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혁의 건강백세] 한약에 비방은 없다


“홍삼은 체질에 상관없이 누구나 먹을 수 있어요. 기력이 부족한 부모님에게 좋은 것은 물론이고 수험생, 직장인에게도 좋은 약입니다.” “이 제품은 가족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건강 식품입니다. 비싼 만큼 제값을 합니다.”

누구나 이런 말을 한 두 번씩은 들어 보셨을 겁니다. 건강 식품을 파는 분들의 말을 듣고 있다 보면 못 고칠 병이 없는 훌륭한 약이 아주 많습니다. 공짜 관광을 시켜준다며 나이 드신 분들을 모아 놓고 버스 안에서 몇 시간씩 세뇌를 시킨 후 겉만 번지르르한 만병통치약을 파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듣지요. “날이면 날마다 살 수 있는 약이 아닙니다. 한 번 잡숴보세요. 기운이 벌떡 납니다”라고 선전하던 뜨내기 약장수들이 이제는 좀더 세련된 모습으로 변해 우리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겁니다.

인터넷에도 건강 관련 정보가 넘쳐 납니다.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는 정보나 치료법과 돈벌이를 목적으로 한 건강 정보가 뒤섞여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실정이지요. 충동 구매를 하면 남는 것은 후회뿐일 때가 많습니다. 경제적인 손실만 있다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자칫 돈주고 건강을 해칠 수도 있습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눈을 부릅뜨고 잘 판단해야 자기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세상이란 이야깁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문제가 되는 건강 정보를 걸러내 속지 않을 수 있느냐고요? 제품을 판매하는 사이트나 판매업자들과 마주치면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엄청나게 비싼 제품은 일단 의심을 해봐야 합니다. “내가 이 약을 연구하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 압니까”라며 고액을 요구하면 뒤 돌아 보지 말고 나와도 됩니다. 비싼 약들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서, 제대로 임상 실험 조차 돼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겠지요. 그것도 병원급이나 최소한 의료인이 연관되지 않았다면 보나마나 입니다.

기이한 약재를 들먹이는 것도 사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신의 병엔 천년 묵은 기와에서 나오는 버섯 등이 들어간 귀한 약이 듣는다는 식의 말을 하는 사람도 의심해 봐야겠지요. 요즘 세상에 심심산골 계곡의 절벽에 있는 신비한 약재를 캐오면 병이 낫는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도 믿을 수는 없습니다. 설령 그런 약재로 만든 약이 있더라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비쌀 겁니다. 희귀한 것은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을 정도로 비싸, 보통 사람들에겐 그림의 떡일 겁니다. 그렇게 귀한 약재로 약을 대량으로 만들어 팔러 다닌 다는 것도 어불성설이지요. 물론 임상에서 안전성 검사를 할 수도 없었을 겁니다.

병을 치료하거나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실행하기 어려운 방법을 제시한다면 신통치 않은 방법이라고 보아도 됩니다. 요즘 세상에 마늘과 쑥을 삼년 동안 먹으라고 하면 누가 실행할 수 있을까요? 어려운 방법을 제시하면 중간에 그만 둘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겁니다. 같은 맥락으로, 신비한 치료법은 경계해야 합니다. 치료는 합리적이어야 합니다. 한약에 비방은 없다고 보아도 됩니다. 특정 질환을 잘 치료하는 한의사들도 정확한 진단을 통해 처방을 잘 운용하는 것뿐 입니다.

세상 일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도 명심해야겠지요. 잘 모르는 사람이 당신에게만 싸게 준다고 이야기한다면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주 적은 노력으로 대단한 효과를 보는 방법도 가짜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병을 고칠 수 있다면 그 병은 이미 정복되었겠죠. 수 십 명 중에서 한명이 효과를 보고 그 부분만 부각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작용이 없다고 주장하는 약은 효과가 없는 약으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비타민과 같은 영양제 수준일 뿐이지요. 한약 중에서 무난한 약 가운데 하나인 숙지황도 부작용을 일으킵니다. 소화가 잘 안 되는 소음인에게 숙지황을 쓰면 더욱 악화됩니다. 하지만 같은 증상이라도 속에 열이 많은 소양인에겐 숙지황은 아주 좋은 약이 되지요. 이런 사실을 잘 아는 한의사들은 부작용이 없다는 약에 대해선 “약효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까지 이야기 합니다.

홍삼도 마찬가지입니다. 홍삼이 모든 체질에 좋고 부작용도 없다구요? 부작용이 없다는 이야기는 효력이 거의 없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홍삼은 효과가 좋은 약입니다. 당연히 부작용이 있을 가능성이 높겠지요. 체질 공부를 한 한의사 중에선 열이 많은 태음인들이 홍삼을 장기 복용하면 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또 탕제원에 가면 흑염소나 개소주를 다릴 때에 한약재를 많이 넣습니다. 한약재를 많이 넣으면 좋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십전대보탕이 누구에게나 적합하袂맙? 땀이 없는 사람에겐 황기가, 몸이 더운 사람에겐 육계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탕제원에서 넣는 것을 한약이라고 부르시면 안 됩니다. 한의사의 진단 없이 쓰는 이 같은 약재들은 한약이 아니라 ‘여물’이라고 불러야 마땅합니다.

황치혁 황&리한의원 원장


입력시간 : 2004-12-22 14:11


황치혁 황&리한의원 원장 sunspap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