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후의 웰빙보감] 비위와 소갈증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안색은 약간 누런 느낌이 난다. 음식도 중국 음식(튀기고 기름진)을 좋아하신다고 들었다. 동의보감을 보면 얼굴에는 다섯 가지 색이 있는데(적, 청, 황, 백, 흑; 예를 들면 붉은 색은 표준적인 얼굴에 비해 붉은 기운이 더 돈다는 뜻이다) 이런 색 중 황색은 얼굴이 다른 사람에 비해 누런 기운이 많은 경우를 말한다. 얼굴에 누런 빛이 많이 돌면 한의학에서는 비위계통이 약하다고 본다. (물론 황달로 인해 병적으로 샛노란 경우도 있겠지만 보통은 비위계통이 약한 것보다는 담즙 배설 이상으로 인한 경우이다. 간혹 황달로 인해 청색이나 녹, 흑색의 얼굴도 있을 수 있다)

김 전 대통령께 약간의 당뇨가 있어 임기 말년에 쓰러지신 적도 있다. 이런 증상이 다름 아니라 비위계통에 이상이 있어 생긴 증상이며 이때 바로 얼굴색이 누렇게 뜨는 것이다.

우리 말에 흔히 ‘비위도 좋다’는 뜻은 싫거나 창피한 일에 처하면서도 개의치 않고 넘어가는 것을 말하는 데, 정말로 비위가 좋으면 안색도 좋을 뿐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도 강해 어지간한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비위가 안 좋은 경우’는 일단은 안색부터 누렇게 뜨고 (노란 색깔이 돈다) 식사도 잘 못할 뿐 아니라 지구력도 많이 떨어지고 사소한 일이나 보기 싫은 상황에 잘 토하며 버스나 배를 타면 꼭 멀미를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 중에 비위가 좋지 않은 아이들은 소화 흡수능력이 좋지 않으므로 성장에 필요한 재료를 충분하게 공급 받지 못해 키가 잘 안 크는 경우도 많이 있다. 뿐만 아니라 공부하는 아이들은 쉽게 지치며 자꾸 졸리는 경향이 많다. 남성의 경우는 쉽게 지치고 신경질이 많으며 여성의 경우는 월경 때 소화기 장애가 쉽게 나타난다.

이렇게 비위기능이 안 좋은 상태가 점차 심해지면 경우에 따라서 ‘소갈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소갈증’은 한의학에서‘고량후미’(기름지고 걸죽한 음식)를 먹게 되어 나타난다고 하며 요즈음의 당뇨병과 흡사하다.‘소갈증’은 당연히 기름지고 튀긴 음식, 걸죽한 음식, 지나친 육식과 음주를 피하는 것이 좋으며 적절한 운동과 소식을 하며 지나친 성생활을 피하는 것이 좋다.

요즘은 당뇨 진단장비가 흔해 쉽게 혈당치를 진단 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혈당치를 측정하는 방법은 없었지만 혈당이 나오는 것(소갈증)을 확인하는 재미 있는 방법이 있었다. 다름 아니라 개미가 많이 있는 나무 아래 소변을 보고 관찰하면 개미가 많이 몰려 있는 소변은‘소갈증’(당뇨)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당뇨가 있으면 소변에 당분이 많아 개미가 많이 몰리는 까닭이다.

소갈증’은 요즘의 당뇨병보다 조금은 포괄적인 개념인데 옛날 사람들은 증상에 따라 크게 상소, 중소, 하소증으로 나누어서 보았다. ‘상소증’은 증상이 혓바닥이 붉고 벌어지며, 갈증이 심한 증세를 보인다. ‘생진양혈탕’같은 처방을 자주 사용하며 집에서 쉽게 복용할 수 있는 약은 인삼탕이 좋을 수 있다. 열이 아주 많은 경우에는 홍삼도 좋다.

중소증’은 그 증상이 잘 먹으면서도 살이 마르고 땀이 많은 편이며 대변은 건조하고 소변을 자주 본다. ‘생진감로탕’등과 같은 처방을 잘 사용하며 일단 변을 잘 보도록 한다. 진액의 손실이 쉬우므로 체액 손실이 많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하소증’은 증상이 갈증과 답답증이 있으며 자꾸 물이 먹히고 소변 색이 많이 탁하고 무릎이 마르는 경우가 많다.‘육미지황탕’같은 처방이 좋으며 쉽게 구하여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녹용이나 숙지황 같은 것을 복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지나치게 많은 음식을 탐하거나 기름진 음식은 피해야 한다. 하루 세끼 먹는 규칙적인 식생활 습관과 적절한 식사량(조금 적게)에다 야채를 충분히 먹고 규칙적 운동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식이조절만으로 당뇨를 이기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아직 심하게 몸의 균형이 망가진 경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심하게 당에 이상이 있는 경우는 섬세한 혈당조절을 위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다만 어떤 경우라도 식이조절과 적당한 운동은 기본이며 필수다.

입력시간 : 2004-07-2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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