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도는 옥빛강물, 금빛모래 보석같은 물돌이동절묘한 자태의 비경, 전형적인 영남지방 강마을

[주말이 즐겁다] 예천 회룡포
휘도는 옥빛강물, 금빛모래 보석같은 물돌이동
절묘한 자태의 비경, 전형적인 영남지방 강마을


우리나라 최고의 물돌이동으로 이름난 예천 회룡포.

물줄기와 산줄기는 음과 양 같은 사이라 할 수 있다. 둘은 오랜 세월 동안 서로 밀고 당기며 땅의 모양을 만들어 가는데, 물줄기가 산줄기를 크게 휘감아 돌아가는 지형을 지리학에서는 감입곡류(嵌入曲流)라고 한다. 한반도에서는 압록강이 대표적이고, 남한에서는 영월의 동강과 서강, 낙동강 상류 등을 꼽는다.

한반도 최고의 물돌이동
그중에서 경북 예천의 내성천(乃城川)이 낙동강에 몸을 섞기 전에 빚어낸 회룡포(回龍浦)는 우리나라 최고의 물돌이동이다. 강줄기가 350도 크게 휘돌며 그려낸 강마을은 학의 목줄기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아슬아슬하다. 정말로 한 삽만 뜨면 강물에 떠있는 섬이 될 것만 같다. 아마도 휘돌아 가는 물줄기의 각도만 따진다면 낙동강의 하회마을도 동강의 사행천도 여기서는 명함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다.

거기에다가 회룡포는 자신의 자태를 완벽하게 드러낼 수 있는 절묘한 위치에 조망대를 갖추고 있다. 용궁면 비룡산(240m)에 있는 회룡대. 여기는 산줄기와 물줄기가 어우러진 최고의 물돌이동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으뜸 포인트다. 아마 이런 조망대가 없었다면 회룡포의 아름다움은 아직도 묻혀있었을지도 모른다.

비룡산 기슭의 장안사 아래 주차장에 차를 대고 3분쯤 걸어오르면 최근에 조성한 돌부처가 반긴다. 여기서 철도 침목으로 만든 계단을 5분쯤 올라가면 정자 한 동이 서있는 회룡대가 나온다.

회룡대 꼭대기에는 회룡포를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정자가 서있다.

회룡대에서 내려다보면 물돌이동 안쪽에 자리한 회룡포 마을이 정겹게 다가오는데,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금빛으로 빛나는 모래밭이다. 예천군에서는 이 방대한 양의 모래를 이용한 축제를 8~9월쯤에 열 예정이다. 주제는 ‘일탈의 섬, 예천 회룡포 모래 체험 축제’인데, 모래깃대세우기, 찜질체험, 모래썰매타기, 모래조각전, 나룻배체험, 녹색농촌체험 등이다.

회룡대에서 내려다보는 전망도 빼어나지만, 물돌이동 안에 자리잡은 회룡포마을을 직접 둘러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회룡대 진입로의 회룡마을(회룡포 마을과는 다르다) 강변길이 끝나는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구멍 뚫린 공사용 철판을 이어 붙인 다리를 건너면 된다.

주민들이 ‘아르방다리’라 부르는 이 다리는, 그러나 매년 홍수 때마다 떠내려간다. 올해도 이번 장마에 벌써 쓸려가고 말았다. 다행히 강물이 많이 줄어들었다면 바지를 걷어올리고 강을 건너면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승용차로 개포면 소재지로 나간 다음 개포우체국 앞에서 회룡포마을로 들어가는 비포장 도로를 이용해 8km 정도 들어가야 한다.

회룡포 마을은 9가구 15명의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전형적인 영남의 강마을이다. 원래는 ‘의성포’라 불렸으나 물돌이동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이웃 고을인 의성군에 가서 회룡포를 찾는 웃지 못할 일이 많아지자 몇 년 전에 마을 이름을 회룡포로 바꿨다.

회룡포마을의 전체 넓이는 6만 평쯤 된다. 비닐 하우스가 조금 있으나 대부분 논으로 이뤄져 있다. 논바닥에는 우렁이가 살 정도로 깨끗하다. 옥빛 강물 옆으로 푸른빛이 도는 벼가 강바람에 살랑거리며 흔들리는 광경은 보기에도 평화롭다. 그리고 보기만 해도 황홀한 금모래빛…. 김소월 시인이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고 노래했던 그 강변이 이런 풍광일지도 모른다.

한편, 지난 6월 초순 문화재청은 회룡포를 국가지정 문화재인 명승지로 지정 예고했다. 정식 지정은 문화재 지정 예고 후 30일 동안 여러 의견을 들은 다음에 최종 결정하게 되는데, 문화재청 관계자는 “오는 27일쯤에 명승지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매년 종합토지세를 내고 있는 황목근.

세금 내는 나무, 황목근
예천에는 특이하게도 세금 내는 나무가 있다. 그것도 한 그루가 아니라 석송령과 황목근 이렇게 두 그루다. 이중 용궁면 금원마을에 있는 황목근(黃木根)은 회룡포 오가는 길목에서 가까워 잠시만 짬을 내도 만나볼 수 있다. 5월이면 누런 꽃을 피운다 하여 ‘황(黃)’씨 성을, 근본이 있는 나무라 해서 ‘목근(木根)’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금원마을의 당산목이기도 한 황목근은 수령이 500년쯤으로 추정되는 팽나무인데, 1939년에 마을 사람들이 쌀을 모아 마련한 마을의 공동 재산을 이 팽나무 앞으로 등기 이전하면서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황목근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은 자신 주변의 논과 뒷산, 마을회관 땅 등을 합쳐 총 12,899㎡에 이른다. 황목근은 매년 11,250원 가량의 토지종합세를 납부하는데, 주민들은 농촌에서 이 정도 세금을 내면 그럭저럭 먹고 살만한 수준이라고 귀띔한다.

* 숙식 회룡포마을에서 잠을 자려면 향토민박(054-655-3973)을 이용한다. 4인 기준 3만원선. 회룡대 가는 길목의 강변에도 회룡포쉼터(054-655-9143) 등 민박집이 두어 곳 있다. 3~4인 가족 기준 3만원선. 용궁면의 단골식당(054-653-6126)은 주인이 손수 재료를 구해와 만든 순대 맛이 좋다. 순대국밥 한 그릇 3,000원.

* 교통 △중앙고속도로 예천 나들목→928번 지방도→예천→34번 국도→유천→개포→장안사→회룡포 전망대. △동서울→예천=매일 13회 운행(06:20~18:40). 3시간 소요. 대구북부→예천=매일 10회 운행, 1시간20분 소요. 예천→용궁=매일(06:47~22:30) 10~20분 간격 운행. 20분 소요. 용궁→장안사=택시 요금 5,000원.


글·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입력시간 : 2005-07-21 18:22


글·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