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가 핫라인]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2006년 독일월드컵을 맞아 야심차게 준비한 월드컵 중계 방송 대결이 10일 독일-코스타리카의 개막전 및 몇 차례 오픈 게임을 치른 뒤 한국-토고전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한 것.
방송사들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중계방송팀 꾸리기에 정성을 쏟았다. 이용수, 차범근, 신문선 등 기존 간판 해설위원에 유상철, 차두리, 황선홍 등 2002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을 영입해 극적 효과를 추구했다.
KBS는 기존 서기철 캐스터에 전인석 캐스터를 추가, 백전노장 투톱 시스템을 앞세운 반면, MBC와 SBS는 각각 김성주 아나운서와 한종희 기자를 입심 대결의 새로운 선봉장으로 내세웠다.
오픈 게임의 결과는 차범근-차두리 ‘차붐 부자’를 앞세운 MBC의 완승. 한국-토고전을 앞두고 펼쳐진 몇 차례 경기에서 ‘차붐 부자’는 완벽한 호흡으로 전문적인 축구 지식과 다채로운 뒷이야기를 들려주며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SBS가 뒤를 이었고, KBS가 일단 최하위로 출발했다.
본게임인 한국-토고전에서도 ‘차붐 부자’의 위력은 계속됐다.
독일 및 유럽 축구에 익숙하고 현지에서도 이름이 잘 알려진 차범근-차두리 부자는 역시 해박한 축구 지식을 바탕으로 한 군더더기 없는 해설로 축구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또한 1998년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프랑스월드컵에 참가한 바 있는 차범근과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선수로 출전한 차두리의 경험담은 팬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심지어 ‘차붐 부자’의 말은 인터넷에서 어록으로 만들어지며 큰 인기를 누렸다. 차두리는 2002년 당시 교체 선수로 출전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솔직담백하게 털어 놓았고, 차범근은 1998년 당시 참담한 패전의 기억을 담백하게 회상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차붐 부자’의 활약상 덕분에 MBC는 30%를 웃도는 시청률로 토고전 1위를 차지했고, 이후에도 계속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KBS는 오픈 게임의 부진을 씻고 본게임에서 힘을 내기 시작했다.
이용수 해설위원과 서기철, 전인석 캐스터가 번갈아가며 짝을 이루고 최근 은퇴한 왕년의 태극전사 유상철이 합류해 가장 정통파에 가까운 중계방송을 선보이며 축구 마니아들의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이용수-서기철, 전인석 콤비는 10년 이상 축구 경기 중계를 맡은 노련함으로 차분하게 경기 상황을 전했다.
90분 경기 시간 내내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중계방송으로 시청자들이 마음 편안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한국축구 사상 가장 시야가 넓은 선수로 평가 받았던 유상철 또한 차분한 해설로 이들을 보조했다.
다만 너무 차분한 나머지 ‘심심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점은 아쉽다. 이용수 해설위원은 이천수와 안정환의 연속골이 터지는 극적인 순간에도 흥분하지 않고 냉정함을 유지했다.
물론 빈틈없는 안정감 있는 해설을 하긴 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뭔가 허전함을 남겼다. KBS는 토고전에서 20%대 중반의 시청률로 2위에 올라 ‘차붐 부자’의 아성을 넘어설 가능성을 엿보였다.
SBS는 야심찬 준비에 비해 성적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축구계의 재담꾼 신문선 해설위원의 화려한 입심으로 축구 문외한도 즐겁게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했고, 거스 히딩크 호주감독을 객원 해설위원으로 초빙해 내심 1위 자리도 노렸지만 결과적으로 3위에 밀렸다.
신문선 해설위원의 입심은 여전했지만 시청자들의 축구 관전 수준이 높아져 그다지 호응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태극전사 출신 황선홍 해설위원은 대표팀 간판 공격수 출신답게 공격 전술 분야에 탁월한 해설을 들려줬지만 전반적으로 신문선 해설위원의 입심에 가린 인상이었다. 토고전에서 10% 후반의 시청률에 그쳤고 전반적으로 하향세에 접어든 분위기다.
하지만 아직 태극전사들의 경기는 적어도 1경기 이상 남았다. 방송 3사의 중계방송 ‘입심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차붐 부자’를 앞세운 MBC의 아성에 도전하는 KBS와 SBS는 비장의 카드를 준비하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이는 잠 못 이루는 시청자에게는 월드컵을 즐기는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세종대왕 일대기 TV 대하사극으로 제작
○…역사상 최고의 성군(聖君)으로 꼽히는 조선 세종대왕의 일대기가 TV 대하사극으로 제작된다.
KBS 1TV는 내년 9월 방송 예정으로 훈민정음 창제 등 세종대왕의 업적을 다루는 사극을 기획하고 있다. 세종대왕의 일대기는 전쟁이나 정치적 대립 등 극적인 갈등 요소가 없어 그다지 드라마의 소재로 인기를 모으지 못했지만 KBS는 과학과 문화적 차원에서 접근 새로운 개념의 사극을 제시할 예정이다.
김현준 KBS 드라마 1팀장은 “한글 창제 과정 등을 통해 집현전 학자를 비롯한 문화 분야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고 전했다.
EBS 성교육 애니,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대상작 선정
○…EBS의 성교육 애니메이션 ‘아이들이 사는 성-네 잘못이 아니야’가 10일 폐막한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교육ㆍ과학ㆍ산업 필름 부문 대상작으로 선정됐다.
‘아이들이 사는 성’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3부작 성교육 애니메이션으로 이중 3부인 ‘네 잘못이 아니야’는 아동 성폭력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프랑스의 소도시 안시에서 매년 열리는 애니메이션 축제로 ‘애니메이션의 칸 영화제’라 불리는 권위 있는 시상식이다. 국내 애니메이션 중에는 ‘마리 이야기’(2002년)와 ‘오세암’(2004년)이 장편 경쟁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동현 스포츠한국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