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장마당에 밀려나고 있는 북한의 계획경제 外


▲ 장마당에 밀려나고 있는 북한의 계획경제 / 박진환 지음
1980년대 들면서 중국의 덩샤오핑은 집단농장을 폐지하고 가족단위로 자기 농사를 짓게 하는 등 계획경제를 포기하고 시장경제로 전환했다. 시장경제로의 전환으로 고도 성장하는 중국의 경제를 지켜본 베트남(1986)ㆍ러시아ㆍ동유럽의 구소련 위성국들(1990년대)도 계획 경제를 포기하고 시장경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북한만은 계획경제와 집단농업을 고수하다가 1990년대 들어 총체적 물자부족으로 식량배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아사자들이 속출하는 것과 함께 전국 도처에 장마당이 생겨났다.

책은 북한이 이처럼 고수하던 계획경제, 집단농업 정책을 다각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북한이 시장 경제로 발전하는 데 있어 하나의 모형으로 남한의 수출 주도 공업화 정책도 제시한다. 이와 함께 계획경제와 집단농업이 현 시점에서 이익을 내기 어려운 이유를 밝혀내며, 중국ㆍ러시아ㆍ베트남 등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한 국가들이 어떻게 물가안정 정책을 펼쳤는지 사례 중심으로 비교한다.

대통령 경제담당 특별보좌관, 한국농업경제학회 회장을 거쳐 북방농업연구소 명예회장으로 있는 저자가 그 동안 북한의 계획경제와 집단농업에 관해 발표한 논문들의 집결판이다. (재)국제농업개발원 간행. 15,000원.

▲ 청계천에서 역사와 정치를 본다 / 조광권 지음
영조가 청계천 공사에 관해 상세히 기록한 ‘준천사실(濬川事實)’. 이 책은 저자가 영조의 ‘준천사실’에서 받은 영감을 확장시킨 결과물이다. 새만금 사업이나 천성산 터널과 같은 국책사업이 이런 저런 문제로 표류하고, 행정도시 건설 등으로 또 한번 국론이 분열되고 있는 와중에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청계천 복원사업. 서대문 구청장, 서울시 보사부 환경국장, 교통국장 등을 역임하면서 시민의 소리에 귀 기울였던 저자가 청계천 복원사업이 입안 될 때부터 사업의 진행상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단순한 사실 열거에만 그치지 않는다. 저자의 박사 논문이기도 했던 ‘조선왕조의 준천과정에서 나타난 위민담론 분석’을 바탕으로 청계천 준천의 논의와 그 실천과정에서 정치적 지배세력들이 민의를 파악하는 정치ㆍ행정 방식, 그리고 준천사업의 정당화를 위해 동원했던 위민담론의 시대별 변화를 비교 분석해 오늘의 우리 행정에 투영시키고 있다.

청계천 살리기의 역사적인 기록물로도 손색없을 정도로 복원 사업의 구체적인 과정들이 세세하게 그려져 있다. 도서출판 여성신문 간행. 25,000원.

▲ 죽은 불 다시 살아나 / 왕후이 지음ㆍ김택규 옮김
냉전 해체 이후 사회주의는 실패하고 자유주의가 승리했다는 주장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승리했다는 자유주의 아래서 세계는 그렇게 밝지 만은 않다. 이는 우리에게 유토피아의 허구성을 일깨워 준 셈이다. 우리는, 그렇다면, 희망 없는 시대를 살아야 하는가?

저자 왕후이는 이 자유주의로 상징되는 ‘현대성(modernity)’과 정면으로 대결함으로써 희망 없는 시대에서 희망을 일군다. 꺼져 있던 불씨를 되지피는 방법을 통해서다. 그 첫째는 자유주의, 맑스주의, 현대성 등의 이름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대부분 박제가 된 사상사의 자원 속에서 왕후이는 현대성의 모순을 토론할 자원을 발견한다. 그 다음으로 중국의 사회주의 경험에서 그는 현대성을 능가할 그 무엇을 탐색하고 있다. 가장 반현대적인 기획 속에 있는 현대성의 딜레마로 나타난 중국 사회주의의 역사적 경험은 또 다른 꺼진 불씨이지만, 앞으로 중국뿐 아니라 세계 전체의 많은 이들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를 던질 자원으로 되살아 나게 한다는 것이다. 현대 중국의 대표적 사상가인 신좌파 왕후이의 정치ㆍ경제ㆍ철학ㆍ문학 사상의 결정판이다. 삼인 간행. 29,000원.

입력시간 : 2005-04-1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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