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 - 박성민 지음/웅진지식하우스 발행/1만 3,000원

“1992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조지 부시 후보 진영은 유복자인 클린턴의 과거를 폭로하기만 하면 선거는 해볼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나는 내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가 누구인지 꼭 알려주고 싶었다’는 말로 자신의 불리한 출생 조건을 감성적으로 되받아친 클린턴은 ‘문제는 경제야, 이 멍청아!’라는 유명한 슬로건을 내걸고 선거에서 승리했다.”

올해 5월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등 앞으로 대한민국엔 정치 대사(大事)가 줄을 잇는다.

구체적인 선거전략에 포커스를 맞춘 이 책은 이들 선거에서 누가 이길지,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지를 조금이나마 예측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정치(선거) 교과서에 가깝다.

저자 박성민씨는 1990년대 초반부터 15년여 동안 대선, 총선 등 100여 차례 이상의 크고 작은 선거에 참여, 직접 현장에서 몸으로 뛰면서 감각과 노하우를 축적해온 정치컨설턴트다.

지금까지 한국정치의 갈림길에서 여러 가지 승부수들을 지켜봐 온 그는 ‘누가 어떤 이유로 승리’할 수 있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분석했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책의 주제는 정치 승부의 ‘차가운 원칙’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한마디로 ‘정치 세계에서는 강한 사람이 좋은 사람을, 또 합목적적인 사람이 합리적인 사람을 이긴다. 선거에서는 사실이냐 아니냐 하는 것보다 대중이 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인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개인은 복잡해도 대중은 단순하다’ ‘대중은 반대하러 투표장에 간다’ ‘문제는 정책이 아니라 이슈다’ ‘강하고 틀린 것이 약하고 옳은 것을 이긴다’ ‘대중의 말로 대중에게 말하라’ 등 저자는 정치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20가지 법칙으로 풀어놓았다.

“원형극장에서 노예 검투사들은 피를 흘리며 싸우다 죽어간다. 황제와 귀족들은 술을 마시며 이를 즐긴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을 보라. 칼을 들고 있는 이들은 놀랍게도 황제(정치인)들이고 대중은 술을 마시며 즐기고 있다. 이제 정치인들은 더 이상 통치자가 아니라 격투기 선수 신세가 되었다.”

대중이 통치하는 시대에는 대중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승부가 판가름난다고 이 책은 한결같이 주장한다.

저자는 “정치에서 문제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라며 게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대중의 관심사를 대중의 언어로 말하라”고 요구한다. 또 “대중은 내 주머니에 이미 들어온 돈에는 더 이상 관심이 없다. 대중은 내일 자기의 주머니를 채워줄 정치인을 찾고 있다”고 단언한다.

가깝게는 DJ와 노무현이 이회창을, YS가 DJ를 이긴 사례 등 국내외 과거의 정치적 격돌 현장에 관해 생생한 해설과 날카로운 분석이 담겨 있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