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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영웅시대’ 주연맡은 차인표
"천태산 통해 희망 보여줄 것"
고 정주영 현대회장 일대기이지만 극중 인물에 충실할 계획






만남 뒤 여운이 극명하게 나뉘는 직업군이 있다. 바로 연예인들이다. 너무 씁쓸해 일만 아니면 차라리 안 만나고 싶은 사람과 그 사람이 떠난 자리에 좋은 향취가 남아 신선한 느낌을 받는 연예인이 있다.

부천 ‘영웅시대’ 세트장에서 촬영 도중, 인사 대신 손짓을 하는 사내는 분명 후자에 속한다. 늘 한결같은 사람이다. 대만, 중국 등에서 방영될 현지 드라마 ‘도심’ 촬영을 마치자마자 7월 5일 시작될 MBC ‘영웅 시대’에 주연으로 투입된 차인표다.

그는 대뜸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바빠서 술 한잔 할 자리, 만나서 회포를 풀 수 없는 아쉬움을 담은 말이었다. “바쁜 일 때문인데 그럴 수 있지”라는 답을 하자 그는 정색을 하며 “요즘 저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 일인지 회의가 들곤 해요. 일 때문에 정말 소중한 가족, 친지, 친구, 동료들과 함께 있을 수 없잖아요. 어머니가 다리를 다치셨는데 드라마 촬영 때문에 이틀째 못 찾아 뵙네요. 정말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뭘까요”라며 반문한다.


- 자연인 차인표의 매력



문득 차인표와 어머니가 함께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가 경기 고양에서 농사를 짓는 어머니에 대한 각별한 사랑은 그의 홈페이지나 그의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는 흙 묻은 운동화 차림으로 허겁지겁 약속 장소에 나온 적도 있었다. 어머니와 함께 농사 일을 하다가 약속 시간을 깜빡해서 늦었다는 설명을 하면서 특유의 웃음을 지었던 적이 있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 차인표를 말하기 전에 자연인 차인표의 모습을 먼저 꺼내는 것은 갈수록 돈과 지위, 명성이 정말 지켜야 할 덕목들을 삼켜버리는 상황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중요한 가치나 덕목들이 돈 앞에서, 지위 앞에서 허무하게 너무 쉽게 내팽개치고 있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 요즘 삶의 의미를 진중하게 고민하는 서른 일곱살의 청년, 차인표는 뜨거운 여름 한 중간에서 하나의 의미를 화두로 던졌던 것이다.

잠시 차인표와의 대화가 단절됐다. ‘영웅시대’의 쌀집 점원들이 일을 대강대강하자 다그치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서였다. “자! 시작들 하자고” 차인표의 대사가 촬영장과 거리를 두고 있는 나에게까지 강렬하게 들린다. ‘영웅시대’는, 물론 가공인물이지만 천태산과 국대호라는 경제 영웅 2명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다. 주인공의 캐릭터와 상황 설정, 배경 등은 현대의 고 정주영회장(천태산역 차인표)과 삼성의 고 이병철회장(국대호역 전광렬)을 연상시키지만, 차인표는 “실존 인물도 드라마 속으로 들어오면 가공의 인물이 되는 거지요. 실존인물이라고 해서 남들이 뭐라고 해도 저는 연기하는데 부담은 느끼지 않아요”라고 했다. 드라마가 방송도 되기 전부터 일고 있던 세간의 우려와 관심에 개의치 않고 극중 인물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사람의 일대기를 연기하는 것은 연기자에게도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연기자나 일반 시청자나 모두, 한 인물 특히 우리 사회에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큰 영향을 끼친 사람에게는 분명 배울 점이 있기 때문이다. “천태산이라는 인물은 의지 하나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람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쉽게 좌절하고 너무 포기하는 세태에서 분명 천태산은 우리에게 소중한 가치인 도전과 의지를 일깨워주는 것 같아요. 현재 경제불황으로 좌절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희망의 단초를 발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차인표는 청년 천태산だ?하기에 일제시대부터 연기를 해야 한다. 시대극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왕초’ ‘황금시대’도 시대극이어서 별다른 어려운 점은 없다고 했다. 그 말은 차인표에 대한 다른 추억을 일깨워 준다. ‘왕초’의 시사회장에서였다. “차인표씨의 연기는 너무 힘이 들어가 딱딱하고 농밀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면전에서 곤혹스러운 질문을 던졌다. 스타의 반열에 오른 연기자에게 기분 나쁜 소리였지만 그는 “인정합니다. 하지만 어제보다 오늘의 연기가 분명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자신을 믿기 때문에 또 다른 차인표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진중한 답을 했다.


- 진중한 태도로 연기수업

그의 말을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이 그가 나오는 드라마 ‘황금시대’ ‘그 여자네 집’ ‘완전한 사랑’ 그리고 영화 ‘목포는 항구다’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품을 보고 모니터 했다. 그의 개성은 점차 사라지고 캐릭터에 수용돼 가는 농도가 진해진 것이 분명했다. 그의 말에 신뢰를 보내는 것은 자신이 한말의 내용을 담보하려는 몸짓이 뒤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 대만 등에서 초창기 한류의 열기를 지폈고 지금도 여전히 중국 현지 드라마 출연과 홍콩 영화 출연 섭외 등으로 한류를 이어가는 그에게 민감한 질문 하나를 던졌다. 현재 우리 언론에서 한류에 대한 보도가 봇물을 이루고 그 기사 중 상당수가 상업성이 가미된 과장 기사가 많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즉답을 피하며 곰곰이 생각하더니 “우리 배우들의 몸값이 너무 비싸졌다. 또한 프로그램이나 작품의 수출가도 그렇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의 시청률이 바닥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우회적으로 답을 한다. 그리고 한류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 배우들이 겸손하고 성실해야 한다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다.

‘영웅 시대’ 촬영장에서 두시간여 대화를 끝내고 일어서려는데 “6월 말, 7월 초 미국에 건너가 뮤지컬 ‘지저스 지저스’ 공연을 마치면 꼭 소주 한잔하면서 못 다한 이야기해요”라는 말을 건넨다. 그 말에 웃음으로 답하고 돌아서면서 그에게서 나온 단어들을 추스러보았다. ‘중요한 삶의 의미와 가치’ ‘가족에 대한 사랑’ ‘의지’ ‘겸손’ 등등이 떠오른다. 정작 삶의 중요한 것들을 잃어 가는 요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들이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


입력시간 : 2004-07-0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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