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장애인·희망을 얘기한다10개월 만에 다시 선보인 MBC "사회문제에 화두 던질것"

[배국남의 방송가] 오락프로그램의 신선한 반란
통일·장애인·희망을 얘기한다
10개월 만에 다시 선보인 MBC<느낌표> "사회문제에 화두 던질것"


왼쪽부터, 신동엽, 이경규, 김영희 PD

우리의 방송에서 오락 프로그램하면 떠오르는 것은?

시청자 대부분은 연예인의 사담장 또는 선정과 가학성의 표본, 연예인의 음반ㆍ영화ㆍ드라마의 홍보 마당 등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서울 YMCA 시청자 운동 본부를 비롯한 시청자 단체의 프로그램 비판의 80%정도가 오락 프로그램에 집중된 것을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이 같은 오락 프로그램에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잡은 데에는 방송사 제작진의 책임이 가장 크다.

이러한 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모반을 꾀하는 오락 프로그램이 시청자와 최근 만났다. 12월 11일 다시 선보인 MBC ‘!느낌표’이다. 지난 2001년 11월 시작해, 2004년 2월까지 방송한 뒤 10개월만에 새로운 전면 개편한 ‘!느낌표’는 우리 오락 프로그램의 새로운 지평을 연 데 이어, 또 다른 시도로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끌고 있다.

2001년 10월 ‘!느낌표’ 방송전 이 프로그램의 연출자, 김영희PD와 코너 진행자, 이경규, 박경림, 김용만 등을 만났던 적이 있다. 당시 김PD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터져 나왔다. 오락 프로그램을 사회, 교육, 환경 등 공익성 있는 문제를 다룬 코너로 꾸민다고 말해 당혹스러웠던 기억이다.

하지만 그는 ‘느낌표’를 3년여 새로운 코너를 바꾸어 가며 이끌어 오면서 교양 프로그램이나 뉴스 프로그램이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 오락 프로그램 형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사회적 이슈를 부각시켜 공론화시키는가 하면 그 이슈의 대안을 제시해 정부나 사회 단체에 해결책을 내 놓는 데 길을 트기도 했다.

고교생들의 아침 밥을 못 먹게 하는 ‘0교시 제도’를 폐지시켰고 전국에 수많은 어린이 도서관을 지었으며, 또한 책 읽기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래의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누리고 있는 사회적 혜택을 단지 학생증이 없다는 이유로 누리지 못 하는 미진학 청소년의 경우, 행정 당국이 청소년증 발급을 하게 해 버스 운임에서과 영화 관람료 등에서 혜택을 보게 한 것도 ‘!느낌표’의 코너를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가족 상봉 코너를 운영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잘못된 우리 사회의 인식을 개선하고 외국인 근로자의 제도적 차별폐지에 일조한 것도 바로 오락 프로그램이었던 ‘!느낌표’ 였다.

이번에 새롭게 단장해 다시 시청자와 만난 ‘!느낌표’를 방송하기 직전, 김영희PD와 진행자를 다시 만났다. 그의 입에서 나온 첫 일성은 “이제는 통일과 장애인, 그리고 희망의 문제를 다루겠습니다”였다. 역시 이번에도 오락 프로그램을 통한 사회 문제를 화두를 던질 생각이란다.

왜 하필이면 즐거움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능인 오락 프로그램에서 교양 프로그램이나 뉴스, 시사 프로그램에서 다뤘던 통일, 장애인, 사회 문제 등을 취급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김PD는 “물론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방송 3사의 통일, 장애인을 다루는 프로그램 자체가 없거나 시간대가 많은 시청자가 볼 수 없는 사각 시간대에 편성을 하고 있다는 이유와, 뉴스에선 희망이나 미담보다는 사회 갈등적인 뉴스를 다뤄 발상의 전환을 꾀해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기 때문이죠. 또한 시청자들이 심각한 문제일수록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는 오락 프로그램을 통해 전달한다면 더 많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있고요” 라고 설명한다.

이번 새롭게 단장해 첫 선을 보인 ‘!느낌표’는 세 개의 코너로 구성돼 있다. 통일 시리즈 1탄 ‘남북 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 우리 사회의 아름다운 사연과 사람을 휴대폰 카메라 등으로 찍어 보여주는 ‘찰칵 찰칵’ 그리고 시각 장애인들에게 각막 이식 수술을 통해 눈을 뜨게 해 주는 ‘눈을 떠요’ 이 바로 그것이다.

신동엽이 진행하는 ‘남북 어린이 알아 맞히기 경연’은 코너명에서 알 수 있듯 북한 방송국에서 1년에 한번 개최하는 초등학생 대상의 퀴즈 방송 문제를 우리의 초등학생에게 출제해 맞추게 하는 형식의 코너로 퀴즈 문제를 통해 남북한의 이질성의 정도를 알아 보고 그 속에서 동질성 회복의 단초를 찾고자 기획한 코너이다.

또 김제동과 가수 god가 진행하는 ‘눈을 떠요’는 장애인, 그것도 시각 장애인의 문제를 다룬 것이다. 방송에 앞서 김제동 등 출연진이 각막 기증 서약서 제출로 눈길을 끈 이 코너는 각막 기증 후진국인 한국의 상황을 개선하고자 기획됐다. 우리나라의 시각 장애인 20만명 중 각막 이식 수술을 받으면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장애인이 2만명인데도 각막 기증 부재로 한해 1% 200여명만이 수술을 받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 때문이다.

첫 방송에서 제작진은 눈물 바다를 이뤘다. 김제동은 “중도 실명한 대학생이 각막 이식 수술을 받고 15년만에 눈을 뜬 뒤의 첫마디가 ‘엄마가 보여요’였어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서 방송을 진행할 수가 없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각막 이식을 받아 사랑하는 가족, 세상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고 첫 방송 녹화 소감을 밝힌다.

이경규가 맡은 ‘찰칵 찰칵’은 우리 사회의 아름다운 선행이나 미담을 휴대폰 카메라 등에 담아 우리 사회가 결코 절망과 갈등만 있는 것이 아니라, 희망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기획의도로 만들어진 코너다.

시청률을 의식한 무리한 내용의 오락 프로그램 진행으로 성우 장정진씨가 사망을 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많은 연예인 MC들의 은어, 비어, 외래어의 지나친 사용, 그리고 프로그램 전반을 수놓는 연예인들의 농담과 사담, 수다 등 올 한해에도 그 동안 지적돼 온 오락 프로그램의 병폐들이 올해도 개선되지 않고 여전히 드러났다.

이러한 오락 프로그램의 병폐가 심화된 가운데 연말에 시청자와 다시 만난 ‘!느낌표’는 1회 방송을 내보냈지만 그 울림은 크다. 제작진이 프로그램에 대해 치열한 고민과 노력만 한다면, 시청자에게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는 오락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에게 방송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줬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입력시간 : 2004-12-17 10:19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