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신간안내] 디플레이션 속으로 外
“근대 이후 맹렬한 속도로 발전해온 세계는 이제 모든 분야에서 과거와 구별되는 역사의 변곡점에 서 있다.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 시스템의 기본 가정은 성장과 팽창의 ‘인플레이션’이었다. 이제 생활방식에서 사고체계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지배했던 인플레이션의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있다. 성장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디플레이션’의 눈으로 세상을 보아야 한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부장은 디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한국과 세계를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때 그가 말하는 디플레이션이란 단지 물가 하락, 실업률 상승 등의 협의의 경제적 개념이 아니라 정보사회화, 고령화, 그에 따른 사회갈등의 요인까지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구조적 저성장, 만성적 고실업, 고령화 쇼크, 갈등의 만연 등 요즘 세상을 보는 현장 경제전문가의 신선한 시각이 돋보인다. 이콘 발행ㆍ1만2,000원.
이스마일 카다레는 해마다 10월초 노벨문학상 발표 때가 되면 수상 후보로 손꼽히는 작가다. 올해도 노벨상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그가 이룩한 문학적 성과는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1990년 프랑스로 망명한 그는 비극적 역사를 가진 조국 알바니아에 대한 기억, 그 구전적 전통에 뿌리박은 신화적 상상력을 담은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꿈의 궁전’은 그가 1981년 알바니아에서 발표한 소설이다. 배경은 19세기말 오스만투르크 제국, 술탄과 껄끄러운 관계인 마르크 알렘은 신민들의 꿈을 수집해 해석하는 정부기관인 꿈의 궁전에서 일하게 된다. 꿈의 궁전은 바로 인간의 외면은 물론 영혼까지 통제하려는 전제정권에 대한 알레고리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오래 전부터 나는 지옥을 형상화하고 싶었다”고말했다. 장석훈 옮김. 문학동네 발행ㆍ9,000원.
지은이는 미국 메인 주의 숲 속에서 탐욕스럽고 저급화되어가는 물질문명과 전쟁에 반대하며 자급자족하는 생활방식으로 40여 년간을 살아왔다. 소로, 디킨슨, 니어링 부부의 정신을 계승한 사람이다.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의 전통 주거 형태인 유르트(펠트 천으로 만든 둥근 천막)의 아름다움과 천재성에 매료된 그는 자연친화적인 현대식 유르트를 북미에 도입했고, 40여 년 동안 세계 곳곳에 그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값싼 재료를 사용해서 유르트 300여 채를 지었다. 그가 이끌고 있는 ‘유르트 재단’은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지각있고 경제적인 자급능력을 기를 수 있도로 하는 데 봉사하고 있다. 책에서 그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배운 삶의 공예술과 자급생활방식을 토대로 소박한 삶을 일궈가면서 얻은 경험과 성찰을 전한다. 피터 포브스 사진. 이한중 옮김. 돌베개 발행ㆍ1만5,000원.
입력시간 : 2004-10-1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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