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조 높은 분위기 "호텔은 왜 가"

[맛이 있는 집] 송현클럽
격조 높은 분위기 "호텔은 왜 가"

청와대와 경복궁, 인왕산과 북악산 자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라는 말에 사람들은 제일 먼저 종로타워를 떠올린다. 틀린 답은 아니다. 그렇지만 종로타워에서 아득하게 이들 지역이 보인다면 이 곳에 들어서면 손에 잡힐 듯한 풍광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종로구 수송동, 안국동, 사간동, 삼청동 등은 오래 전부터 주요 관공서와 굵직한 기업들의 사옥이 들어서 있는 서울의 심장부 역할을 해온 곳이다.

10여년 사이에 뚝딱하고 만들어진 쇼핑몰이나 공원 등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겹고 멋스럽다. 요즘 들어 20대 젊은 층들이 이 곳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이 골목 구석 구석 발품 팔아 돌아다닌다면 50대 이상의 장년층들은 높은 곳에 앉아 편안히 인왕산 경치를 감상하는 법을 알고 있다. 돈 많이 들여 고급 호텔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찾는다는 얘기가 아니다. 특권 계층에만 국한되는 맥 빠지는 소리도 아니다. 바로 한국일보 사옥 맨 윗 층에 자리하고 있는 송현클럽에 대한 설명이다.

송현클럽은 지난 1970년대 초반 문을 연 뷔페 레스토랑이다. 뜬금없이 신문사 사옥에 직원 식당도 아니고 뷔페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는 것부터가 흥미롭지만 많은 사람들이 애착과 향수를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주변에 한국일보 사옥 외에는 높은 건물이 없어 주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호텔 또한 성업하지 않았던 때라 맞선이나 중요 모임 장소로도 사랑을 받았다.

성신경 지배인은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50대 중후반이 지난 사람들에게 송현클럽은 추억의 장소’라고 말한다. 개발 제한 구역인지라 70년대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는 이 곳을 보기 위해 많이 찾는다고. 송현이라는 이름은 소나무 송(松)과 고개 현(峴)으로 해석되는데, 이 일대가 송현동으로 불리는 데서 이름을 따왔다.

30년 동안이나 영업을 하면서도 간판을 내걸지 않아 겉에서 봐서는 일반 사무실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입소문을 타고 점심 시간이면 2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찾을 정도다. 창가 자리는 열흘 전부터 예약을 해야 될 정도로 인기다.

송현클럽은 1년 동안의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올 3월 초에 다시 문을 열었다. 호텔 수준의 인테리어와 스카이 라운지 분위기를 한층 살리기 위해 사방을 통유리로 바꾸는 등 대대적인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인테리어만 바꾼 것이 아니고 인터콘티넨탈 호텔 총주방장을 역임한 조리실장을 영입해 음식 또한 한층 업그레이드 시켰다.

메뉴는 한식, 일식, 중식, 양식 등 50여 가지. 종류별로 각각 다른 테이블에 준비되고 과일, 아이스크림, 커피까지 제공하는 점심 뷔페가 9,500원이다. 요즘 물가를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각각 4~5가지의 회와 초밥, 육회, 비빔밥 등 고급스럽고 서민적인 음식을 두루 맛볼 수 있다. 그렇지만 원가나 손익 계산보다는 단골들의 향수를 달래주는 동시에 직장인들이 분위기 좋은 곳에서 맛있게 식사할 수 있는 곳을 만드는 것이 송현클럽의 철학이라고 한다.

현재 점심 뷔페는 주중에만 운영을 하고 저녁 뷔페는 예약에 한해서만 이용할 수 있지만 앞으로 영업 시간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13층 외에 12층에도 270석 독립 공간이 있어 결혼식 피로연이나 돌잔치, 세미나 등으로 이용 가능하다. 메뉴 선택은 손님과 의견 조율을 통해 이루어져 큰 부담 없이 행사를 치를 수도 있다.

* 영업 시간 : 월요일~금요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저녁 뷔페는 전화 문의.

* 위치 : 지하철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서 각각 도보로 5분, 한국일보 사옥 13층. 02-724-2914

서태경 맛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7-28 13:48


서태경 맛칼럼니스트 shiner96@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