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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이야기 동양 신화 外
'운우지정', '붉은 악마'…동양 신화에서 왔소이다

■ 이야기 동양 신화
정재서 지음
황금부엉이 발행ㆍ1만2,800원





2002년 월드컵의 진정한 영웅 ‘붉은 악마’를 상징했던 도깨비 그림. 이 도깨비가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에 비교할 수 있는 동양 신화의 황제(黃帝)와 패권을 겨뤘던 전쟁의 신 치우(蚩尤)라는 것은 이제 한국 사람이라면 다 안다. 붉은 악마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는데도 우리의 눈이 알아보지 못하는 동양 신화의 주인공을 되살려낸 것이다.

최근 몇 년 간의 그리스 로마 신화 열풍으로 한국 초등학생들도 서양 신들의 이름을 줄줄 외울 정도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 핏속으로 흘러왔고 지금도 생활 속에 살아 숨쉬고 있는 동양 신화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나.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서울 서대문형무소 등 도성의 서쪽에 감옥이나 화장터가 자리잡았던 것은 무슨 이유일까. 서양 신화의 아프로디테에 버금가는 매력의 소유자인 서방의 여신 서왕모(西王母)가 죽음과 형벌을 주관했기 때문이다. 홍수 속에서 살아남아 인류의 선조를 낳은 복희(伏犧) 여와(女와) 남매의 신화는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서 소년 소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다시 태어났다. 남녀의 육체적 사랑을 의미하는 말로 수많은 문사들이 애용해 온 운우지정(雲雨之情)의 기원은 어디 있을까. 역시 동양 신화다. 아침에는 구름이 되었다가 저녁이면 비가 되어 돌아다니는 여신 무산신녀(巫山神女)는 좋아하는 남자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열혈 여성의 원조 격이다. 그녀가 초회왕(楚懷王)과 나눈 짧은 사랑을 가리켜 운우지정이란 말이 생긴 것이다.

치우, 서왕모, 복희ㆍ여와, 무산신녀는 이처럼 여전히 우리 곁에 있지만 우리가 잊고 있던 동양 신화의 주인공들이다. 서양에 인어 아가씨가 있다면 동양에는 인어 아저씨인 ‘저인’이 있고, 서양에 소 머리를 한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있다면 동양에는 소 머리를 한 농업ㆍ약초의 신 신농(神農)이 있다.

정재서 이화여대 교수의 ‘이야기 동양 신화’는 이 같이 동양 신화를 오늘 우리의 삶과 연관시켜, 무엇보다 쉽고도 재미있게 쓴 최초의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 교수는 중국 최고(最古)의 신화서인 ‘산해경(山海經)’을 1985년 국내 최초로 번역하는 등 동아시아적 상상력을 화두로 삼아온 정통 신화학자.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서양 신화에 사로잡혀 오히려 동양적 상상력과 마음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상상력의 제국주의’를 안타까워하며 그가 2002년 한국일보에 주간 연재한 글을 토대로 했다.

화가 서용선 서울미대 교수가 한국일보 연재 당시 함께 작업한 그림, 저자가 중국 일본 대만 등의 박물관과 서점 등을 몇 차례나 왕래하며 수집한 자료에서 고른 도판 등 책에 실린 300여 컷에 달하는 풍부하고 화려한 이미지는 동양 신화의 세계를 실제 눈으로 보는 듯 파노라마처럼 펼쳐준다. 책에 실린 서용선 교수의 그림을 직접 볼 수 있는 전시회도 18일까지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상상력에는 국경이 없다. 문제는 편식이다. 왜 우리의 아이들이 서양 신화의 상상력만 편식하는가? 무차별적인 세계화의 시대에 상상력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다간 ‘상상력의 맥도날드 제국’이 출현할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우리는 동양 신화를 서구 중심적인 오리엔탈리즘, 중국 중심의 중화주의 양자 모두로부터 자유로운 우리의 시각으로 읽어내야 한다.” 정 교수는 책의 의도를 이렇게 말했다.


[책꽂이]

■ 꿈꾸는 여유 그리스 / 권삼윤 글ㆍ사진



'나는 박물관에서 인류의 꿈을 보았다' 등을 쓴 역사여행가 권삼윤의 그리스 문화기행서. 2004년 올림픽 개최로 다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올림픽의 고향, 서구문명의 고향의 현재 모습을 생동감 있게 전해준다.

그리스의 대표적인 작가 카잔차키스는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의 입을 빌려 "지중해를 건너 아프리카에서 불어오는 훈훈한 바람이 여인들의 가슴을 부풀게 한다"고 말했다. 권씨는 이 말을 인용하며 아테네는 살아있는 여인들의 풍만한 몸과 함께, 곳곳에 남아있는 고대 인체 조각상들로 '육체가 넘실대는 고장'이라고 전한다. 속박을 싫어하며 일보다는 즐기는 삶에 치중하는 보통의 그리스 사람들, 오디세우스의 이름을 팔아 살아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이타카 지역의 사람들, 하늘과 땅과 바다와 어우려져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저자가 찍은 130여 컷의 사진과 함께 생생하다. 푸른숲 발행ㆍ1만3,000원.

■ 그대로 갈 것인가 되돌아갈 것인가 / 스코트 니어링 지음



'조화로운 삶'의 저자 스코트 니어링이 "문명은 사회의 자살 행위"라고 주장하며 젊은이들에게 주는 문명 비판의 메시지를 담은 책이다.

니어링은 잘 알려졌듯 미국이 대공황의 늪으로 빠져들던 1932년 '서구 도시 문명은 그 누구에게도 안전한 삶을 보장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부인 헬렌과 함께 뉴욕을 떠나 버몬트 시골로 들어가 자급자족하는 삶을 산 경제ㆍ사회학자이다. 니어링 부부는 20년 간의 그 삶의 기록을 1954년 '조화로운 삶'이라는 책으로 펴냈고, 이들은 이후 문명에 저항하고 자연에 순응하는 위대한 인간 정신의 표본으로 추앙된다.

'그대로 갈 것인가…'에서 니어링은 "문명은 팽창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팽창은 호전성을 가지고 있어 경제, 군사 면에서 충돌을 일으킨다"며 베트남전과 자본주의 문명을 비판하면서, 젊은이들에게서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있다. 이수영 옮김. 보리 발행ㆍ8,000원.

■ 클라시커 50 고고학/ 볼프강 코른 지음



트로이, 마추픽추, 아틀란티스…. 가 보진 못하더라도 그 이름만으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일상을 떠난 어떤 다른 세계에의 꿈을 꾸게 하는 고대 유적지들이다.

왜 우리는 과거의 고고학 유적지에서 미래로의 새로운 꿈을 꾸는 것일까. 피라미드, 올림피아, 진시황 병마용에서 왜 단순히 과거 인류의 흔적이 아니라 미래에의 신뢰를 읽게 되는 것일까. 인간이 뿜어낼 수 있는 향기와 예술혼, 절대를 향한 응축된 노력을 그 유적과 유물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인을 위한 문화 예술 역사 각 분야의 교양을 50가지로 엄선해 소개하는 '클라시커 50' 시리즈의 하나로 나온 이 책은 지구촌 50곳의 유명 고고학 발굴ㆍ유적지들을 과거와 현재의 풍부한 사진 자료와 함께 설명磯? 각 유적마다 연구의 역사를 간추렸고, 관련 도서와 영화, 인터넷 사이트 등 팁이 되는 정보도 실었다. 장혜경 옮김. 해냄 발행ㆍ1만8,000원.


[신간 안내]

▲ 유전자 시대의 적들

- 인간 유전체 계획(Human Genome Project)을 둘러싼 과학자, 정치가, 기업가들의 경쟁과 암투. 영국 측 게놈 지도 연구를 주도했고 2002년 노벨 생리ㆍ의학상을 받은 존 설스턴, 과학사 저술가 조지나 페리 공저. 사이언스북스 발행ㆍ1만8,000원.








▲ 초정밀 지(知)도

- 전국의 교통을 자세하게 안내하는 지도에 관광 명소, 맛집, 숙박 정보 등을 싣고 손에 잡히는 가이드북도 함께 냈다. 1권 맛있는 여행, 2권 기차 여행, 3권 펜션 여행. 랜덤하우스중앙 발행ㆍ각 5,800원.








▲ 나는 김현희의 실체를 보았다

- 1987년 KAL858기 폭파사건의 범인 김현희의 변호를 맡았던 안동일 변호사가 공판 기록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사건의 의혹들을 정리했다. 김현희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생생하다. 동아일보사 발행ㆍ9,500원.










▲ 아버지 노릇

- 중국 서정만화의 창시자로 불리는 펑쯔카이(1898~1975)의 삽화ㆍ산문집. 세상에 나고 자라 한 가정을 이끄는 어른이 되기까지 느끼는 삶의 기쁨과 아픔을 담백한 그림과 문장에 담았다. 궁리 발행ㆍ1만원.













▲ 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

- 일본 소설가 소노 아야코가 쓴 행복한 노년을 위한 계로록(戒老錄). '평균 수명을 넘어서면 공직에 오르지 말 것'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물건을 줄여나갈 것' 등 수십 가지 구체적 지침을 담았다. 리수 발행ㆍ9,800원.








/하종오기자 joha@hk.co.kr


입력시간 : 2004-07-0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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