관한 지식을 이용하여 탈출에 성공, 경찰서에 중요한 정보를 알리게 된다. 이 정보에 따라 관할 경찰서 서장은 테러리스트 우츠키의 트릭을 조금씩 풀어나가지만, 사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시청 관리는 주민의 목숨을 담보로 저격수 투입을 계획한다. 이처럼 관할 경찰서와 경시청의 대립이 계속되는 동안 토가시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또다시 댐으로 돌아간다.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홀로 테러리스트와 싸우고, 분위기 파악 못하는 경찰이 있으며, 산이라는 자연의 힘도 견뎌야 하는 점에서 ‘다이하드’나 ‘클리프 행어’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다르다. 오다 유지가 맡은 토가시는 존 맥클레인이나 게이브 워커와는 달리 적을 없애는 것보다 약속을 지키고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점에 중점을 두는 인물이다. 거대조직에서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완수하는 것을 전통적 미덕으로 여기는 일본 사회를 반영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애초부터 주인공 토가시가 안전관리요원 이상의 엄청난 능력을 보여준다는 비판은 성립되지 않는다. 일본인에게 있어서 투철한 책임감은 상상을 초월한 힘을 부여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영화처럼 정신없이 통쾌한 액션 영화를 기대한다면 조직에 복종하는 관료주의적 인간이 보여주는 지나친 책임감에 방점을 둔 이 영화가 결코 통쾌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영화의 잇따른 돌풍으로 배가 아플 법한 일본. 그들의 영화가 한국 관객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한국 영화에서도 장점을 취하는 이이도토코리 정신을 다시 한번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



비디오정선영 startvideo@hotmail.com


입력시간 : 2004-06-1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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