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물의 깊은 맛, 제주 토박이 음식

[맛집 멋집] 인사동 <얼큰한 조백이 수제비>
해물의 깊은 맛, 제주 토박이 음식

지금 20~30대 젊은이들은 수제비를 별미 정도로 생각하지만 밥 대신 수제비로 끼니를 대신하던 때가 있었다. 가끔 밥이 먹기 싫을 때나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 손으로 뚝뚝 반죽을 떼어 한소끔 끓인 수제비는 꽤 먹을 만하지만 이걸 주식으로 하려니 고역이던 시절이 불과 몇 십년 전이다. 요즘은 낙지 수제비, 메밀 수제비, 김치 수제비 등 그 이름도 모양도 제 각각이라 입맛이나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도 수제비를 배고픈 음식으로 생각하는 세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수제비가 서민 음식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그 기원을 살펴보자면 옛날 음력 6월 15일 유두를 즈음해 밀을 수확하면서 이웃과 함께 칼국수나 부침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바쁜 농사철에 일일이 반죽을 하고 미는 것이 번거로워 간편하게 수제비를 만들어 먹게 되었다고 한다.

내륙 지방에서는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감자, 양파, 호박 등을 넣었고 해안 지방에서는 바지락 등을 넣어 먹었다. 일반적으로 내륙에서는 맑은 국물의 수제비를 만들어 먹지만 제주도의 경우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넣어 만든 얼큰한 국물이 특징이다. 이름도 수제비가 아닌 ‘조백이’다. 방언이 심한 지역이라 독특한 이름의 음식들이 많지만 조백이라는 이름은 꽤나 정겹게 들린다.

서울에도 제주도식 수제비인 조백이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인사동에 자리한 ‘얼큰한 조백이 수제비’는 뭔가 특별한 수제비를 기대하게 만드는 곳이다. 쫀득한 수제비 반죽에 버섯이나 호박 외에도 새우, 바지락, 오징어, 홍합 등을 넣어 해물의 깊은 맛을 살렸다.

5년 전 이곳에 수제비 식당을 개업한 황기용씨는 젊은 시절 제주도 여행에서 맛보았던 조백이 맛을 잊을 수 없어 사업 아이템으로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수제비가 해물과 만나니 별미로 느껴졌고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다는 게 황씨의 이야기다.

수제비 반죽을 할 때에는 밀가루뿐만 아니라 콩가루, 감자가루 등을 넣어 고소함을 더했다. 주방에서 한번 끓여 나와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한데는 이유가 있다. 막 끓기 시작했을 때 먹어야 수제비의 쫄깃한 맛과 개운한 국물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 오래 끓이면 수제비가 뭉개져 국물이 걸쭉해지기 때문. 다 먹고 난 후에는 밥을 볶아 먹기도 한다. 해물버섯수제비만 2인부터 주문이 가능하고 다른 종류는 1인분도 판매한다.

▲ 메뉴 : 해물버섯수제비 5,000원(2인분부터 주문), 감자해물수제비 4,000원, 홍합수제비 4,000원, 김치수제비 4,000원, 굴칼국수 5,000원, 해물파전 12,000원, 낙지볶음 14,000원.

▲ 찾아가는 길 : 인사동 4거리에서 맥도날도 방향 골목으로 들어가 왼쪽 건물 2층에 자리한다.

▲ 영업시간 : 오전 10시부터 밤 11시. 연중무휴. 02-723-5958

서태경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11-1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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