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눈·사시 동반한 약시가 문제안경 낀 뒤 시력교정 훈련…시력차 크거나 약시 심하면 수술치료성장기 어린이 정기적 시력검사로 약화에 따른 치료·교정 받아야

[클리닉 탐방] 광혜안과 <어린이 시력 교정>
짝눈·사시 동반한 약시가 문제
안경 낀 뒤 시력교정 훈련…시력차 크거나 약시 심하면 수술치료
성장기 어린이 정기적 시력검사로 약화에 따른 치료·교정 받아야


결혼 12년차 주부 이모(35) 씨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착잡하다. 아이가 안경을 낀 이후부터다. 아들은 성격이 명랑하고 똑똑한 편인 데다가 얼굴도 잘 생겨 ‘공부는 못 해도 좋으니 밝게만 자라 다오’라고 바랬는데, 안경이 아이 얼굴을 다 망쳐 놓은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진작 컴퓨터 게임을 못 하게 할 걸 그랬나”는 등 후회가 되기도 하고, 아이의 시력을 되찾는 방법은 없는지 답답하기도 하다.

예로부터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고 했다. 우리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의 90%를 눈을 통해 얻는다. 다른 신체기관과 달리, 한번 망가지면 돌이키기 힘든 것이 눈이다.

컴퓨터 등으로 근시 어린이 늘어나
갓 태어난 아이의 눈은 물체를 어렴풋이 감지할 정도 밖에 안 되지만, 5~6세가 되면 성인의 시력에 도달하고 만 9세가 되면 시력발달이 완전히 끝난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기 눈에 이상이 생겨도 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 한다. 때문에 6개월에서 1년 간격으로 정기 검안을 받는 것이 좋다. 자칫 교정이나 치료 시기를 영구적으로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의 눈은 이미 심각한 상태다. 서울시 교육청이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ㆍ고생 10명 중 6명이 ‘칠판 글씨가 안 보일 정도의 시력장애 상태’이고, 안경 낀 초등학생의 비율도 35%가 넘어섰다.

서울 대치동의 안과 질환 전문병원 광혜안과 임진옥(45) 원장은 “눈이 나쁜 것은 유전 탓”이라면서도 “최근에는 컴퓨터나 휴대폰 게임 등의 영향으로 근시 어린이가 늘고 있다”고 말한다. “근거리의 물체를 오랫동안 보게 되면 눈의 모양체근이 수축하면서 안구가 길어질 수 있습니다. 안구 길이가 늘어나면 물체의 상(像)이 망막 앞에 맺혀 근시가 됩니다. ”

임 원장은 하지만 “근시가 됐더라도 안경이나 렌즈로 교정하면 된다”면서 “교정시력이 0.8 디옵터 이상이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안경을 끼면 시력이 더 나빠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 눈이 좋아지는 것도 나빠지는 것도 아니다. 안경을 끼면 시력이 나빠지는 것을 더디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임 원장은 말한다. “안경 도수는 약간 낮춰 끼는 것이 좋습니다. 여자 아이나 고도근시의 경우에는 하드렌즈도 권할 만합니다. 산소 투과율이 소프트렌즈의 5배가 넘고 안구 건조증 발생도 적습니다.”

“난시가 문제입니다. 근시라는 아이들도 검사해 보면 난시가 섞여 있는 경우가 30%나 됩니다. 근시가 약시로 진행하는 것은 드물지만 난시나 원시일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집니다.”

안경·렌즈 시력에 맞춰 계속 바꿔줘야
난시나 원시가 약간 심하다고 느낄 땐 바로 정밀 검사 후 안경 처방을 해야 한다. 양쪽 눈의 시력 차가 큰 짝눈(부등시)도 약시로 진행할 우려가 높기 때문에 안경을 낀 다음 시력교정 훈련을 해야 한다. 임 원장은 “양쪽 눈의 시력 차이가 2.5 디옵터 이상일 경우 사람들은 불쾌감을 느낀다”며 “잘 보이는 한쪽 눈을 살짝 가림으로써 다른 쪽 눈의 발달을 돕는 방법을 쓰면 좋다”고 짝눈 교정법을 일러 준다.

아이를 안과에 데려가면 시력측정 후 ‘조절마비 굴절검사’ 란 것을 한다. 초점을 조절하는 수정체의 기능을 일시 정지시키는 조절마비제(부교감 신경 차단제)를 한두 방울 눈에 넣은 뒤 조절 전후의 상태를 정밀하?비교 관찰하는 방법이다. 어린 아이의 경우 여기서 사시 여부를 반드시 살핀다. 사시가 동반된 약시일 경우 심하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유아의 경우에는 눈이 안쪽으로 쏠려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맨눈 시력(나안시력)이 0.1 디옵터도 안 되는 아이들이 요즘 많습니다. 하루?다르게 커 가는 아이들은 눈도 계속 변화합니다. 따라서 6개월에서 1년 간격으로 정기적으로 검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안경이나 렌즈도 달라지는 시력에 맞춰 계속 바꿔 줘야 합니다.”

미니인터뷰 - 임진옥 원장
환자·부모 조급증, 치료에 도움 안돼

의사들끼리 주고 받는 농담 중에 ‘유비무환’이라는 말이 있다. ‘비 오는 날은 환자가 적으니 더욱 좋다’는 뜻이다. 서울대병원 한국보훈병원 등 ‘큰 물’에서만 안주하다가 10여 년 전 개원하면서 ‘정글’로 뛰어든 광혜안과 임진옥 원장에게는 이 말이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요즘 스트레스가 늘었어요. 엄마들이 약을 일주일치를 한꺼번에 달라고 해요. 아이들이 이 학원 저 학원 전전하느라 병원 올 틈이 없다나요. 그 때문에 의사로서 해 주고 싶은 말이 더 있는데 못 하고 있어요.”

임 원장은 최근 환자나 가족들이 ‘빨리빨리 증후군’에 걸려 있다고 우려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치료가 빨리 끝나지 않으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의심을 해요. 환자들의 상태를 잘 살펴 가면서 치료법을 그때그때 조절하는 게 더 좋은데도요.” 그래서 은근히 압박감도 느낀다고 임 원장은 토로한다.

“시력검사도 그래요.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짝눈은 아닌지, 사시는 없는지, 근시라도 가성근시는 아닌지 꼼꼼히 봐야 해요. 안경이나 렌즈에 얼마나 적응을 잘 하는지 보려면 이리저리 왔다 갔다를 많이 시켜봐야 해요. 30분 정도는 해야 하는데, 현실이란 게…. 보험수가가 따라 주질 못 해요.”

◇ 다음 호에는 <자궁암 치료> 편이 소개됩니다.


송강섭 의학전문 기자


입력시간 : 2005-06-22 14:54


송강섭 의학전문 기자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